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보험, 부채’라는 오해, 보험사ㆍ소비자 이중피해 줄 수 있어

일부 언론·전문가 “IFRS4 2단계 도입으로 저축성보험은 곧 부채로 잡혀”

업계관계자 “저축성보험이 부채라는 설명은 명백한 오해”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가 오는 2021년부터 도입되면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이 부채에 포함될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보다 변액보험 판매에 더욱 주력하고 있고, 일부 생명보험사에서 저축성보험 상품을 축소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새 회계기준 대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권 축소 우려가 높아지고,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높아진 보험사들이 향후 보험료를 인상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의혹과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첫 국정감사에 출석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의 도입 시기에 대해 “국제회계기준 위원회가 내년 상반기에 기준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며, 시행 시기는 기준서를 발표한 뒤 3년 뒤가 되기 때문에 2021년이 예상 된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진웅섭 원장이 언급한 IFRS4 2단계의 핵심은 보험사의 부채, 즉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원가평가 방식에서 결산시점의 시가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이는 보험사가 가입자들에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 더 엄격히 평가한다는 긍정적 취지가 포함돼있다. 그런데 만약 원가가 아닌 결산시점에서 부채를 평가하게 된다면, 보험사들의 부채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과거 5% 이상 고금리의 확정형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일수록 향후 부채규모 역시 늘어나 자산건전성을 잡기 위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FRS4 2단계에서 저축성보험은 계약과 동시에 수익이 아닌 부채에 해당돼 총 매출액에서 저축성보험을 뺀 부분만이 실제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변액보험 상품이 자리 잡기 이전인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은행 적금의 대안으로 고금리에 연금보험이나 양로보험 등 종류가 다양했던 저축성 보험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저축성보험의 기 가입자들이 상당한 이자혜택을 보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고 변액보험 판매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축성보험과는 반대로 변액보험은 새 회계기준에도 부채로 잡히지 않고, 가입자가 약 7~10년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금 확보에 유용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가입자에 확정형 이율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보험에 비해 금리변화나 펀드수익률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향후 가입자에 돌아가는 보험금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원금이 보장되는 변액연금보험에 비해 변액유니버셜보험 상품은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어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보다 변액보험 판매와 개발에 집중하는 행보는 자연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생명보험사들 중에는 저축성보험의 신계약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험료 납부 한도를 축소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한화생명은 지난 3월 방카슈랑스 저축성보험 상품 중 하나였던 ‘스마트 63저축보험’의 판매를 중단했다. 또 현대라이프도 최근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축성보험을 축소하고 변액보험에 집중하는 보험사들의 정책이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권 축소로 이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히며 리스크관리를 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통해 자산건전성을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 결국 이 역시 소비자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적과 우려가 ‘잘못된 언론보도’와 ‘부족한 전문가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해당 내용을 다룬 일부 언론보도나 전문가들에게는 생소했을 수도 있겠지만, 저축성보험에 대한 IFRS4 2단계의 내용은 오래 전부터 논의돼온 사안으로 대부분의 보험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FRS4 2단계 도입으로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힌다는 해석은 IFRS4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기준은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히는 개념이 절대 아니고, 이것은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할 때 자산을 시가평가 즉 현재 가격으로 평가한다는 이야기”라며 “보험료는 나중에 보험금으로 지급을 할 것이고, 이것을 자본(수익)으로 잡지 않고 부채로 잡고 있다가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을 할 때 수익으로 잡는다는 단순한 지급 방법상의 차이지 저축성보험이 곧 부채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험사 관계자들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 저축성보험이 곧 부채라는 오해로 인해 보험사가 저축성보험 상품을 전략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일부 의혹을 납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하거나 축소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어느 보험 상품이나 필요에 의해 수시로 출시되고 판매중지가 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중 판매중지가 된 상품이 더 많은 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화생명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상품의 판매중단을 내린 것은 기존 상품을 대체할 새로운 상품의 출시를 위한 정책상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IFRS4 2단계 도입을 의식했거나 판매실적 저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변액보험이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 그리고 생각보다 높은 불완전 판매율로 인해 오히려 일반 저축성보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저축성보험의 전략적 축소가 이뤄진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이 곧 부채라는 오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보험사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판단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오히려 이런 언론보도나 비전문가들의 설명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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