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대형마트 오픈마켓 전쟁

11번가에 적극적 비용 투자 통해 오픈마켓 키우는 SKT

이마트ㆍ롯데마트, 배송 강화 및 옴니채널로 온라인몰 키운다

쿠팡, ‘로켓배송’ 불법논란 해결로 배송 서비스 강화할 듯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은 이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지 지 오래다. 이 때문에 옥션, G마켓, 11번가 등 기존 오픈마켓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에 최근 국내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소셜커머스와 대형마트의 온라인몰들이 참전했다.

통신사 실적 저하에는 온라인몰이 있다?

SK텔레콤의 올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이어 저조했다. 매출액은 4조26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3%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4074억원으로 전년비 1.3% 감소했다.

SK텔레콤의 실적 둔화는 SK플래닛과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에 대한 영업 비용 증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플래닛에선 오픈마켓 11번가에 들어가는 사업 비용이 실적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온라인 마켓의 성장으로 SK플래닛이 11번가를 키워내기 위한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11번가의 마케팅 비용에 많은 부문을 할애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통한 ‘오픈 마켓’의 경쟁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62조원으로 전년 동기인 55조원보다 12.7% 증가한 추세를 보였다.

국내 오픈마켓의 점유율은 11번가, G마켓, 옥션 등 3사가 이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사의 시장 점유율은 100%에 육박한다. 2014년 기준으로 G마켓이 38.5%, 11번가가 32.3%, 옥션이 26.1%, 인터파크가 3.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재 점유율 수준에 만족할 순 없다. 가장 무서운 것은 ‘소셜커머스’의 성장이다.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영업 방식을 오픈마켓과 동일하게 바꾸고 있는 중이다. 원래 SNS를 통한 공동 구매로 가격을 낮추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소셜커머스들은 최근에는 영업 방식을 바꿔 오픈마켓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미 쿠팡은 스스로를 ‘소셜커머스’가 아닌 ‘이-커머스’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소셜커머스들의 성장으로 기존 오픈마켓뿐만이 아니라 유통 대기업들의 온라인몰 또한 긴장하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에 집중됐던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온라인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2월, 대형마트의 온라인몰들이 소셜커머스를 겨냥한 ‘최저가 판매’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마트는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기저귀, 분유 등 소셜 커머스에서 구매 비중이 높은 상품들에 대해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또한 최저가 판매를 공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일단 실적에 긍정적 역할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마트몰의 매출액은 4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온라인몰의 매출액 선전에 대해 당일 직배송과 최저가 마케팅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영진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향후에도 가격의 끝 상품을 확대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쿠팡 관계자는 “이미 마트 온라인몰이 시작되기 전부터 최저가 정책을 해 왔기 때문에 영향을 준 것은 딱히 없다”고 밝혔다.

오픈마켓ㆍ대형마트ㆍ소셜커머스, 각자 장점 내세우기

소셜커머스들이 오픈마켓으로 형태를 바꾸면서 기존의 오픈마켓 및 대형마트 온라인몰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들은 기존에 점유해왔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며,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못지 않게 온라인몰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많은 비용이 소요됐지만 어쨌든 SK텔레콤으로서는 11번가의 성장이 중요하다. 통신 사업의 성장치가 사실상 둔화된 시점에서 온라인몰을 신규 먹거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11번가와의 합병을 이룬 SK플래닛은 11번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하려 한다. 11번가는 오는 4월 경기도 이천에 첫 번째 물류센터를 완공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장터’에서 벗어나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하려 한다. 11번가 관계자는 “11번가와 SK플래닛의 합병으로 유통 인프라와 IT인프라를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됐다. 기존의 오픈 마켓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대형마트 온라인몰들 또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 우선적으로 서두르는 분야는 배송 강화다. 이를 위해 온라인몰 전용 물류 창고의 문을 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 경기도 김포에 온라인 배송을 전담하는 ‘롯데마트몰 김포센터’의 문을 열었다. 롯데마트는 2018년까지 세 곳의 온라인몰 전용 물류 센터의 문을 열어 빠른 배송을 추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 또한 경기도 용인과 김포에 온라인몰 전용 물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들은 기존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갖고 있지 않은 대형 매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장점을 갖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옴니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편의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수령해 갈 수 있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 신세계, 롯데 등 유통 업계 강자들이 쌓아 온 유통 노하우를 온라인몰에 접목시킬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의류 및 잡화 자체 브랜드를 입점시켜 주로 생필품으로 한정돼 있던 온라인몰의 구매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쿠팡에겐 희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30일, 수급을 통제해 왔던 1.5t 이하 소형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증차 규제를 푼 것이다. 이에 따라 위법 논란이 있었던 쿠팡의 ‘로켓배송’도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법적 규제가 해결되면서 쿠팡이 배송 강화에 나선다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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