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사태에 이재용 ‘승부수’… 책임경영 확대로 위기 돌파하나

갤럭시노트7, 폭발로 판매 중단 ‘초강수’

사내이사 오를 이재용, 리더십 시험대 올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종용하며 재등판한 엘리엇

외국인 주주 목소리 커지는 것, 달가운 일 아냐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7 단종이라는 최대 악재를 겪게 됐다.

소비자들의 생활에서 밀접하게 사용되는 휴대폰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한 번 교환된 제품이 다시 폭발한 것에 대한 신뢰성 흠집 등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랴부랴 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당장 3분기 실적부터 정정 공시가 이뤄지는 등 삼성전자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됐다.

오는 27일 삼성전자의 사내이사로 선임될 이재용 부회장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흠집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결국 판매 중단된 이재용의 야심작

삼성전자는 야심작 갤럭시노트7에 대해 결국 판매 중단 조치라는 ‘초강수’를 내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7 교환품에 대해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한국국가기술표준원 등 관계 당국과 사전 합의를 거쳐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보도된 갤럭시 노트7 교환품 소손 사건들에 대해 아직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타제품으로의 교환과 환불, 판매 중단에 따르는 후속 조치에 대해선 이른 시간 내 세부 내용을 결정해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는 “최근 갤럭시노트 7 소손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 조정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갤럭시 노트7의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이 이뤄졌지만 교환 제품에서도 또 다시 폭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언론 매체 보도로 알려진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례로는 한국 1건, 미국 5건, 중국 1건, 대만 1건이 있다.

노트 7의 판매 중단 결정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일반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과 화면에 직접 필기가 가능한 펜으로 열혈 마니아층을 갖고 있던 품목이었다. 여기에 새로 추가된 홍채 인식과 방수 기능을 앞세워 출시 전부터 국내에선 40만대가 예약되는 등 큰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오는 11월 국내 출시되는 아이폰7이 선보이기 전에 미리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시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고객들의 폭발 사고 증언이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즉각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9월 1일 기준으로 국내외에서 배터리 문제로 총 35건의 갤럭시노트 7이 서비스센터를 통해 접수됐고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인 수준”이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배터리 폭발 원인을 배터리 셀 자체 이슈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품 교환 후 이어진 폭발 사고에 대해선 아직까지 삼성 내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으며 교환을 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갤럭시7, 갤럭시7엣지 등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해 주고 있다. 환불 또한 이뤄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갤럭시노트7의 사용 중지 권고가 내려졌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사용 중지를 권고했으며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공식 리콜을 발표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에서 기대 이하가 된 3분기 실적

그야말로 ‘대규모 악재’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이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이사직 선임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 계획서 승인건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 사내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이 부회장은 비등기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 선임은 단순한 연봉 공개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법적으로 책임이 동반되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책임경영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갤럭시노트7의 폭발 사고가 보도되면서 발생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단 것이다.

그러나 사내이사에 선임되기로 한 시점은 리콜 결정을 내린 후, 삼성전자의 사후 대책이 호평을 받던 시기였다. 교환된 제품이 한 차례 더 폭발된 현재로써는 상황 타개가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의 책임은 법적 범위에서 머무르지는 않는다. 일부에서는 삼성의 ‘1등 주의’가 이번 폭발 사고를 유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그룹 조직 문화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로 이 부회장이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도 있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의 여파는 당장 금전적 손해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을 재공시했다. 당초 발표했던 잠정치 영업이익이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수정되면서 무려 2조6000억원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29.63%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실적 정정에 대해 “현재 추정이 가능한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직접 비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의 교환 및 환불에 드는 비용 외 판매 제품의 회수 비용, 팔리지 않은 재고 처리 비용, 판매 관리비, 마케팅 비용, 광고 비용 등 각종 비용이 망라된 것이다.

리콜 비용도 소요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에 소요될 비용을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전체 손실은 4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회계 기준에서는 제무제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소급해 실적에 반영하도록 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 조항에 따라 실적을 재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4분기로 미루지 않고 3분기 내에 털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콜과 환불, 판매 중단 등 삼성전자 측은 대책을 강구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한번 타격을 입은 이미지를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가오는 연말 등 스마트폰 수요가 많은 시기에 신규 스마트폰 시리즈를 판매할 수 없다는 점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갤럭시S8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출시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갤럭시노트 파문에도 삼성 믿는다는 엘리엇, 속내는

한편 지난주, 통합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그룹과 갈등을 빚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다시 삼성그룹으로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것일까?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분사를 지지하는 입장을 삼성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의 분사 및 주주 특별 배당을 요구했다고 미국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엘리엇은 크게 세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눠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 사업 등 삼성그룹의 굵직한 사업군을 맡고 있지만 이를 모두 이행하고 있어 주가가 저평가 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삼성전자 주가가 다른 기업에 비해 70%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주들을 위한 특별배당이다. 엘리엇은 삼성전자가 정기 배당과는 별도로 700억달러(약 78조원)의 현금 중 총 30조원,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할 것을 주장했다. 삼성전자 운영회사의 잉여현금 흐름 75%를 주주에게 돌려줄 것도 요구했다. 마지막 제안은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독립적 이사 세 명을 선임하는 것이다.

엘리엇은 미국계 헤지펀드로 현재 삼성전자 지분을 0.61%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던 당시,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합병을 반대한 바 있다. 그 후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처리했지만 당시 엘리엇은 소유 지분을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삼성그룹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삼성그룹은 과거 ‘적군’이었던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일단은 두고 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그룹이 그려왔던 승계 시나리오와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 구도를 확실시 하려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9% 보유하고 있다.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치는 이건희 회장이 3.49%, 홍라희 리움 미술관장이 0.76%이다. 또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4.16%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후,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다스리는 형태를 취하는 것은 이미 제기된 시나리오다. 여기에 통합 삼성물산과 지주회사의 합병 또한 높은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았는데 이러한 구상안은 현재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과도 유사하다.

걸림돌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통해 지분을 갖는 것을 금지하는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분할, 혹은 분할 합병을 할 경우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 주식에 대한 신주의 배정을 금지하고, 분할승계회사는 신주발행뿐만 아니라 자기 주식을 교부하는 행위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의 취지는 “회사의 자본을 통한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체제를 육성하려는 것”이라 설명돼 있다. 때문에 삼성그룹 입장에선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 삼성전자의 분할을 서둘러야 한다. 아직 법안 통과 전이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지분, 이미 50% 이상 외국인의 손에

그러나 시한이 급하다 해서 엘리엇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또한 골치 아픈 일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힘이 커지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것에는 엘리엇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특히 엘리엇의 제안 중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3의 위치에 있는 이사진을 선임해달라는 제안은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 전까지는 엘리엇의 제안에 답을 줘야 한다. 엘리엇의 제안이 보도된 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 엘리엇은 이미 금전적 이익을 거뒀다. 만약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여 특별 배당을 한다면 엘리엇은 1조8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71%로 절반이 넘는다. 이는 오너일가 및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다 합친 18%를 상회하는 것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다.

엘리엇은 이번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파동으로 큰 위기를 겪는 삼성전자에게 일단은 ‘믿음’의 신호를 보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브랜드라는 관점을 유지하며 최근 벌어진 위기가 삼성전자의 운영 방식과 지배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최고 수준의 기업 운영방식과 지배 구조 개선을 채택함으로써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 잡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 엘리엇이 자신들이 제안한 내용을 하루 빨리 채택하라는 ‘압박’을 한 것이라 보고 있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