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와 공생, 기업엔 ‘양날의 칼’

화장품 기업, 발색샷 리뷰부터 블로거와 함께 신제품 론칭

중국 ‘왕홍’ 효과로 해외 매출액 증가 이끌기도

마케팅 효과 누리지만… 진상 블로거들로 고민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에서 관심을 끈 것은 파워블로거들 또한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느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파워블로거들은 공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대상 범위에선 비켜나게 됐다.

이른바 수많은 구독자를 통해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행세하는 ‘파워 블로거’들은 식품, 뷰티, IT, 제약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대상에 파워 블로거가 거론됐다는 건 파워블로거가 웬만한 언론인 못지않은 파워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유통 업체의 경우, 파워 블로거가 갖는 영향력은 무궁무진하다.

기업들은 블로거들과 공생을 추구한다. 파워 블로거와의 협업을 통해 쏠쏠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는 기업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상으로 돌변하는 블로거들로 골머리를 앓는 사례도 발생한다.

뷰티 유튜버가 바른 ‘그 립스틱’의 정체

파워 블로거를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코스메틱 기업들이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은 유명 뷰티 블로거들의 제품 리뷰나 메이크업 영상을 자주 찾아 본다. 주로 발색샷이나 화장법을 알려주면서 유명세를 탄 블로거들은 나중엔 협찬을 통해 해당 제품의 후기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마케팅에 활용된다.

마케팅의 스케일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엔 함께 신제품을 내놓는 사례도 나왔다. 에이블씨앤씨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최근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미샤는 유튜브 구독자 1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뷰티 유튜버 ‘회사원 A’와 협업을 통해 여름 색조 화장품 에디션을 지난 5월 출시했다. 미샤 측은 “회사원 A가 솔직하고 재미있는 뷰티 콘텐츠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어 누구보다 소비자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협업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해외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중국에서는 웨이보(중국의 SNS, 중국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SNS 사용이 금지돼 있다)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왕홍’(온라인상 유명인을 말하는 중국어)을 우리나라의 뷰티 블로거에 비견할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이러한 왕홍들을 초청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인 ‘려’는 지난 3월 왕홍 1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자양윤모 라인’을 미리 체험해 보는 행사를 열었다. 9월에는 중국의 최대 명절 ‘중추절(추석)’ 시기에 배우 박신혜와 왕홍이 함께하는 뷰티 토크쇼를 열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애경, 더페이스샵, 리더스코스메틱 등이 ‘왕홍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단 화장품 업계뿐만이 아니다. 식품 업계의 경우 공장 견학과 같은 ‘팸투어’에 블로거를 초청해 제조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홍보에 나선다. IT 업계 또한 신제품 리뷰를 통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느껴지는 IT 제품들에 대한 접근성을 좁히고 있다. 특히 IT 업계에선 유명 블로거들이 아직 출시되기도 전인 애플,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폰 시리즈 디자인과 스펙을 미리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경로로 이들이 신규 스마트폰의 스펙을 입수했는지는 미지수지만 신규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를 채워줌으로써 마케팅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필요에 따라 블로거 활용… 무시했단 큰 코 다쳐

대기업들 또한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다. 대외적으론 블로그 포스팅까지 모니터링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홍보 대행사나 온라인 마케팅팀을 통해 간접적으로 블로그의 동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거래처의 요구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거래처에선 그날 그날 올라오는 관련 제품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모니터링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이 파워블로거들에게 신제품을 협찬한 후 리뷰를 올려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엔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요약해 모니터링에 반영해야 한다.

일부 진상 블로거들과 악의적인 포스팅은 기업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호의적인 제품 리뷰를 써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러한 블로거들 때문에 ‘파워블로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 론칭쇼와 같은 경우엔 파워블로거들을 초청해 앞 자리에 앉힌 후 후기를 요청하는데 이 과정에서 초대받지 못한 일부 블로거들의 항의가 부지기수로 생기기도 한다.

기업들 또한 블로거 마케팅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블로거에게 협찬을 하고도 협찬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다. 이는 명백한 허위 광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블로거 운영자들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고 상품 소개 및 추천글을 게재토록 하면서 대가를 지급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국내외 2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 중 대만의 에바항공, 보령제약, 소니코리아 등 3개 사업자에게는 총 6700만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당시 문제가 된 기업들은 홍보를 위해 광고 대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광고 대행사는 블로거를 섭외한 후 해당 상품의 소개 및 추천글을 올리도록 했다. 블로거들은 1건당 3만원에서 최대 15만원의 대가를 지급받았으나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경제적 대가 지급 사실을 ‘표준문구’에 따라 공개하도록 추천 보증 및 심사 지침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악의적 리뷰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코스메틱 업계 관계자는 “일부 좋지 않은 평도 소비자의 의견이라 받아들이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일부러 기업과 접촉하려는 의도를 갖고 안 좋은 평을 쓴 것 같은 리뷰들도 눈에 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제재는 말도 안 된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는 파워블로거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겁이 나는 일”이라 밝혔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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