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인하 따른 손실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

금융위 규제 완화로 카드업계 신사업 진출 활발

유통업부터 중고폰 판매까지… ‘2% 부족한 신사업’

활발한 신사업 진출하나 소비자 반응은 ‘글쎄’

카드업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자유로워진 제도 탓도 있지만 그 속내는 수수료율 인하로 얻은 수익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다. 앱을 통한 O2O 사업 진출부터 유통업, 부동산업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카드업계의 신사업 진출 현황을 짚어 봤다.

카드사의 신규 먹거리 발굴은 ‘선택 아닌 필수’?

올 상반기 카드업계의 수익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70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03억원보다 21.78% 감소했다. 이는 8개 카드사 중 가장 큰 실적 악화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카드의 당기 순이익은 949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14.39% 줄어든 수치다. 우리카드는 6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 148억원에 비해 약 19.51% 감소했다. 현대카드도 949억원으로 전년 동기 159억원에 비해 14.39% 줄어들었다. KB국민카드는 1533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둬 9.18%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월부터 낮아진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30일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연 매출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서 0.8%로, 연 매출 2억~3억원인 중소 가맹점에서 1.3%로 낮아졌다. 카드업계는 이로 인해 연간 67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는 185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01억원 증가했는데 지난 1분기 르노삼성자동차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받은 것이 긍정적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겹친 악재가 또 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3사에게 기관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는 지난해 카드 3사들이 고객정보 740만건을 유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카드는 회원 319만5463명,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219만4376명, 202만9876명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 등의 개인 정보를 카드 모집인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개인 정보가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단 논리를 대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신청은 기각됐다. 금감원은 기관 경고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약 1년간 해외 진출은 물론 모바일 카드 신상품 등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

카드업계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특히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의 부수 업무 진출에 대한 빗장을 풀면서 신사업 진출 노력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창의적 영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금지된 업무 외엔 부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꿈으로써 카드사들의 신규 영역 진출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현대카드의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 진출 또한 신규 먹거리 확보로 분류할 수 있다.

카드 회사 통해 중고 휴대폰을 판다

카드사들은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넘어서 O2O(Online to Offline), 부동산 업계 진출, 유통업 진출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BC카드의 행보가 눈에 띈다. BC카드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우수 중소기업이 제작하는 여러 종류의 생활 상품에 ‘톨라(TORLA)’라는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 중이다. 주로 세탁세제, 치약, 타월 등 생활 용품이 판매된다. BC카드 측은 지난 7월말 톨라가 누적 매출 5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IT 기업들의 신규 먹거리 시장으로 뽑혀 온 O2O 영역은 카드사 또한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통해 손쉽게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모바일 플랫폼 동맹 ‘판 프랜즈’를 내놨다. 신한카드는 앱 카드인 판(FAN)을 통해 O2O 업체와 제휴를 맺어 접근성을 높였다. 제휴를 맺은 업체는 숙박 O2O 야놀자를 비롯해 뷰티앱 ‘헤이뷰티’,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 등이 있다. KB국민카드 역시 모바일 앱카드 ‘케이 모션’ 내 플러스 O2O라는 기능을 넣었다. 삼성카드 또한 앱카드 결제앱에 소비자들이 자주 쓰는 O2O 플랫폼을 선정해 연결시켜 놨다. 주로 대리운전, 음식배달, 꽃배달 등 생활 밀착형 O2O 플랫폼이 들어 있다.

중고 휴대폰 매매에 나선 카드사도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전자와 함께 신규 스마트폰을 할부로 구매하고 1년 후 반납하면 새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갤럭시 클럽’ 운영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삼성카드는 반납 받은 스마트폰을 다시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취한다. 지난 8월 19일부터 ‘T삼성카드2 V2’ 카드 고객에게 갤럭시 클럽을 통한 휴대폰 장기할부 서비스·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군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신사업 진출이 뭔가 2%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O2O 사업의 경우, 앱 카드에서 바로 O2O 결제 시스템으로 연결되지 않고 O2O 앱을 또 깔아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 앱 사업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삼성카드의 중고 휴대폰 매매 역시 삼성카드 사용자들만 이용할 수 있어 다른 카드 사용자들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폐쇄성을 버리지 않는 이상 신사업 진출의 성공을 기대하는 건 힘들다는 의견이었다.

나성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사가 부대사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규모는 제한적”이라며 “또 부대사업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들더라도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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