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 , ‘최고의 사업파트너’에서 눈치보기ㆍ사업중단 상황으로

손정의 회장, 철저한 전략으로 사우디 국부펀드 100조원대 투자유치 이끌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인연 맺어온 포스코건설ㆍ포스코대우, 현 상황은 ‘잡음’

포스코대우,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에 ‘사실상의 정리단계’

일본 최대의 통신ㆍIT 기업 소프트뱅크 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100조원 대에 이르는 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IT 투자 펀드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결정에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투자 소식에 국내 업계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합작사업으로 인연이 있는 포스코에 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포스코 그룹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과 포스코대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각각 자회사 매각과 자동차 프로젝트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투자 유치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뤄내겠다는 손정의 회장은 장기적이고 과감한 전략수립에 일각에서 나오는 회의적 전망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언론들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10조엔대(약 100조원대) 펀드 설립을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악’이라는 표현으로 대서특필하며 이 소식을 집중 조명했다.

구체적으로 소프트뱅크와 PIF는 5년간 각각 250억 달러(약 28조 2250억원) 이상 그리고 최대 450억 달러(약 50조 8050억 원)를 공동으로 출자할 계획이다.

‘세계 벤처투자의 큰손’으로 알려진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던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황태자와 도쿄 미나토구 영빈관에서 회담을 가졌고, 거대 펀드 조성에 대한 구두합의를 이뤘다. 이어 지난 12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해당 펀드의 이름을 ‘소프트 뱅크 비전펀드(SVF)’로 정한 상태다.

특히 PIF뿐만이 아닌 국내외 글로벌 투자기업도 해당 펀드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체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13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IT 분야 투자 펀드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만약 SVF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면 최근 5년 간 펀드 투자로 599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기업 블랙스톤 그룹을 뛰어넘게 된다.

소프트뱅크는 자산규모 3000억달러(약 330조원)에 이르는 ‘PIF 오일머니’의 든든한 후원을 얻으며 손 회장의 경영이념인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이뤄나갈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VF을 통해 세계 IT 기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릴 수 있고, 향후 10년 간 IT 분야에서 최대급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IT 기업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정보혁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일본 내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이런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은 PIF와의 펀드 조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소프트뱅크의 재무상황과 주식시장 불안정화에 대한 대처 등 걸림돌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미 전 세계에 700여개의 자회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 그리고 핀란드의 유명 게임회사인 슈퍼셀의 지분 51%를 각각 약 19조 5000억원과 1조 67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슈퍼셀의 지분율을 73%로 끌어올리며 최대 주주가 됐다. 올해 9월에는 영국 반도체 기업 암 홀딩스를 약 35조 7000억원에 인수했다.

손 회장은 이 거대 인수를 감당하기 위해 개인과 법인 전용 회사채 총 4710억엔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가 떠안고 있는 유이자 부채는 약 12조엔(약 130조원)으로 이는 당사의 연간 영업이익의 약 12배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암 홀딩스 인수를 위해 일본 미즈호 은행에서 1조엔을 차입하며 재무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이에 마이니치신문은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방법에 대해 ‘투자 안건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했다”며 “향후 유이자 부채가 더 커질 수 있고, 현재까지 적극적 투자로 사업을 확대해 온 손 회장이지만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따가운 시선이 쏠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은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한 구체적 투자처에 대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개발이라고 분명히 밝히며,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손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10년 내 한국의 IoT와 인터넷, AI 등 전력 분야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신재생에너지로 아시아 각국 전력망을 통해 전기를 공유한다는 ‘아시아 슈퍼 그리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등 재무상황에 대한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孫과 반대방향’…PIF와 멀어져가는 포스코

소프트뱅크의 이번 행보로 최근 업계에서 이 회사와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포스코다.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과 포스코대우는 소프트뱅크와 펀드 조성 협의를 나눈 사우디 국부펀드와 인연이 깊다.

2014년 8월 포스코와 PIF는 협력사업을 추진해오며 지난해 6월 PIF가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1조 2400억원에 매각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PIF는 포스코가 보유한 지분 25%와 포스코건설이 발행한 신주 지분 12% 등 총 38%의 지분을 확보하며 사실 상 포스코건설의 2대 주주가 됐다. 동시에 PIF 측 2명의 대표가 포스코건설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포스코는 이 계약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 자사 재무구조 개선과 협력사업 분야 확대를 기대했다. 특히 PIF 측과 사우디 국영 건설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해 사우디 정부 주도의 철도와 호텔 등 현지 건설ㆍ제조업 사업을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사우디 건설 합작법인인 ‘포스코건설 사우디아라비아(PECSA, POSCO E&C SAUDI ARABIA)’를 설립해 해당 사업을 계획대로 실행해 나가며 사우디 건설사업 분야 진출을 가속화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대우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PIF와의 협력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총 1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17년부터 연간 15만대 규모로 사우디 자체브랜드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프로젝트에는 포스코와 포스코건설도 각각 자동차 강판 공급과 자동차 공장 제공 등을 통해 대우인터내셔널에 든든한 지원사격을 해줬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사우디 큰손들과 최고의 사업 파트너로 앞장섰던 포스코 그룹의 두 계열사들은 현재 손정의 회장과 모하메드 빈 살만 황태자의 미소와 악수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먼저 포스코건설은 자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처리방안을 두고 현재 딜레마에 빠져있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지분 95%를 소유, 포스코엔지니어링의 경영난 심화로 인해 매각ㆍ합병 등의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10월 포스코건설 이사회에는 해당 안건이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지만, 이달 초부터 포스코엔지니어링 전 직원 1200여명 중 600여명의 감축을 목표로 자율적 회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희망퇴직 신청자가 목표에 크게 미달하면 강제적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과 합병 등을 위한 초기 절차인 인력 구조조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들 의 행보를 통해 포스코건설 측이 빠른 시일 내에 해당 결정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 빠른 시일 내의 처리는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바로 포스코건설의 사업 파트너이자 2대주주인 PIF가 이번 매각ㆍ합병에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PIF 측은 총 6명의 이사진 중 비록 2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매각ㆍ합병 건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을 이뤄야 하며 38%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안건의 통과는 과연 포스코건설의 PIF 측 이사들을 향한 설득과 동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업계 내 일부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해외사업 파트너로서 포스코와 손을 잡은 PIF가 해외사업 부진에 따른 경영난으로 합병을 고려하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포스코엔지니어링은 해외수주 확보 부진과 이에 따른 일감부족 등으로 포스코건설도 골치를 앓아왔다.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처를 지향하는 정부 사업체가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이 포스코건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포스코건설의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34.6%로 지난해 말 471.9%보다 늘어난 수치를 기록하며, 합병 등에 대해 PIF 측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 사업파트너들로 인해 딜레마에 빠진 곳은 포스코건설뿐만이 아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바꾼 뒤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진행해오던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의 사실상 정리단계에 들어갔다.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7월이다. 당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포스코 임원 관계자들은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 설립 주체와 담당자 변경 등의 문제로 해당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특히 프로젝트의 타당성 검증 발언까지 나오며 사업 상 난항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업계 내에서는 이런 결과가 예견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추진 초기인 지난 2014년 4월부터 자동차 분야에 대한 경험은 부품본부 운영으로 완제품 제작에 대한 전례가 없던 포스코가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잡음이 회사 내외부에서 들려왔다.

심지어 기존 2017년으로 예정됐던 차량 생산이 2019년으로 미뤄졌고, 프로젝트의 사우디 대주주 변경과 상표권 문제 그리고 지분율 변경 등 여러 걸림돌이 생겨나며 결국 2년 6개월이 지나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에 이르렀다. 이에 ‘사실상의 정리단계’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감한 소프트뱅크 vs 흐지부지 포스코

주변의 일부 회의적 전망과 재무상황 등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또 다른 거대 투자처를 찾아 나섰다. 손 회장에 우호적인 다수의 일본 언론 역시 현재까지 다방면에서의 행보에 대해 ‘성공적 투자’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슈퍼셀은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올라오며 출시 게임을 연달아 히트시켰고,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스프린트 역시 차츰 실적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렸지만, 엔화 상승효과를 이용한 투자처 확장과 지분 매각 등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일본 재계에서는 ‘손정의가 하면 이유가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의 PIF와의 합작 투자 펀드설립 발표로 이들의 뜨겁고 환호 섞인 분위기의 반대편에서 포스코건설 및 포스코대우와 마주한 PIF와의 현 상황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대주주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과 흐지부지하게 중단된 파트너 관계를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프트뱅크의 사례를 통해 포스코 역시 과감하고 철저한 투자전략 수립과 동시에 다각도의 대책마련이 아닌 다각도의 판로 확장을 배워야 할 차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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