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매출 타격, 중소 업체는 ‘생존 위기’

롯데홈쇼핑, 9월말부터 황금시간 방송 정지

협력사, 시위 통해 롯데홈쇼핑에 대책 요구

영업정지처분 가처분 소송 나서… 3~4주면 결판 나

존폐위기 걱정해야 하는 협력사들, 한숨 깊어가

지난해 경영권 분쟁부터 시작해 끊이지 않는 잡음을 겪어온 롯데그룹이 롯데홈쇼핑의 영업정지로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롯데홈쇼핑의 허위 보고를 이유로 오는 9월 말부터 6개월 간 가장 매출액이 높은 황금시간대의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롯데홈쇼핑의 영업 정지에 들고 일어선 건 롯데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단순히 영업 손실을 넘어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관계자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협력사 요구로 행정소송 나선 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지난 5월 27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9월 28일부터 6개월 간 매일 6시간(오전 8~11시, 오후 8~11시)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롯데홈쇼핑이 지난 4월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배임수재와 관련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 임원 두 명을 누락한 후 허위 보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래부는 “감사원이 지난 2015년 4월 진행된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 및 제출한 롯데홈쇼핑에 대해 방송법 제 18조 등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요구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밝혔다.

롯데홈쇼핑의 영업 정지에 대해 협력사들은 큰 반발에 나섰다. 협력사들은 ‘롯데홈쇼핑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한 자리에 모였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5월 협력사들을 상대로 부랴부랴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협력사 비대위 회원들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홈쇼핑 영업정지처분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지난 5일 미래창조과학부의 ‘6개월 프라임 타임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본안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롯데홈쇼핑은 미래부의 행정 처분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지난 6월 이사회 결의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영업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으나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소장 접수 시점을 미뤄왔다. 당시만 해도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인해 롯데그룹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때문에 협력사들이 요청을 해도 영업정지처분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신청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고, 협력업체들의 행정소송 요구가 거세지면서 롯데홈쇼핑이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영업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협력사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협력사들 중에선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만약 6개월 간 영업 정지를 받는다면 협력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이번 영업 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 소송의 이유를 설명했다.

타 홈쇼핑 입점? ‘너무나 어려운 일’

이번 영업정지 사태로 인해 롯데홈쇼핑은 피해 규모를 6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황금 시간의 매출액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의 피해 못지 않게 롯데홈쇼핑 협력업체들의 피해 규모 또한 크다 현재 롯데홈쇼핑의 협력업체 850여개 중 560개가 중소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업체들 중 173곳은 롯데홈쇼핑에만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업정지 가처분 소송의 결과는 약 3~4주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업 정지 시점이 도래하기 전 나오게 될 결과에 롯데홈쇼핑은 물론 협력업체들 또한 조바심을 내며 지켜보고 있다.

영업 정지를 약 50여일 남겨둔 현 시점에서 롯데홈쇼핑 협력 업체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 말한다. 롯데홈쇼핑의 협력업체라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9월부터 영업 정지가 실시된다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로썬 롯데홈쇼핑이 제기한 영업정지 가처분 소송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홈쇼핑과 접촉하는 것 또한 쉬운 방법은 아니다. 중소기업들이 홈쇼핑에 입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매출액이 가장 많은 황금시간에 배치되는 것은 더욱 그렇다. 롯데홈쇼핑에 독점으로 입점해 있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롯데홈쇼핑 프라임타임에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추측하건데 독점 계약을 맺은 게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다른 홈쇼핑에 입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만약 타 홈쇼핑과 계약하면 프라임타임 방송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만약 다른 홈쇼핑에 입점하려면 홈쇼핑 MD가 관심을 갖고 먼저 입점을 제의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유통업계의 빠른 유행 또한 중소기업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미 영업정지 기한이 6개월이 지나면 소비자의 선호도가 변해 판매 예정이었던 상품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계절 상품을 판매해 1년 내내 먹고 사는 구조인데 만약 이 시기를 넘기면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매출액 타격을 입을 것”이라 말했다.

롯데홈쇼핑 협력 기업들은 일단은 결과를 기다려 본다는 입장이다. 애써 전망을 긍정적으로 하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의 불안감을 숨길 순 없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되면 롯데홈쇼핑은 매출액에 타격을 입는 수준이지만 우리와 같은 작은 협력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만약 영업 정지 가처분 소송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협력 업체들은 일단은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따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 측은 이에 대해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방향을 정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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