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1,300번 뿌려도 인체에 무해”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수 백 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최근 생활화학제품의 전반적인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함께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 중 한 가지가 바로 페브리즈 같은 섬유탈취제다. 미국의 생활용품 글로벌기업 P&G(프록터 앤드 갬블)가 생산하는 페브리즈는 국내에서 일반 가정은 물론, 고깃집 등 식당에서 빠른 시간 내에 악취를 제거하는 용도로 10년 넘게 애용돼 왔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페브리즈도 흡입 독성 물질을 일부 함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해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P&G가 환경부에 미국 환경보호국(이하 EPA) 인증 관련 자료는 제출했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은 커졌다. 이로 인해 페브리즈 매출이 급감하고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P&G는 지난 12~13일 한국 취재진을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본사와 R&D 혁신센터로 초청, 설명회를 가졌다.

국내외 기자단을 상대로 이처럼 대규모 행사를 가진 것은 P&G 설립 후 130여 년 만에 처음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이틀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P&G 본사의 안전 및 독성 분야, 제품 담당 고위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 기자단의 집요한 질문에 성실하고 상세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P&G 본사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유해성 논란이 다른 주요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페브리즈 성분 중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항균제인 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 클로라이드(DDAC)이다. DDAC는 4급 암모늄의 일종으로, 세균 세포벽의 구조와 생리 활성을 저해해 강력한 살균력을 갖고 있다. 페브리즈는 DDAC를 0.14%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 P&G는 페브리즈의 DDAC 함유량이 EPA 권장 수준인 0.3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P&G 본사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한국 기자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수치를 제공했다. 이틀 째 기자회견에서는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지난 2011년 EPA에 제출해 승인받은 DDAC의 흡입독성 자료 사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P&G는 페브리즈 등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위험도가 가장 낮은 ‘안전 범위(SAFE RANGE)’, 중간 단계인 ‘추가 안전 범위(ADDITIONAL SAFE MARGIN)’, 위험 수준에 가까운 ‘안전 한계치(SAFE LIMIT)’ 3단계로 구분된 개념을 설명했다.

현재 페브리즈 DDAC 함유량은 안전 범위 중에서도 낮은 단계인 0.032㎍/㎥ 수준으로 안전 한계치인 14.3㎍/㎥에 비해 447배나 낮은 수준이라는 것. P&G 글로벌 인체안전성 담당 독성학자 권석 박사는 “0.032㎍/㎥는 실험실에서 3번 연속 분무한 후 코 앞에서 바로 측정한 수치다. 이는 가혹한 조건에서 실시한 실험이다. 실생활에서는 하루에 한 방에서 11번 뿌리는 것에 해당하는 량”이라며 “다시 말해 1분에 1,300번(안전한계치) 이상을 뿌리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 P&G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평균 하루에 한 방에서 5번, 상위 10%의 과도 사용자가 9번, 매우 과도한 사용자가 11번 페브리즈를 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사용자도 안전 한계치에 비하면 447분의 1 수준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호흡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입자 크기에 관한 문제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입자가 미세할수록 폐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P&G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DDAC를 함유한 페브리즈의 물방울 입자 크기는 85~120 micron이다.

또 다른 P&G 독성학자 제인 로즈 박사는 “스프레이 입자 크기를 비교하면 꽃가루는 30~50 micron, 머리카락 단면이 50~70 micron이다. 입자 크기가 10 micron 이하일 때 폐에 들어간다. 페브리즈 입자 크기는 85~120 micron으로 통제하고 있어 폐에 들어갈 우려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로즈 박사는 이어 “페브리즈 입자는 휘발성이 아니라 수용성이다. 또, 중력 때문에 분사 후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옷 등에 달라붙는다”며 “설령 일부가 인체에 흡수돼도 상부 호흡기에서 재채기 등을 통해 배출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페브리즈를 옷에 뿌린 후 냄새를 맡아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질문에 권석 박사는 “앞서 설명한대로 DDAC는 중력으로 인해 대기 중에 남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코로 맡는 건 DDAC가 아니라 무해한 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바른 사용법은 아니지만. 페브리즈를 코 안에 직접 뿌리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P&G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스콧 하이드 박사는 “화학물질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은 노출도가 관건이다. 햇볕과 물 같은 자연성분도 과하게 노출되면 인체에 해롭다”며 “최근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 정보에 기반한 객관적 우려냐, 아니면 막연한 인식에 의한 우려(perceived concern)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틀 간 현지 취재를 통해 P&G가 페브리즈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 제품은 절대 안전하다’는 일방적 홍보가 아닌, 구체적 데이터와 자료를 제공하며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물론 때론 감성적인 호소도 있었다.

“페브리즈 뿐만 아니라 P&G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우리 직원들도 가정에서 쓰고 있다. 과거 할머니가 손자인 나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했던 것처럼, 가족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다.” 앞서 언급한 스콧 하이드 박사의 이야기다.

한편, 환경부는 오는 9월 페브리즈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발표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에 따라 유해성 논란이 더 확산될지, 종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naver.com

[사진 1]미국 P&G 본사 관계자들이 한국 취재진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페브리즈의 무해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2]미국 신시내티에 소재한 P&G 본사



이승택기자 seung3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