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트리클로산 함유 제품 경고

美 FDA “트리클로산 포함한 항균비누, 효과 없고 인체에 해가 될 수 있어”

미국 내 트리클로산 포함 비누제품, ‘철퇴’

식약처도 FDA 발표 예의주시… 선제적 조치 필요성 높아져

국내 시판 중인 치약 등 의약외품 중 60여개 제품 트리클로산 함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트리클로산(Triclosan) 등 19종의 화학성분을 항균(抗菌)비누와 핸드ㆍ보디워시에 첨가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FDA는 항균효과를 내기 위해 트리클로산을 첨가한 비누가 보통비누보다 세균 증식을 막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은 트리클로산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해오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트리클로산을 치약 0.3%이하 그리고 구중청량제는 0.02%이하 포함하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트리클로산을 함유한 치약 등 의약외품 60여개 제품이 발표됐지만, 일부 제품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여전히 판매 중인 상황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FDA의 이번 발표에 대한 당국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닛 우드콕(Janet Woodcock) FDA 약품 평가ㆍ연구 센터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FDA 뉴스란을 통해 “항균비누에 세균 증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일부 소비자들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비누와 물로 씻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라며 “살균 성분이 장기적으로는 (건강에) 이익보다 해가 될 가능성을 나타낸 데이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12월 FDA는 항균비누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의 이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엄격한 요건을 제조업자들에 부과할 방침을 세웠다. 또 항균비누가 일반비누보다 세균 감염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증명하는 과정을 업체 측에 의무화했다.

그러나 FDA는 항균비누 제조업자들에 이 비누에 포함된 트리클로산 등의 성분을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한지를 입증하는 데이터와 항균비누가 일반비누보다 질병 감염 방지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그간 충분한 답변을 얻지 못해 왔다.

이에 FDA는 항균비누를 장기간 사용하면 박테리아 내성과 예상치 못한 호르몬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고, 특히 트리클로산이 체내 호르몬 변화와 간섬유화,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제조업체 측에 항균비누와 트리클로산 등에 대한 방침을 맡긴 뒤 약 2년 9개월 만에 항균비누와 트리클로산 등이 질병 예방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이다.

FDA의 이번 발표를 통해 앞으로 미국 내에서는 주로 액체 항균비누와 고체비누에 각각 쓰이는 트리클로산 그리고 트리클로카반을 포함한 19개 성분을 비누에 포함할 수 없게 됐다.

병원이나 건강관리 시설에서 사용하는 손세정제나 항균제품을 제외하고, 제조업체들은 향후 1년 내에 각 비누제품에서 트리클로산 성분 등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또 현재 시장 유통 중인 해당 성분이 든 제품도 대부분 수거될 예정이다.

FDA에 따르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항균 비누시장의 약 40%인 2100여개의 제품이 트리클로산 등의 금지성분을 최소 1개 이상 포함하고 있다. 특히 트리클로산을 포함한 제품들이 40여년 전부터 시판되고 있고, 현재는 비누와 치약, 청소용 세제, 화장품 등 총 2000종 이상의 제품에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있다.

때문에 미국 내 세정제 업계에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고 있고, FDA 측은 존슨&존슨과 P&G 등 미국 내 대형 가정용품 제조업체부터 금지성분 사용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계에서도 FDA의 이번 발표가 단순히 항균비누만의 문제를 넘어 트리클로산을 포함하는 전체 제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누용품보다 치약과 폼클렌징 등에 트리클로산을 함유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이번 FDA의 발표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말 ‘의약외품 품목허가·신고ㆍ심사 규정’ 일부 개정안을 통해 치약과 가글액에 포함된 트리클로산을 각각 0.3%, 0.02%만을 함유하도록 사용을 제한해오고 있다. 또 같은 달 언론보도를 통해 국내에 시판 중인 치약 등 의약외품 중 60여개 제품에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식약처에는 향후 조치에 대한 부담이 안겨졌고, 이번 FDA의 발표로 인해 트리클로산 제한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는 당시 공개된 트리클로산을 포함한 60여개 중 현재 일부 제품은 리뉴얼되거나 단종됐지만, 또 다른 일부는 여전히 시판 중이라는 점이다. 당시 거론됐던 인쏘뷰와 소망화장품, 한일제약의 제품 등은 여전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인쏘뷰의 경우 현재 리뉴얼 중으로 문제가 되는 제품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일부 제품에 대한 기존 구매자들은 FDA의 트리클로산 함유 제품 규정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알지 못한 채로 사용을 지속할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선제적 안전 체계 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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