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百 코엑스 상권 충돌, 승자는?

신세계, 코엑스몰 운영 사업자로 선정

하남-삼성-센트럴시티 잇는 ‘유통 대로’ 만든다

현대百, 무역센터점 통해 면세점업 진출 예고

지난해 서울 강북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을 벌였던 유통 기업들이 이번에는 강남으로 무대를 옮겼다.

강남 안에서도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몰과 무역센터 인근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코엑스몰 임차 운영권을 갖고 새롭게 등장한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통해 그 자리를 터줏대감처럼 지켜온 현대백화점그룹이 눈에 띈다.

신세계, 수익성 논란에도 적극적… ‘복합 쇼핑몰 인프라 구축’

신세계그룹은 지난 28일 코엑스몰과 칼트몰 임차 운영 사업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임차 운영 사업 정식 계약을 통해 신세계는 코엑스몰과 도심터미널 칼트몰의 입점 매장 관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운영권을 향후 10년 동안 위임받게 된다.

신세계는 기존 코엑스몰의 이름을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각오가 반영된 것이다. 신세계는 코엑스몰 내 센트럴플라자의 오픈라이브러리 조성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및 무역협회와 공동으로 다양한 명소화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사업의 수익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삼성동의 코엑스몰과 칼트몰 임차운영사업은 당초 현대백화점의 한무쇼핑과 애경그룹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종적으로 신세계 혼자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따라 타 기업들이 이 사업의 수익성을 낮게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이러한 임대 수입 논란을 의식한 듯하다. 신세계그룹 측은 코엑스몰 실사 결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코엑스몰 임대수입 530억원은 코엑스몰만의 최소 보장 임대료를 산정한 것이며 코엑스몰과 칼트몰의 실제 임대 수입을 고려하면 올해 예상 임대 수입은 66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익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코엑스몰 임차 운영 사업에 뛰어든 것은 하남 스타필드-코엑스몰-반포 센트럴시티를 잇는 이른바 ‘강남 벨트’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과 신규 면세점 입찰 부지로 예정된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점과 연계해 유통 채널의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 복합쇼핑몰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유통 트렌드를 이끌려는 의도도 있다. 특히 지난 9월 문을 연 ‘하남 스타필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리고 있는데 하남 스타필드를 시작으로 국내 복합쇼핑몰 시장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의도다. 코엑스몰 운영권 확보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코엑스 상권 부흥에 적극적인 현대百

신세계그룹이 코엑스몰 임차 운영의 사업자로 낙찰되면서 현대백화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코엑스 지하 통로와 연결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전국에 있는 현대백화점 점포 중 가장 매출액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을 통해 과거 코엑스몰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결국 코엑스몰 임차 운영 사업에 다시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은 임차 사업 운영 심사 불참 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해부터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은 꾸준히 나왔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 신규 면세점 입지로 낙점했다. 오는 연말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도 이미 신청서를 내놨다. 현대면세점은 무역센터점 3개층을 리모델링한 후 특허면적 1만 4500제곱미터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면세점 오픈을 포함해 현대백화점은 코엑스 일대의 상권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 현대면세점은 강남구청, 한국무역협회와 ‘강남구 관광 발전 및 MICE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면세점은 코엑스 일대 관광 발전을 위해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자한다.

무역센터점을 신규 면세점 입지로 선정한 것이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엑스는 국내 유일의 마이스(MICE) 관광 특구다. 주변에 전시, 컨벤션 센터, 특급호텔, 카지노 등 각종 시설이 구비돼 있다. 강남 지역을 방문하는 비즈니스 관광객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사가 코엑스 상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르다. 현대백화점은 주변 마이스 시설을 통해 기존 면세점의 고객으로 여겨졌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개인, 다국적 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는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하남 스타필드로 시작해 센트럴시티 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코엑스를 통해 만나게 된 두 기업의 유통 대결은 어떠한 모습 일까. 일단 현대백화점의 무역센터 면세점이나 신세계그룹의 신규 센트럴시티 면세점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효과를 예상하는 건 이르다. 오는 연말 면세점 입찰을 통해 4곳의 신규 면세점이 지정되는데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대기업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포함해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이 있다. 특히 롯데와 SK네트웍스는 지난번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부활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최근 검찰수사로 악재를 겪긴 했지만 롯데의 월드타워점은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워커힐면세점이 재허가에 실패하며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 뒤 그룹 차원에서 재허가를 위한 준비를 해 왔다. 네 자리 중 한 자리는 중소 및 중견 기업의 몫이므로 대기업들은 나머지 세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신세계가 코엑스몰의 사업 운영권을 갖게 되면서 양 사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통해 맞닿게 됐다. 이에 대해 양 기업은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무역센터점은 이미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 역시 “아직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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