민영화 막는 ‘악재’ 연속…정부 부정적

정부 “증자하자” vs 우리은행 “발목 잡지 말라” 갈등

우리은행, 민영화 목표에 주가 하락할까 노심초사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계획, 잇단 악재로 번번이 고배

우리은행 민영화와 정부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충돌 우려

우리은행이 민영화 실현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움직임은 지난 2010년부터 14년까지 4차례의 시도가 있었고, 지난해 아부다비투자공사와의 실무협상과 최근 이광구 은행장의 해외 투자설명회 참가 등을 통해서도 민영화 실현을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잇단 민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번 악재를 만나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거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이광구 은행장의 임기만료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올해 말 안에 민영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고, 민영화 추진의 일환으로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지나치게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매각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ADIC 측이 우리은행의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투자의향서를 우리은행에 먼저 보내오며 협상이 시작됐다.

이는 정부와 우리은행 측 모두가 큰 기대를 가지고 추진한 협상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4차례 민영화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경영권 매각으로는 민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협상 이야기가 나오기 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총 51% 중 30~40%를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바꿨다. 이는 지분을 통째로 파는 경영권 매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매수자 입장을 보다 배려한 방식으로 ADIC와의 지분 매각 협상은 정부와 우리은행에게 있어서 매각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여기서 악재를 만났다. 매각 논의 초기 단계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전세계가 유가하락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이에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에 빨간불이 켜지자 같은 해 말부터 ADIC를 포함한 중동 국부펀드들은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고, 결국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협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올해 들어 임기만료를 약 1년 앞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민영화를 위해 바쁘게 뛰기 시작했다. 2월부터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와 싱가포르, 미국, 일본 등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런 행보로 외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끄는 동시에 1월 말 8000원대였던 우리은행 주가는 4월 말 1만원 대까지 올랐고, 외국인 지분율도 20%에서 25%까지 높아졌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여건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며 민영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서 우리은행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발표되며 전세계 증시가 출렁였고, 우리은행 주가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브렉시트 당일 9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계획 추진에 대한 잇단 악재 중 브렉시트로 인한 주가하락은 정부와 우리은행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이광구 은행장도 브렉시트 이후 1만원 이하로 떨어진 주가에 대해 “당국에서 민영화에 대해 주저할 수 있다”며 우려의 말을 전했다. 사실 이 은행장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설명회는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환이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주가 올리기’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민영화를 실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4조5000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자한 정부 입장에서는 자금회수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으로부터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은 약 4조3000억원 수준으로 지분매각을 통해 이 금액 이상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의 주가는 1주당 최소 1만2800원 이상에서 형성돼야 한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브렉시트로 인한 주가하락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적극적인 민영화 추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윤창현 공적자금위원회 민간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관 관련해 증자 참여 조건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은행) 매각 후 과점주주가 되는 투자자는 증자에도 참여해 주가가 오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매각을 위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실 회사 내부 자본의 건전성에 대한 문제 등의 이유로 실행시 주가하락까지도 유발할 수 있는 유상증자는 경영정상화에 돌입했고 민영화를 앞두고 주가하락에 민감한 우리은행 입장에서 굳이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윤 위원장은 브렉시트에 앞서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대해 브렉시트로 인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매각공고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 우리은행 내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윤 위원장의 유상증자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광구 행장은 “금융위에서도 유상증자 방식을 논의하지 않았는데 윤 위원장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이 (우리은행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회사차원에서 윤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우리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3월말 기준 13.55%이지만, 9월말이면 타행 수준인 14%대로 상승할 것”이라며 “자체적인 자본확충 계획을 통해 증자 없이도 자본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우리은행 측은 윤 위원장이 밝힌 유상증자가 실현되면 이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고 우리은행의 주가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강조했다.

이어 우리은행 측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칠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추측성 발언에 대한 자제를 요구했고, 우리사주조합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발목을 잡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윤창현 위원장의 공적자금관리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위한 주가하락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두는 한편, 지난해부터 민영화 진행을 대비한 그룹제 조직개편과 임원들의 대규모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민영화 지원업무를 담당하던 전략사업부는 경영지원부로 명칭을 변경해 은행 경영전략을 총괄하던 경영기획단 산하에 두게 됐다. 이를 통해 경영전략 추진과 함께 지속적으로 민영화 진행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최근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크인 위비톡의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금융사업본부 산하에 플랫폼사업부를 신설하며 위비뱅크와 위비톡 등 모바일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맡겼다.

우리은행 측은 “시대 흐름에 맞게 조금씩 조직을 변화시키고 있는 과정”이라며 민영화 추진을 위한 대대적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여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주가는 내부요인만큼이나 외부요인으로부터 보다 큰 영향을 받게 되고 브렉시트가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끼칠 영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주가하락 예방 위주로 회사 운영이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를 원하는 정부와 민영화를 주목표로 하는 우리은행과의 민영화 추진단계에서 입장 차이가 격화된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사실 민영화는 우리은행 혼자서 주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공적자금위원회, 예금보험공사, 금융위원회와 같이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니 진행 과정이 순탄하기만 하다는 것에 대해 말하기 제한적이고 조심스럽다”며 “정부 측과 우리은행 사이 민영화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만 말하기 그렇고 갈등이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일관된 입장을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영화라는 것이 최고경영자(CEO)만의 임무라기보다 과거부터 추진해왔던 것이고, 민영화를 하지 않아야 할 당위성 또한 없어 어느 때보다 (민영화 실현을 위한) 회사 가치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민영화와 주가하락을 잡기 위한 노력도 제대로 된 회사 운영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우선 순위를 두기보다는 기존처럼 전체적 회사 경영에 중점을 두고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