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미래 먹거리 살펴보니… 바이오ㆍ전장 부품ㆍ미래 에너지가 ‘대세’

삼성, 바이오〮자동차 전장 부품 신수종사업 선정

현대차 ‘자율주행차’, LG ‘자동차 부품’ , SK ‘인공지능’

한화ㆍ두산ㆍGSㆍLS 미래 에너지 투자 적극적으로 나서

유통대기업, 면세점 전쟁 이어 새로운 유통 트렌드 만든다

국내 대기업들은 향후 100년을 이끌어 갈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여념이 없다. 신성장동력 선정과 투자에 따라 향후 대기업들의 운명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주간한국>은 창간 52주년을 맞아 국내 20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그들의 미래 먹거리를 분석해 봤다.

완성차가 아닌 전장 부품으로 눈 돌린 삼성

재계1위 삼성그룹은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한 후 2020년까지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중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 사업이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은 미래 수종 사업의 한 축으로 바이오제약 부문을 선정한 후 관련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양사에 대해 투자를 지속 중이다. 지난 2013년 7월, 시험생산을 개시한 약 3만 리터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은 지난해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총 8500억 원이 투자됐다. 총 18만 리터의 설비규모로 완공되며 생산 효율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공장건설은 2017년까지 완료하고, 2018년 4분기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2018년 제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이 36만 리터로 증가돼 스위스 론자(26만리터),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24만리터)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기업(CMO)으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를 영국에서 공식 출시했다. 이는 지난 1월, 유럽 시장에 선보인 ‘베네팔리’에 이어 두 번째 유럽 진출 제품이다.

자동차 전장 사업 진출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계열사 삼성SDI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삼성SDI는 업계 최고의 배터리 셀•모듈 기술을 바탕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소재와 팩 경쟁력까지 완비했으며, 국내 울산(셀•모듈), 중국 시안(셀•모듈), 오스트리아 제틀링(팩)의 글로벌 3대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삼성SDI의 차별화 원천은 바로 ‘테크놀로지 리더십’이라 설명한다. 삼성SDI는 올해 1월 ‘2016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1회 충전 시 600km까지 주행 가능한 고 에너지밀도 전기차 배터리 셀을 선보였다. 이 배터리 셀은 업계 내 개발 중인 500km급보다 20~30% 주행거리를 향상시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집약된 것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의 1회 연료 주입 시 주행거리가 600~700km임을 감안했을 때, 이 제품이 상용화되는 2020년에는 전기차 시장의 티핑포인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BMW,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크라이슬러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및 세계 버스시장 1위 업체인 Yutong(위통), 중국 내 트럭 1위 업체인 Foton(포톤) 등 중국 로컬 상용차 및 승용차 10개 사로부터 배터리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해 현재 공급 중이다.

향후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만 5년간 총 3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2020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할 계획으로,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배터리 소재 R&D를 강화할 계획이다.

바이오, 대기업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삼성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자동차 전장 부품과 바이오에 다른 기업들 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추세다.

LG그룹은 자동차 전장 사업 부분에서 삼성보다 한 걸음 빠르게 진출했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자동차 부품 회사인 V-ENS를 인수했다. 이후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산하 카 사업부와 CEO 직속이었던 EC(Energy Components) 사업부를 통합해 그 해 7월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도요타의 차량용 텔레매틱스 부품 납품 계약을 맺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전장 부품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전문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론 ‘자율주행차’ 개발로 목표를 잡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전시회(CES)에서 미래 자동차 혁신 기술과 첨단 운전자 편의 장치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기술 확보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갖고 지난 2013년 600억원을 투자해 전자장치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장시험동을 신축했으며 연구 인력도 대폭 늘렸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인 첨단운전자지원(DAS, Driver Assistance System)기술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설명에 따르면 DAS 기술의 구현원리는 자율주행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아, DAS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지의 여부가 자율주행차 개발 시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적응형 순항제어장치(ASCC), 차선이탈방지 및 제어 장치(LDWS & LKAS), 상향등 자동 전환 장치(HBA&ADB),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 지능형 주차 보조 시스템(SPAS), 후측방경보시스템(BSD) 등의 DAS 기술들을 개발 ‧ 양산하며 관련 기술력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LG는 바이오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합병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해 그린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 LG화학은 레드바이오 분야 진출을 검토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LG화학은 기초소재, 전지, 정보전자에 이어 바이오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미래 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최근 이재현 회장의 광복절 특사 사면으로 주목 받은 CJ그룹 역시 바이오에 관심이 많다. 지난달 CJ그룹은 미국 메타볼릭스이 생명공학 관련 연구시설 및 설비, 지적재산권을 인수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는 CJ의 글로벌 바이오 사업 강화를 위한 것이다.

면세점 경쟁 중인 유통가, 미래 먹거리는?

지난해 유통업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권 따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는 연말,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지정을 확정하면서 또 한번의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면세점 업계의 강자로 분류되는 롯데그룹과 호텔신라를 비롯해 기존에 면세점 분야에 진출하지 않았던 두산과 한화까지 뛰어들었다. 여기에 사업권을 잃었던 SK는 연말 재심사에서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롯데는 서울 중구 소공동의 본점, 잠실에 위치한 월드타워점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면세점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월드타워점 재승인에 실패함에 따라 먹구름이 드리웠다. 오는 연말 한 차례 더 재심사가 남아있지만 신동빈 회장까지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그룹을 둘러싼 악재가 번지면서 월드타워점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을 통해 용산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문을 열었다. 오너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입찰을 전두 지휘했다. 3대 명품 중 하나인 루이뷔통 입점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세계 역시 남대문에 위치한 신세계 본점에 신규 면세점의 문을 열며 백화점 중심에서 면세점까지 전반적인 유통 인프라 확장을 꾀하고 있다.

두산과 한화는 면세점 입찰권을 따내며 유통 분야에 진출했다. 두산은 동대문에서 두타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화는 여의도에 한화갤러리아63면세점의 문을 열었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한화그룹에는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을 전면에 내세워 3〮4세 오너가의 활약을 엿보기도 했다.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해 왔던 SK네트웍스는 운영권을 잃으며 면세점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됐다. 그러나 오는 연말로 예정된 추가 심사로 반전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장충동이라는 입지의 특이점과 함께 시계와 보석을 주력 상품으로 차별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대기업들이 연일 면세점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국내를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나날이 늘면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시장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온라인 위주의 쇼핑 패턴 변화로 국내에선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매출액 둔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유커들을 면세점 고객으로 끌어들인다면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매출액 증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대완 달리 서울시내 면세점들의 매출액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해 모기업의 영업 손실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이 너무 많이 문을 열었고, 비슷비슷한 면세점 사이에서 유커들이 큰 차별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문에 유통 기업들은 또 다른 먹거리를 찾고 있다. 롯데는 ‘옴니채널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의 경계를 무너뜨린 옴니채널을 통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한 뒤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수령이 가능한 방식이다.

신세계의 경우, ‘하남 스타필드’의 문을 열며 복합쇼핑몰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고 있다. 신세계는 하남 스타필드를 ‘쇼핑 테마파크’라 부르는데 이는 국내 최초로 원데이 쇼핑, 레저, 힐링이 가능한 복합 체류형 공간이라 한다. 규모 면에서도 연면적 45만9498㎡(13만8900평, 지하4층~지상4층), 부지면적 11만7990㎡(3만6000평), 동시주차 가능대수 6200대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역점을 기울였다고 알려진 하남 스타필드를 통해 복합 쇼핑몰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다.

인공지능부터 스마트 에너지까지… 다양한 신성장동력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관심을 끈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 또한 AI에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SK가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 SK텔레콤은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와 전용 기기를 공개하고 인공지능 플랫폼 서비스의 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누구’는 고객이 전용 기기에 대화하듯 말을 걸면 고도화된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 지능 엔진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수행하는 서비스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가전기기 제어, 정보 안내 등 기능을 갖추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 T전화 등 자사 대표 플랫폼 개방과 3rd Party와의 협업 등으로 플랫폼 서비스 진화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출시한 ‘누구’ 또한 개방과 협업을 통해 대표 플랫폼 사업 중 하나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분야의 다양한 스타트업 · 벤처기업,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상생 생태계’ 구축 및 국내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신재생 에너지 또한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관심을 갖는 분야다. 한화그룹은 한화큐셀을 주축으로 태양광 사업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한화큐셀은 올 2분기 매출액 6억3800만달러, 영업이익 845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8000% 이상 증가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각국과 수주 계약을 맺은 것이 그룹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두산은 지난 2014년 미국 연료전지 업체 ‘UTC 파워’를 인수하며 연료전지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분당시 연료전지 발전 구축 사업을 수주했으며 부산 연료전지발전소용 연료전지 공급 계약도 성사시켰다. 올해에는 세계 시장에서 8000억원 이상을 수주하겠다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GS는 민간 발전 회사 GS EPS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진출했다. GS EPS는 지난해 3000억원을 투자한 아시아 최대 규모 105MW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준공했다. 바이오매스란 농작물, 농림업부산물, 음식물 쓰레기, 축산 분뇨 등 에너지로 전환 가능한 유기성 물질을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방식이다. 또 당진 LNG복합화력발전소 4호기 건설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집중시킨 후 해외 시장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LS는 지난 2014년 국내 최초 스마트그리드 브랜드 ‘그리드솔(Gridsol)’을 론칭한 후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자사의 스마트에너지 토털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항공 우주와 저비용 항공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 우주 분야에 역점을 가하고 있다. 특히 무인항공기에 큰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2014년에는 사단 무인용 정찰기기의 체계개발 사업을 완료해 눈길을 끌었다.

금호아시아나는 저비용 항공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올해 금호아시아나는 자사의 두 번째 저비용 항공사 브랜드 ‘에어서울’의 문을 열었다. 이미 ‘에어부산’이라는 저비용 항공사를 갖고 있었지만 저비용 항공사 두 개를 운영함으로써 단거리 노선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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