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지적받는 푸르지오 문제점…배후수요ㆍ분양가 문제에 장기공실 우려

아현역 푸르지오, 북아현1-2 조합에 110억원 가압류 신청

일부 주민들 “과연 상가 공실 채워질까” 전전긍긍

배후수요 확보ㆍ분양가ㆍ임대료 부담에 상가 미분양ㆍ장기공실 우려↑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아현역 푸르지오가 최근 조합 해산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이 아파트는 북아현 뉴타운 1-2구역을 재개발해 지난해 10월 준공인가를 얻어 입주 1년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의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이 시행사인 북아현1-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북아현1-2조합)으로부터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며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해당 조합의 재산 110억원 가량을 가압류했다. 대우건설이 이들로부터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한 이유는 ‘상가 미분양’ 때문이었다. 조합 측은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를 분양해 얻은 수익으로 대우건설 측에 공사비를 지불하려 했지만, 예상보다 공실률이 커지며 기존 계획을 진행할 수 없었다. 문제는 푸르지오의 상가 미분양 문제는 기존에도 지적돼 왔고, 한바탕 잡음으로 인한 입주민들의 동요가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간한국>이 직접 찾은 아현역 푸르지오는 주변의 다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먼지와 소음 외에 굉장히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아파트는 총 12개동 940가구의 규모로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1년여가 지난 현재는 9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눈에 띈 것은 주상복합 단지 상가 내 곳곳에 빈 공간이 많다는 점이다. 입점이 완료된 점포는 부동산이 주를 이뤘고, 소수의 세탁소와 미용실, 음식점 등이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보다 많은 것은 아직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빈 점포들이었다. 현재 이 단지 내 상가 점포 전체 49호 중 32호가 분양하지 못한 상태였다.

또 눈에 띈 것은 아파트 도로 끝에 걸려 있는 북아현1-2 조합의 해산을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이들이 이번 달 21일 해산총회를 앞두게 된 이유는 텅텅 빈 상가 점포와 무관하지 않았다. 조합 측은 지난해 아파트 준공인가를 얻음과 동시에 상가 분양을 위해 시공사인 대우건설로부터 100억원 가량을 차용했다.

조합 측은 상가 분양에서 나온 수익을 통해 100억원을 갚을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상가의 공실률은 굉장히 높은 상태로 이를 실현할 수 없었다. 때문에 대우건설 측은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며 북아현1-2 조합에 110억원 상당의 가압류를 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여금이 회수된다면 가압류 역시 해제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과 도급액 관련에 이견이 생겼고, 이에 대한 법원의 합의조정 결정을 받아들여 도급액 인상 없이 가계약시 도급액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며 “금전대차계약 체결과 약속어음 작성으로 합의가 됐고, 미회수 대여금에 대한 채권확보 차원의 압류를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북아현1-2 조합의 재원은 부족한 상태였다. 경의선 철도를 복개해 북아현 뉴타운 1-1구역과 1-2구역 사이 도로를 설치할 예정이었던 ‘과선교 공사’의 비용을 서울시가 예산부족으로 조합 측에 넘기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공사 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조합 측은 공사비 약 120억원을 구청 측에 예치하며 재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대우건설 측은 공사비 회수가 완료됐지만, 사업비 대여금 168억원 가량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168억원 중 아파트 입주 잔금과 조합 보류지에 대한 매각대금이 입금되면 올해 안에 66억원을 회수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나머지 102억원을 단지 내 상가 총 49호 중 잔여상가 32호 매각을 통해 회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대우건설 측은 “잔여상가에 대한 분양수수료 및 할인비용 등은 대우건설에서 부담하는 조건으로 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대우건설에게 과선교 공사 실행의 유무와 잔여상가 매각 등은 대여금 상환에 있어 크게 걸림돌이 될 사항이 아니었다. 상가를 대우건설이 인수하며 분양 운영권도 이들이 소유하게 됐고, 향후에는 대우건설 측의 현명한 일처리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현역 푸르지오 입주자 일부와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과연 상가의 빈 점포가 채워질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 진짜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와 같은 지적은 과거에도 여러 번 제기됐다. 올해 초 입주 1년을 맞았던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도 아현역 푸르지오와 같은 ‘상가 미분양’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 주상복합 단지 상가 대부분이 텅 빈 상태로 남아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이에 관한 다양한 문제점이 다뤄졌다.

당시 센트럴 푸르지오 단지 내 상가의 공실률이 클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다른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과 같았다.

우선 1000세대 이하의 중ㆍ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없었던 배후수요에 주요 문제가 있었다. 본래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일반 아파트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만큼 상가 이용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아파트를 짓거나 주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총 248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센트럴 푸르지오의 경우 이런 배후수요 확보에 있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또 센트럴 푸르지오는 초역세권 단지로 열악한 배후수요에 비해 상가 분양가는 지나치게 높았다. 때문에 평당 5000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상가 1층 분양가에 그 누구도 입점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임대료를 합리적 수준으로 낮춘다고 할지라도 역시 배후수요가 이상적이지 못하다면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센트럴 푸르지오뿐만 아니라 과거 마포 한강푸르지오에서도 이런 이유로 인해 상가 미분양과 장기공실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현역 푸르지오 역시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간한국>이 만난 아현역 푸르지오 주민과 주변 상인들 역시 단지 내 상가입점에 대해 회의적 의견을 내놨다. 한 주변 상인은 중·소형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 언덕 위 외진 곳에 위치해 있고, 언덕 아래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신촌’이 생기면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 이용객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편한세상 신촌’은 총 1910가구 입주할 수 있는 규모로 단지 내 상가 총 85개 그리고 주변 대형 편의시설들이 내년 3월에 들어설 예정이다.

또 주상복합 단지 내 상가의 특성 상 임대료도 만만치 않아 상가가 채워질지 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측도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일부 공감했다. 단지 내 상가 총 49호 중 17호의 매각이 완료됐고, 현재 분양의 결과로 봤을 때 아현역 푸르지오의 적은 세대수와 상가 이용을 위한 부족한 접근성 등에 공실이 대거 생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인정했다.

물론 아현역 푸르지오는 역세권 아파트로 분류되지만, 단지 내 상가는 센트럴 푸르지오의 경우와 달리 분양가가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준공 예정인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2호선 아현역으로부터 먼 곳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상가 1층의 분양가는 주변 지역 상가 시세와 비교했을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아현역 푸르지오 단지 내 전체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3.3㎡) 1100만원에서 2300만원에 책정돼 있다.

구체적으로 상가 분양정보 사이트 상가뉴스레이다에 올라온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의 10월 현재 분양가 통계에 따르면 1층은 최저 2400만원 그리고 기준가는 2800만원에 책정돼 있었고, 최대가는 3000만원에 달했다. 2층은 1500만원으로 최저가와 최대가가 고정돼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 분양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합리적인 시세를 이루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기준가 차이로 봤을 때 마포구 내 상가 시세에 크게 낮은 수준도 아니고 서대문과 은평구 시세로 따졌을 때는 오히려 높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텅텅 빈 상가에 대한 지적, 이번 아현역 푸르지오 상가 공실 문제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상가 공실률에 대한) 해결책을 위해 조합과 협의해 할인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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