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떼어낸 삼성SDS에 ‘쓴 소리’…이재용 승계 위한 밑작업?

사내방송 통해 삼성SDS 기술력 ‘자아 비판’

이재용 부회장 지배 구조 강화에 쓰이는 삼성SDS?

분할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 회사 가치 하락 우려

IT, 독자 행보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삼성SDS가 때 아닌 ‘경쟁력 저하’ 지적을 받았다. 그것도 그룹의 사내 방송을 통한 내부의 일침이다.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기술력에 대해 따끔한 경고를 했다는 해석이다.

삼성SDS는 물류와 IT 부문의 분할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분할 의도에 대해선 다양한 추측이 오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지배력 높이기에 삼성SDS가 쓰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액 주주들의 항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소액 주주들은 삼성SDS에서 큰 부문을 차지하는 물류 사업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홀로 남게 될 IT 부문은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구글보다 경쟁력 떨어져... ‘쓴소리 담은 사내방송’

지난 5일 오전, 삼성그룹의 사내방송 SBC가 제작한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2부’가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은 소프트웨어의 기본 골격인 아키텍처(architecture) 역량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소프트웨어 설계의 기초인 아키텍처 역량이 경쟁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함으로써 강도 높은 ‘자아 비판’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 사내방송의 메시지가 삼성SDS를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SDS의 주요 사업군은 크게 IT와 물류로 나눌 수 있다.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고 있는 IT 부문에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사내방송을 통해 그룹이 지적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방송된 1부에서는 “그룹 SW인력 역량을 테스트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초 수준 이하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구글에 비하면 100분의1 수준”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담았다. 삼성SDS에 대해선 “IT 역량이 떨어진다”는 다소 직설적인 내용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7450억원, 영업이익 1245억원을 나타났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8.9%, 영업이익은 4.5% 감소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IT 부문 투자 감소에 따라 매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IT 컨설팅 분야가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이베스트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삼성SDS의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5% 감소한 1조9310억원, 영업이익은 5.8% 줄어든 154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했다.

삼성SDS의 IT 부문은 솔루션에서 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IT 사업 부문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타 기업에 IT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삼성SDS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알린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SDS의 IT서비스는 컨설팅 및 SI(System Integration)와 아웃소싱으로 나뉜다. 아웃소싱 서비스는 고객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버ㆍ스토리지ㆍ네트워크 등 IT인프라를 제공하고 운영 관리하는 사업으로서,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과 인프라서비스로 구성된다.

하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물류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상당히 큰 편이다. 소액 주주들이 반발에 나선 것도 삼성SDS 내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물류 부문이 나간다면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는 IT 부문에서 겹치는 서비스군도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 보안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삼성SDS는 소프트웨어 사업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보안 산업을 해왔다. 아모레퍼시픽 보안관제 컨설팅, 넥센타이어 IT 취약점진단 컨설팅을 비롯해 모그룹의 계열사인 삼성물산 망분리 보안 솔루션, 삼성전자 무선사 클라우드 관제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삼성SDS의 사업군이 계열사의 의존도가 높다는 것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각종 SW 관련 작업들을 도맡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는 점이 삼성SDS의 자생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물류는 물산과, IT는 전자와 한 배?

최근 삼성SDS는 물류 부문의 분할 검토 결정으로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물류 부문이 삼성SDS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면 IT 사업군만 남게 된다.

삼성SDS의 소액주주들은 이번 분할 결정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미 세 차례 삼성SDS 본사를 항의 방문했으며 오는 19일에는 물류부문 분할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소액주주들은 물류 부문 분할로 불확실성이 반영돼 하락한 주가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제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물류 부문을 분할한 후 삼성물산과 합병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 예측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1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통합 후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회사 위치에 서게 됐다. 삼성SDS는 오너가의 지분이 많은 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9.2%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사장이 각각 3.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SDS의 물류 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오너가가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물류 합병 부분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상태다. 그런데 물류 부문 분할 후 남게 되는 IT 부문이 삼성전자와 힘을 합칠 것이라는 증권가의 예측도 나온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SDS의 IT서비스사업부문이 글로벌 솔루션서비스의 시장확대에 실패한다면 삼성전자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그룹의 소프트웨어 사업 중심이 삼성전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최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혁신을 가속화하고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사업영역이 겹치는 점도 향후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파악했다.

지배구조 강화에 이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삼성SDS IT 부문을 합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지배한 후 각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여기서부터 촉발된다. 총수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회사를 분할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쌈짓돈을 모아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분할, 새로운 시작이 될까

IT부문과 물류 부문의 분할이 물론 단순히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이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SDS가 IT 부문을 독립함으로써 전통적인 국내 기업의 문화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구글,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외국계 IT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와 같은 IT 그룹의 유연한 근무 환경이 국내 대기업에도 과연 적용될 수 있는지가 향후 삼성SDS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들의 ‘과제’라는 것이다.

삼성SDS 역시 IT 부문과 물류 부문을 분할함으로써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의도가 있다. 신기술영역 투자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SDS는 영국의 사이버 보안 솔루션 업체인 다크트레이스(Darktrace)와 국내 블록체인 전문 업체인 블로코(Blocko)에 각각 투자했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이번 투자를 통해 사이버 보안과 블록체인 분야기술력을 확보하고 향후 미래 ICT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다크트레이스의 차세대 보안 솔루션을 활용함으로써 사이버 보안 사업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블로코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 Io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단순한 분위기 조성을 넘어서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에 대한 대우를 높여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하청 업체에게 맡기고 본사는 ‘결제’만 하는 시스템에서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로 떨어져 나온 사업 부문이 어느 계열사와 한솥밥을 먹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결국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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