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특사 위해 청와대, 친박 실세에 TF팀 운영 소문

재계 누가 경제인 특사 혜택 받나 촉각… ‘전방위 로비’풍문 돌아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재벌 총수들이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 구명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아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며 특별사면 계획을 공개했다.

특사 계획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며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사면 이유를 밝혔다.

박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언급하며 특사를 거론한 이상 경제인 특사는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수감 중인 재계 인사들이 특사 대상에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한 재계 총수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그룹 등에서는 특사를 위한 특별팀까지 구성해 정치권과 관가에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특별팀을 운용할 여력도 없고 총수의 뜻도 적극적이지 않아 별도의 구명활동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두 번째 사면 朴의 속뜻은?

박근혜 정부 들어 특별 사면은 지난 2014년 1월 설 명절 직전, 그리고 지난해 광복 70주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해 두 번째 사면에서 단 한 명의 재벌 총수만 포함됐다. 이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박 정부 임기 막바지인 이번 사면에 재벌 총수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 소수의 총수만 사면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첫 사면에서는 기업인과 정치인의 사면이 배제됐고, 두 번째 사면에는 주요 경제인 사면 대상 14명 중 재벌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1명뿐이었다. 법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사면심사위는 사면 대상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재계 인사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사요건을 충족하는 인사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와 정치권 주변에서는 특별사면 대상자인 재계 총수들이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특별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의 특별팀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을 비롯해 정치권 친박 핵심 실세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이번 특사에 포함되기 위해 이 건을 전담한 특별팀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팀은 청와대 관계자들, 여권 관계자들을 접촉해 회장 구명을 위한 설득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기업 특별팀 관계자들은 오너의 구명을 위해 여러 가지 정부 협력안도 제시하는 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경제인 사면기준으로 추징금 및 벌금 미납자를 제외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비리사범과 최근 6개월 내 형 확정자를 제외하도록 돼 있다. 또 5년 내 특별사면을 받은 자와 형 집행률이 부족한 사람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형이 확정된 재계 사면대상자를 살펴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이 포함된다. 형기 3분의 2를 채워야 하는 형 집행률을 충족 인사는 김승연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부회장, 담철곤 회장 등 4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다. 지난 2014년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됐다. 2012년 1월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은 형기를 90% 이상 채워 10월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수감 중인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2014년 7월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93% 마쳤다.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은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3년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인물도 있으나 청와대에서 제외 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들도 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항소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또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와 배임, 횡령 등 혐의로 2015년 10월 징역 7년 형을 받았지만 형기를 채우지 못해 사면대상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특사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배임 횡령 등으로 징역 4년 6월을 선고받고 지난 2012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형을 거의 살지 않아 특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국민적 동정여론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도 법조계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

김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면심사위는 김 장관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사면심사위가 추려낸 사면 대상 명단은 국무회의를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최종 공포한다.

재계 특사 위한 불씨 살리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아니겠냐. 저희야 기업인이 좀 많이 사면돼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당연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2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개막한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나온 것도 많지 않고,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건 아직 없다”면서 건의서 제출을 검토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사를 앞둔 경제단체 역할에 대해 “많은 단체도 있고 또 기업인들도 있으니까 한 군데서 취합해서 내는 창구역할을 한다면 좀 포함을 시켜줬으면 하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고, 또 아직 소식이 없는 분도 계시고 그런 상태”라며 “저희가 하는 일이 전달하는 역할, 취합하는 이런 역할이지만 아직 그 상태라 딱히 어떻게 검토를 한 건 없다”고 부연했다.

박 회장은 특정 기업인의 사면 가능성, 건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면 목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거론하며 “희망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을 들어 주요 경제인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재원(53) SK그룹 수석부회장이 7월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는 말이 파다하다.

지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20일 회의를 열어 최 부회장의 가석방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가석방심사위원회 결정이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최 부회장이 20일 기준으로 형기의 92.78%를 채운 데다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해 온 점 등을 고려해 가석방 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현재 강릉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7월 가석방 대상자의 가석방은 오는 29일 오전 10시에 시행된다.

최 부회장과 함께 가석방 대상으로 주목받은 구본상(45)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 역시 형기의 90% 이상을 채웠으나 거액의 사기 행위로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켜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집행유예가 확정된 김승연 회장과 더불어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이재현 회장 등을 특별사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인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횡령ㆍ배임ㆍ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재상고한 이재현 회장이 재상고를 취하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변호인을 통해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법조계에선 이 회장이 건강 악화로 수감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의 8ㆍ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상고를 취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13년 7월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같은 해 8월 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처음으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았다. 이후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뒤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현재 몹시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동정론이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회장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harcot-Marie-Tooth, CMT)’ 병을 앓고 있는 데다 2013년 8월 신장을 이식받은데 따른 부작용이 겹쳐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병세가 나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측은 이번 8ㆍ15 광복절에 특별 사면을 놓고 재상고심 판단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대법원 선고기일이 광복절 전에 잡히고 형이 확정된 상태에서 사면을 받는 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었지만, 재판부 심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상고를 취하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줄줄이 사면에 기대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게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담 회장은 2013년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담 회장은 다른 재벌총수들과 달리 집행유예 기간에도 계속 구설수에 오른 부분이 부담이다.

담 회장은 국회 의사국에서 최근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광복절 특별사면 경과 및 절차 등’ 문건에 이름을 올렸다.

담 회장의 사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담 회장이 사면과 관련, 오리온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재벌총수들이 해외출장을 할 때 출입국이 힘들어진다.

담 회장은 다른 재벌총수들이 집행유예 기간에 자숙하는 것과 달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오리온 측은 담 회장의 사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담 회장은 재판을 받는 도중이나 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개인회사였던 ‘아이팩’으로 인해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편법상속 논란에 휘말렸다.

아이팩은 오리온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회사였는데 오리온이 오너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이팩이 담 회장에게 2013년 151억 원을 배당해 고배당 논란도 일어났다.

담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씨가 페이퍼컴퍼니인 ‘스텔라웨이’를 통해 아이팩의 중국계열사인 ‘랑방 아이팩‘을 2013년 215억 원에 샀다가 2015년 오리온 중국법인에 300억 원에 되팔았던 사실도 드러나 편법상속 논란도 휩싸였다.

담서원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군인복무규율 제16조에 따르면 군인은 군복무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오리온은 올해 2월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받기도 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오리온은 계열사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OSI)과 자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을 누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담 회장 등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에 반대하고 있어 담 회장 사면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사면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물의를 일으킨 재계 총수들의 사면에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민심은 이미 범죄를 저지른 재벌가 인사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면죄부로 인식하고 있다”며 “벌을 사면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시대착오적인 면죄부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오는 8ㆍ15 광복절에 취임 후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키로 한 데 대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17일 “요즘 진경준 사태나 정운호 사태와 같은 일이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사회가 뒤숭숭한데, 대통령이 국민을 자극하는 일은 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초복을 맞아 기자들과 함께한 오찬간담회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대통령이 사회 분위기를 많이 참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면 목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거론, 주요 경제인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무리 경제활성화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은 대상에 포함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ㆍ학자는 정치적 사면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불법비리 기업인 사면 불가’ 원칙을 스스로 깨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경제범죄를 사면하는 것은 사면의 기본 취지와도 맞지 않고, 과거 ‘경제 살리기’ 효과도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