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강화하는 오너가 3ㆍ4세들… 형제〮사촌 계열분리 가능성 주목,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등기이사 등재로 ‘책임경영’

현대차 정의선, 지주회사 설립으로 지배구조 안정시켜야

LG 구광모, 한화 김동관, 유력 후계자 낙점

삼성 삼남매ㆍSK 사촌형제ㆍ신세계 남매, 계열분리 이룰까

두산ㆍGSㆍLS, 사촌경영 전통 이어가

기업의 기틀을 다진 1세대, 기업을 성장시킨 2세대를 거쳐 국내 대기업은 3ㆍ4세대로의 승계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1ㆍ2세대의 창업 및 그룹 재건 과정에서는 비켜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통적 장자 승계가 당연시됐던 과거와는 달리, 세대가 흐르면서 경영에 참가하는 후손들의 수는 점차 늘어났다. 결혼과 동시에 본가를 떠났던 딸들 또한 요즘은 경영 일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3ㆍ4세대들은 형제, 자매, 사촌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안정된 지분 확보로 기업 전체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대기업을 이끌어 갈 3ㆍ4세대들에 대한 승계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주간한국> 창간52주년 기념호를 통해 분석해 봤다.

삼성 이재용, 책임 경영 통해 3세대 승계 굳힌다

지난주 재계의 ‘핫 이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 임원 등재 결정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 안건을 다음달 주주총회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에 대한 분할건도 함께 올림으로써 지난해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추구해 왔던 주력 계열사 집중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그동안 비등기 임원직에 올라있었던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에 취임함으로써 법적 책임과 권한 강화에 나서게 됐다. 삼성그룹 측은 오너의 책임 경영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향후 삼성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언급돼 왔으나 어느 계열사의 등기 임원에도 올라 있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 중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만이 호텔신라 등기 이사직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 또한 비등기 임원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책임 경영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선택으로 결정될 문제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지위에 공식 등재됨으로써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에 상응하는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이번 등기 이사 등재 결정은 최근 촉발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7 리콜 사태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홍채 인식 기능과 방수 기능을 갖춘 갤럭시노트7는 출시와 함께 전폭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갤럭시노트7 고객들의 배터리 폭발 사고 증언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판매된 250만대를 모두 리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신속한 대처에 호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갤럭시노트7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사용중단 권고 조치를 내린 것에 이어 미 연방항공청을 시작으로 일본, 유럽 등지에서도 갤럭시노트7에 대한 항공기 내 사용을 금지하는 권고가 발령됐다. 세계 각국에서 갤럭시노트7 사용 금지 권고가 내려지면서 삼성전자는 제품 이미지 손상과 함께 막대한 리콜 비용을 물어야 할 처지에 처하게 됐다. 이 시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 이사에 오름으로써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승계 시기는 매번 재계의 관심을 이끌어 왔다. 지난 2014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병석에 누운 후 약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공석을 채우며 사실상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갔다.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우선 지주사 설립이 급선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키며 총 17%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자신이 최대 지주 위치에 오른 통합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와 전자 계열사를 정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이번 등기이사 등재가 회장 취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삼성그룹 측에선 ‘아직 시기상조’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기이사 등재로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한 후 ‘이재용의 삼성’이 본격적으로 기틀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지주회사 ‘삼성그룹 홀딩스(가칭)’의 설립이 중요하다. 삼성그룹 지주사 아래로 삼성생명, 삼성전자가 자리잡은 후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를, 삼성전자가 전자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개편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삼성그룹에겐 해묵은 이야기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린 후 지난 2014년 등기이사직을 연임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 오너가 중 유일하게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초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서도 주총 의장직을 맡아 5년 연속 회의를 주재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겸직하던 제일모직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삼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 빈폴 등 패션 사업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계열분리는 삼성그룹에서 심심하면 불거지는 이슈이다. 과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을 들고 삼성가에서 계열분리 한 것처럼 이부진, 이서현 사장 역시 각각 호텔과 면세점, 패션 부문 계열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만약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갖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이 용이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5.5% 갖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더 확장한다면 이부진, 서현 자매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호텔 및 패션 부문 계열사와 맞바꾼 후 계열분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다만 자매가 ‘삼성가’라는 울타리를 포기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삼성그룹의 지주사 설립 또한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 계열분리는 먼 이야기로 보인다.

현대차, 지주회사 설립해야… SK〮신세계, 계열분리 이뤄질까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논하는 건 시기 상조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현직에서 활발히 경영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역시 삼성그룹처럼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정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은 2.28%, 1.74%로 상당히 적은 편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23.39% 가진 최대 주주다. 지주회사 전환 후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 등기이사직에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돼 책임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SK그룹은 2세대 최태원 회장이 ㈜SK의 최대 주주로 등극해 있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 지분 23.4%를 갖고 SK그룹을 지배 중이다. 최 회장의 나이가 젊기 때문에 승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최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사이에서 세 자녀를 두고 있는데 모두 20대 초반에서 후반의 어린 나이다.

SK그룹에서 더 나올 수 있는 이슈로는 사촌 형제들의 계열 분리설이다. 최신원 SK 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계열분리 설은 몇 년 전부터 불거져 왔다. SK그룹의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계열사를 들고 SK그룹에서 독립하는 방안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이 최종건 회장의 두 아들은 각자 계열사 지분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올 해 SK케미칼 지분 확보에 나서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SK건설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 후 SK케미칼 지분 확대를 위한 매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최 부회장은 앞선 지난 3월에는 SK케미칼 지분 2.3%(63만9391주)를 매입해 지분을 17%로 높여놨다. 최창원 부회장보단 속도가 느리지만 SK네트웍스를 이끌고 있는 최신원 회장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 SK네트웍스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에 선임된 최신원 회장은 현재 SK네트웍스 지분 0.53%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또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각각 소유하고 있던 이마트-신세계 주식을 맞교환 했다. 맞교환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 총 9.38%를 보유하게 됐다. 정유경 사장은 9.83%로 신세계의 지분을 높였다. 이러한 지분 맞교환으로 ‘정용진의 이마트, 정유경의 신세계’로 교통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2세대 건재로 승계 논하긴 이르지만 서서히 두각 드러내는 후계자들

한편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검찰 소환으로 그룹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롯데는 경영권 승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이번 롯데를 향한 검찰의 수사망은 형제의 난에서 촉발됐다. 형제간의 폭로전을 통해 베일을 드러낸 롯데의 민낯은 검찰에겐 좋은 수사 증거가 됐다. 롯데가 ‘형제의 난’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찌감치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게 함으로써 시작됐다. 기업의 지배구조 또한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가 아니라 400여개가 넘는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오너가가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가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찌감치 지분 교통 정리를 통해 후계자를 정했어야만 형제의 난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력한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것은 경영권 분쟁을 막는 방법으로 쓰이곤 한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아직까지 2세대가 건재하지만 장남 혹은 외아들에게 서서히 지분을 나눠 주고 있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복역으로 오너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지만 이 회장은 현재 삼성가의 유전병으로 알려진 CMT(샤르콧 마리 투스)를 앓고 있다. CJ 측은 사면 후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차차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이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1990년생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의 경영권 승계가 빨라지지 않을까라는 관측도 있었다. 당분간 이 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은 힘들지만 오너가의 공백에도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 이채욱 부회장 체제로 그룹이 운영돼 왔다. 때문에 경영 승계는 지금으로썬 시기상조라 볼 수 있다.

CJ그룹은 지주회사 설립으로 지배구조를 안정화시켜 둔 상태다. 지주회사의 대주주는 42.10%를 보유한 이재현 회장이다. 이선호 과장은 지주회사 CJ의 지분은 갖고 있지 않지만 주요 계열사 지분 보유를 통해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선호 과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선 CJ올리브네트웍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과장과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미주법인 과장이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이다. 이선호 과장이 15.84%, 이경후 과장이 4.54%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선 CJ올리브네트웍스의 회사 가치를 타 계열사와의 합병 등으로 높인 후 남매가 지주사인 CJ의 지분을 갖게 하는 방법을 꾀할 것이라 보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김승연 회장의 건재로 세 아들에게 경영 승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세 아들 중에선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한화의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김동관 전무는 한화 지분 4.44%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1.67%,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이 1.67%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은 한화S&C이다. 비상장사인 한화S&C의 지분은 김동관 전무가 50%,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 팀장이 각각 25%를 보유하고 있다. 세 아들이 모두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한화S&C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동관 전무는 올 초 상무 승진을 통해 한화큐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차남과 삼남은 금융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삼남 김동선 과장은 한화갤러리아면세점 테스크포스(TF)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진그룹은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의 승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은 올해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또 한 달 후인 4월에는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부사장이 2.49%, 조현아 전 부사장이 2.49%,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이 2.48%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 세 남매 간 지분의 확연한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한진그룹 역시 조원태 부사장의 승계를 위해선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ㆍ금호, 유력 후계자 지분 몰아주기 ‘한창’

4세대가 전면에 선 대기업은 두산그룹이 최초다. 일부 기업들은 4세대가 경영 참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LG의 경우 4세대로의 승계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이다. 구광모 상무는 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LG그룹의 전통을 등에 업고 조용히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구 상무의 LG 지분은 6.03%다. 이는 구본무 LG 회장의 11.28%, 구본준 LG 부회장의 7.72%에 이어 LG 오너가 중에선 세 번째로 높은 지분율이다. 구 상무는 지난 2013년 LG전자에서 지주회사인 LG로 적을 옮겼으며 LG신사업팀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금호그룹은 3세대로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 8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을 금호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세창 사장은 올해 주요 보직에 연이어 올랐는데 그룹 전락경영실 실장 승진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그룹의 지주회사로 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을 합병하며 지난 8월 공식 출범했다. 금호그룹의 마지막 과제인 금호타이어 재 인수 전 박세창 사장의 승계 구도를 확실시하려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구광모 상무와 박세창 사장은 이변이 없다면 향후 그룹을 이끌어 갈 경영자로 유력하게 손 꼽힌다. LG그룹은 전통적인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 금호그룹의 경우 2세대들은 비슷비슷한 지분을 소유했으나 금호석유화학와 금호아시아나의 계열분리 이후 금호그룹의 3세대인 박세창 사장이 유력한 최고 경영자 후보가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3세대인 박준경 상무와 박주형 상무가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박주형 상무는 여성의 경영 참여를 꺼려 왔던 금호가의 전통을 깬 이례적인 사례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촌경영 자리잡은 대기업, ‘지분 몰아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

일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호텔신라, 두산, 한화,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들이 뛰어든 면세점 분야는 오너가의 3 4세의 능력을 시험해 보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특히 면세점 사업엔 한화그룹 김동선 과장, 두산그룹 박서원 부사장 등 젊은 오너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면세점을 통해 유통업 확장에 나선 두산은 4세대가 수장 자리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올 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두산그룹 총수 자리에서 물러나고 4세대인 박정원 회장이 취임했다. 두산그룹의 4세들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부사장을 비롯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등이 주요직에 올라 있다. 이미 형제 경영 시대를 넘어서 사촌 경영 시대에 들어선 만큼 경영 일선에 참가하는 오너 일가의 숫자는 많아졌다. 이에 따라 이미 한 차례 ‘형제의 난’을 겪은 바 있는 두산그룹이 향후에도 순차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S그룹의 4세대들은 경영 일선엔 참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영 승계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 상조다. GS그룹의 4세대는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철홍 ㈜GS 부장 등이 있다. 이들은 지주사인 ㈜GS 지분을 1%내외로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 경영권에 영향을 줄 만한 지분은 아니지만 GS의 4세대들은 조용히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허준홍 GS 칼텍스 전무는 ㈜GS 주식 5만2000주 장내매수 했다. 이로서 허 전무의 GS 주식은 1.67%에서 1.73%로 늘어났다. 허서홍 GS 엔진 상무 역시 올 초부터 꾸준히 주식 매수에 나서며 지분을 1.06%까지 늘렸다. 하지만 GS그룹의 4세 대 중 향후 그룹 수장에 오를 유력 후보를 꼽는 것은 어렵다. 독보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4세대가 없기 때문이다.

LS그룹 역시 사촌경영이 모범적으로 자리 잡은 기업으로 꼽힌다. 4세대 경영자 중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 되는 인물은 구자은 LS앰트론 회장이다. LS그룹은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삼형제의 장남들이 순서대로 그룹 경영을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이 구평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 다음 차례가 바로 구두회 전 예스코 회장의 장남 구자은 LS앰트론 회장이다..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의 지분을 3.87%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구 회장의 다른 사촌들보다 더 많은 지분이다.

사촌경영 체제가 확립된 기업들은 사촌 형제들이 순차적으로 기업의 최고 경영자 자리를 이어받고 있다. 형제에 비해 결속력이 약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인이 높은 지분을 갖기 보단 대체적으로 비슷비슷한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