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목표 못 미쳐, 면세점 전쟁 ‘한번 더’

두타 면세점, 명품 브랜드 입점 ‘소식 없어’

아모레퍼시픽 계열 화장품 브랜드, 속속 입점

두산그룹 4세 박서원 전무 활약 주목

올 연말 면세점 입찰 다시 도전하나

패션 도매상들의 성지였던 동대문에 지난 5월,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동대문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두산그룹의 ‘두타 면세점’이다. 상징물인 분홍색 부엉이처럼 밤에도 계속되는 심야 영업을 통해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태양의 후예’로 한류스타덤에 오른 송중기를 모델로 내세웠다. 두산그룹이 면세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기업들은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중공업 및 중장비 사업으로 성장해 왔던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은 다시 ‘유통’이다. 두산그룹의 유통 사업은 두타면세점 개점부터 시작한다. 두산그룹 4세 박서원 전무가 얼마나 큰 활약을 펼칠지도 시선이 쏠린다.

중공업으로 큰 두산, ‘소비재로 유턴’

두산그룹의 올 2분기 성적표는 준수했다. 두산그룹은 지난달 18일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2514억원, 영업이익 3063억원, 당기순이익 181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1.5%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3.2%, 당기 순이익은 무려 767.0% 증가했다. 두산그룹은 이에 대해 “전년도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로 자회사들의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 이어 2분기 실적 개선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통한 것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까지 유통 분야에 대한 극복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지난 5월 문을 연 두타면세점의 실적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동대문에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면세점들 중 최초로 심야 영업을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당시부터 미입점 브랜드가 많아 우려를 자아냈다.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의 입점도 없었으며 개점 당시 군데군데 빈 매장이 눈에 띄기도 했다.

또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들 또한 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입점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모레퍼시픽과 두산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매장 자리와 입점 위치 등을 둘러싸고 이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들어오지 않았던 브랜드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두타면세점의 전망을 밝게 한다. 지난 7월 15일자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 아이오페가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설화수와 헤라는 20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액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갖고 있다. 6월말 기준 두타면세점의 하루 매출액은 약 4억원으로 알려졌다. 오픈 초기 1억원에 비해선 증가했지만 연간 5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은 부족한 수치다.

두산그룹의 모태는 박승직 창업주가 세운 ‘박승직상점’이다. 의류 판매업을 시작으로 성장해 1952년에는 동양맥주(OB맥주)를 설립하며 소비재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 후 2000년대부터 두산은 소비재 사업에서 중공업 사업으로 변화해 왔다. 지난 2001년에는 구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두산중공업으로 발전시켰다. 또 2005년에는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현재의 두산인프라코어로 키워냈다.

이렇게 2000년대부터 인수 합병을 통해 중공업과 중장비 사업을 키워 온 두산은 지난해 하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권을 따내면서 다시 소비재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두산 4세의 유통 성적표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면세점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서울 시내만 해도 두타면세점을 포함해 용산 HDC신라면세점, 여의도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SM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문을 열었다. 기존에 영업을 이어오던 롯데면세점 본점,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호텔신라 장충동면세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여기에 관세청이 오는 연말, 서울 시내에 4곳에 면세점을 추가 지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대기업들이 그냥 보낼 순 없다. 두산 또한 동대문 면세점에 이어 연말 면세점 추가 입찰에 경쟁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5월 20일 열린 두타 면세점 개장식에서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두산그룹이 신 사업으로 유통을 시작했고 (두타면세점) 한 개로 계속 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연말로 예정된 면세점 입찰 심사에 다시 한 번 참가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면세점 입찰부터 명품 브랜드 유치를 주도하고 있는 박서원 면세점 전략담당전무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박서원 전무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회장의 장남으로 광고회사 빅앤트 인터내셔널의 대표로 일해 왔다. 광고계에서는 재벌가의 후광을 입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한 광고인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후 두산그룹의 광고 계열사 오리콤의 부사장직을 맡았으며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면세점 사업을 이끌게 됐다. 특히 박 전무는 두산그룹의 4세대 경영이 얼마나 안착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중책을 맡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 전무가 두타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명품 브랜드의 유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3대 명품 입점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 그나마 루이뷔통의 입점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루이뷔통 입점을 성공시킨 것처럼 박 전무 또한 그러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기대다.

박 전무가 두타면세점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심야영업이다.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며 심야에도 쇼핑을 원하는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려 했다. 그러나 일일 매출액이 목표치에 아직 미치지 않으면서 심야영업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심야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인건비, 전기세,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심야 영업이 ‘계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사실 두산그룹은 지난 하반기 심사에서 기존 업체였던 SK네트웍스, 롯데를 밀어내고 입찰을 따 낸 것만해도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평이 많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의 ‘절대 강자’인 롯데그룹의 월드타워점을 누르고 신규 사업자인 두산이 면세점 입찰 경쟁을 성공시킨 것은 큰 충격이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면세점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는 것 자체에 만족할 순 없다. 당장 유명 브랜드 유치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서원 전무의 활약이 중요하다. 두타 면세점은 아직 정식 개장을 하지는 않은 상태다. 올 하반기 중 정식 개장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게 된다. 연말 면세점 추가 지정으로 더 치열해질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에서 두산그룹이 외형을 넓힐지, 내실을 다질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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