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엔텍 잇단 실적부진에 GS글로벌ㆍGS그룹까지 연쇄부실 우려

허창수 회장, GS엔텍 상장 실패했을 때 비난 피할 수 없어

GS엔텍 살리기 위한 그룹차원의 대책… ‘효과는 미미’

GS엔텍 자금수혈 위한 유상증자, 오히려 계열사 부담은 커져

상장 탈락 우려를 낳고 있는 GS엔텍으로 인해 GS그룹과 GS글로벌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GS그룹과 GS글로벌의 일감 지원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수혈 등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GS엔텍은 여전히 실적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쇄부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손자회사의 상장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GS그룹의 이례적 행보에 업계 관계자들은 “돈으로만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GS 측은 GS엔텍의 상장을 올해 그룹 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GS엔텍 실적개선을 위한 근본적 대책도 나오지 않은 현 상황에서 상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이다.

GS그룹 이례적 지원에도 경영 악화

GS엔텍은 지난 2014년 GS글로벌의 자회사인 디케이티(DKT)에서 사명을 변경해 설립한 회사다. 당시 DKT를 넘어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 생산설비와 복합화력발전의 필수장치인 배열회수장치를 설계·제작하는 세계적 플랜트기자재 전문회사 도약을 외치며 출범했다.

GS엔텍은 모회사이자 최대주주인 GS글로벌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GS글로벌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사업을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해외수주 비중을 70%까지 늘리고 5년 안에 연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구체적 목표까지 밝혔다.

초반의 거창한 외침과는 다르게 같은 해 하반기 GS엔텍은 실적부진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특히 당기순이익이 4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기업상장(IPO)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당시 IPO 주관사 후보로 선정됐던 KDB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의 결과 통보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주관사 선정을 포기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불똥은 GS글로벌에 떨어졌다. GS엔텍의 외부자금 조달은 지난 2011년과 2013년 3차례에 걸쳐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풋백옵션을 보장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옵션 내용은 GS엔텍이 2017년까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FI들에게 연 복리 6~7%의 이율을 더한 금액인 약 1250억원의 주식매각대금을 상환한다는 조건이었다.

때문에 상장이 연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커질수록 GS엔텍의 최대주주의 GS글로벌은 GS엔텍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FI들이 요구할 풋백옵션 상환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GS엔텍의 실적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GS글로벌의 실적과 재무상태에까지 부실이 퍼질 위험도 있었다.

이에 GS엔텍의 실적개선과 IPO는 GS글로벌만의 문제가 아닌 지주사인 GS그룹에게도 큰 과제로 다가왔다. 때문에 업계에서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룹차원의 적극적인 ‘손자회사 챙기기 행보’가 이어졌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은 사명 변경 이전부터 GS글로벌뿐만 아니라 GS건설과 GS칼텍스 등 계열사의 일감을 일정 부분 GS엔텍에 수주해주며 한때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GS엔텍의 매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였다.

사실 허 회장의 GS엔텍 챙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010년 허창수 회장은 GS글로벌을 통해 GS엔텍의 인수를 주도했다. 그는 GS엔텍 인수를 통해 GS건설과 GS칼텍스 등의 관련 업종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바쁜 와중에도 울산 공장을 두 차례 방문해 현장 지도에 나서는 등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에는 일감 지원의 폭을 더욱 늘렸고, 김철구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하며 실적개선과 상장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했지만 업계 내외에서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GS엔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283억원, 당기순손실 474억원이라는 ‘경영악화’에 가까운 기록을 냈다. 4분기 순손실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였다. 특히 같은 해 당기순손실은 상반기 99억원이었지만, 3분기에는 47%나 늘어난 188억원을 기록했다. 또 결손금도 지난 2014년 31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503억원에 달하는 등 해마다 증가해 허창수 회장을 한숨짓게 했다.

GS엔텍 부실, GS글로벌ㆍGS그룹 악영향…허창수 회장 난감

물론 부실자산 정리와 손실의 선반영으로 인한 결과로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이어지는 실적부진과 적자폭의 증가는 단순한 전략적 차원의 손실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오히려 GS그룹에서 옵션 상에 걸린 GS엔텍의 IPO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무리한 상장을 추진하며 GS글로벌의 부실 우려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GS엔텍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지분법 손실이 반영되며 GS글로벌도 지난해 연결기준 4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채비율도 지난 2014년 240.3%에서 지난해 295.0%로 급격히 상승했고, 올해 1/4분기에는 무려 609%까지 올랐다. 또 이익잉여금의 경우 같은 기간 788억원에서 290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GS글로벌 내의 영업이익이 전년비 2배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GS엔텍의 대규모 적자가 반영되며 이 같은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GS글로벌은 올해초 GS엔텍이 실시하는 1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350억원 유상증자 이후 4년만으로 사실상 GS엔텍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일종의 ‘자금수혈’ 방안이었다. GS글로벌의 GS엔텍을 위한 자금 지원은 올해에만 해도 수차례 있었다.

한 증권사의 기업분석전문 애널리스트는 “당시 GS글로벌이 GS엔텍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자금을 지원하다 보니 지분율도 더 증가했고, 상장이 실패했을 경우 보장해야 하는 옵션 금액은 부족해졌다”며 “이후 GS글로벌의 1분기 재무지표가 나빠지고 주가도 1분기를 전후로 많이 하락하면서 GS그룹이나 GS글로벌에 타격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S글로벌은 지난해 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에 썼을 정도로 자금형편이 넉넉지 못한 상태였다. 때문에 GS그룹에서 GS글로벌에 유동성으로 공급하고, 이를 통해 GS글로벌도 GS엔텍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해 줄 수 있었기에 GS엔텍의 부실이 계속된다면 연쇄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GS글로벌은 GS엔텍에 잇달아 자금을 지원하면서 신용등급 하락의 위기에도 놓였다. GS글로벌은 실적부진과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추가적 재무 안정성 악화를 지적 받아 신용등급 하락 검토대상으로 올랐다.

물론 GS그룹이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GS글로벌이 GS엔텍에 지원하며 생긴 재무적 부담을 줄여 신용등급 하락은 모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GS글로벌의 위기는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금 지원으로만 위기를 모면하려는 GS그룹 등의 행보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기업분석전문 애널리스트는 “증자를 통한 자금지원 식의 위기모면은 계열사 실적개선을 근본적으로 도울 수는 없고 오히려 ‘돌려막기성’으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GS글로벌의 유상증자로 GS엔텍에 대한 지분율이 커져 연결대상에 포함이 되기 때문에 전에는 재무위험을 잠시 벗어날 수 있었어도 이후로도 지난 일이 반복된다면 신용등급 하락의 여지는 충분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GS 측은 업계와 언론 측이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회사 상황을 부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S엔텍 관계자는 “겉으로 봤을 때는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는 기대했던 것만큼 이상의 좋은 상황으로 부정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 GS그룹 관계자도 “언론 등에 나오는 ‘오너의 과도한 애정’이나 ‘일감몰아주기’ 등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아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GS 측은 GS엔텍의 상장이 실패할 가능성을 일축하며, 계획대로 상장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열심히 하고 계획대로 할 것이라는 말 외에 실적개선을 위한 근본적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GS 측이 GS엔텍의 상장을 자신한다 할지라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최악의 상황’을 위해 GS가 제시한 대책은 FI에게 돈을 물어주는 것밖에 딱히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업분석전문 애널리스트는 “GS엔텍이 더 이상의 차질 없이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증자가 아닌 근본적 체질개선이 필요한데, 그룹 차원에서 자금뿐만 아니라 협업이나 개발을 위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상장실패로 GS글로벌과 GS그룹까지 연쇄적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한 발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례적으로 오너가 손자회사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경우이기 때문에 상장실패가 현실화된다면 GS엔텍이 아닌 GS그룹에 비난의 화살이 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민철 기자

*[정정]'GS엔텍의 내년 1월 상장'이라는 내용은 취재상 착오로 일어난 정보로 해당부분을 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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