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에어서울 LCC 업계 충격파

아시아나, LCC 에어부산 이어 에어서울 취항

날로 늘어가는 하늘길의 LCC 점유율

중소 항공사, 공동운항 통해 살길 모색

항공사들의 단거리 노선 경쟁이 치열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에어서울이 하늘길에 들어서면서 국내 LCC는 총 여섯 곳으로 늘어났다.

제주행을 포함한 국내선 노선을 비롯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서는 LCC의 점유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대형 항공사에 버금가는 서비스 질 향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소비자에겐 선택 폭이 넓어졌다지만 다른 LCC들은 에어서울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소형 항공사들의 사정이 더 급하다. 기존 LCC 중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 대한항공의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을 제외한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난항 겪었지만 첫 출발 좋은 에어서울

지난 11일, 신생 LCC 에어서울이 첫 취항에 나섰다. 이날 에어서울이 운항한 노선은 가장 많은 저비용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투입한 김포-제주 노선이었다. 에어서울에 따르면 탑승률은 94%를 기록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을 비롯해 두 번째 LCC 자회사를 갖게 됐다. 에어서울은 3개월 간 국내선을 운항한 후 10월부터 일본 6개 도시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 9개 노선을 운항한다.

에어서울의 등장으로 국내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의 다섯 곳에서 여섯 곳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레 LCC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에어서울이 출범하기 전, LCC 업계는 에어서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LCC들은 만약 에어서울이 운항을 시작하게 된다면 조종사, 정비사 등 항공 종사자와 공항 이착륙 슬롯 부족으로 과당 경쟁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적 항공사들의 경쟁력 약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에어부산의 최대주주 부산시와 일부 소액주주들 또한 국토부에 에어서울 출범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에어서울이 생기면 아시아나가 에어부산에 소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종 업계의 반대와 함께 에어서울의 출범 과정은 순탄치는 않았다. 국토부에 신청한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도 몇 차례 반려됐다. 일단 첫 출발은 좋다. 에어서울 측은 운항을 시작한 지난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평균 97%의 탑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동운항하고 라면 판매하며 수익성 추구하는 LCC들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LCC 브랜드 에어부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어서울의 문을 연 것은 항공 시장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다.

국내선 시장에서 LCC의 점유율은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여객 운송 시장에서 LCC는 153만명을 운송해 전년 동월 대비 12.5% 증가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총 56.1%의 높은 분담률이다. 저비용항공사의 국내 여객 운송 점유율은 이미 지난 2014년 50%를 돌파했다. 국제선 또한 17.5%의 분담률을 기록해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23.7% 감소했다. 실적 부진에는 화물 수요 부족, 여객 부문 매출의 더딘 성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단거리 노선 부진 또한 영향을 줬다고 여겨진다. LCC의 등장으로 단거리 노선에서 여행객들이 더 저렴한 LCC를 선택하게 되면서 국적 항공사들의 단거리 노선이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 항공사들은 LCC 강화를 필수적으로 택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6일, 보잉 737-800 기종 항공기 1대를 추가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보잉 777-200ER 기종 1대 또한 추가 도입한다. 신규 항공기의 적극적 도입으로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다.

에어서울의 등장은 아시아나항공 실적 향상에 긍정적 역할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단거리 노선의 회복이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고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을 위한 발판을 에어서울을 통해 만들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 “에어서울의 선전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항공사들이 이처럼 LCC 확대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됐다.

분명 모회사를 대형 항공사로 두고 있는 LCC들은 유리한 환경에서 경쟁을 할 수 있다. 에어서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일본 노선을 차례대로 인수해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주 3편 운항하던 인천-시즈오카, 인천-다카마스 노선을 주 5편으로 늘린다. 또 인천-나가사키, 인천-야마구치 우베 노선도 신규 취항한다. 이 노선들은 상당한 희소성을 갖고 있다. 모기업이 대형 항공사인 만큼, 항공 정비 등에서 유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미 자사 LCC인 에어부산을 갖고 있으면서 또 하나의 LCC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혜택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에어서울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한다. 아시아나항공에게 인수받은 일본 노선은 당초 적자 노선이었고, 단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에어서울이 인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LCC가 취항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폭 또한 넓어진다는 것 또한 장점이라는 것.

이 때문에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두 항공사는 코드셰어(공동운항)를 통해 힘을 합치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김포-타이베이, 인천-방콕, 인천-오사카, 인천-후쿠오카, 인천-나리타 노선에서 공동 운항을 하게 됐다. 총 5개 노선이다. 이는 두 항공사 간 제휴를 통해 근거리 노선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에어카페’ 운항을 통해 라면, 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수익성 제고를 위한 영업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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