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장례문화 선도, 상조업계 혁신 창출…소비자 위한 토털서비스 구상”

허례허식 타파-소비자인식 전환, 상조업계 위기 극복할 수 있어

해군 제독 출신 권병주 대표 “무게중심 바로잡은 배처럼 안정성 추구”

핵가족화 심화… 젊은 세대도 상조 서비스의 필요성 느껴야

사회공헌 업계 1위 자부 “사회적 기업의 근본 살려나갈 계획”

얼마 전 한 공중파 방송에서 국내 상조회사의 비리와 도산, 운영방식의 문제점 등을 집중 조명했다. 상조사에 대한 정보가 한정되고 장례를 현재의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해온 소비자들에게 방송은 상조업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상조사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하거나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가운데 “상조업계를 180도 바꿔보자”고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재향군인회상조회의 권병주 대표이사다. 3일 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주간한국>과 만난 권 대표는 해군 제독 출신답게 ‘개혁’과 ‘바로잡기’라는 말을 강조하며, 현재 상조업계 및 장례문화의 문제점과 지향해야 할 방향, 그리고 상조에 대한 소비자 인식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

- 모든 업계에서 그러하듯 문제점이 생기면 이를 보완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는다. 현재 상조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을 추구하고 있는가.

“상조업계는 현재 소비자불안 해소와 사내 운영방식의 문제점 해결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상조업계가 아닌 우선 ‘장례에 대한 인식’과 ‘장례문화’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유교적 전통 장례방식은 상주가 마치 죄인 취급을 당했다. 조문객들에게 인사하고 절하고 음식을 대접하고, 때문에 우리의 장례식장은 망자가 아닌 조문객 중심으로 이뤄져 여기서 여러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장례식장에 손님을 맞는 모양이다 보니, 허례허식이라는 것이 생겼다. “

- 허례허식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지.

“최근 지인 중 한 분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렀는데 무려 15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상조회사 가입비용이 3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이 발생하는데 이 돈으로도 장례를 치르기 위한 수의와 화환, 조화, 관 등 모든 것을 같은 품질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장례식이 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자리이고, 이렇게 해야 본질에 맞는데 우리나라의 장례식장은 조문객 맞이를 보다 중시하는 곳으로 굳어지다 보니,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지출이 생기게 된다. ‘남들은 좀 더 비싼 수의를 입거나 화려한 조화를 세워놓는데 우리도 여기에 뒤지지 않으려면 비싸더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이런 허례허식의 장례문화 때문에 상조업계의 문제점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결혼식도 과거 허례허식에서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데 장례의 경우 아직도 ‘돈 없으면 편히 죽지도 못한다’라는 말처럼 허례허식과 여기서 비롯되는 장례업체의 폭리, 그리고 본질을 벗어난 운영방식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재향군인회상조회가 새로운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이를 정착시키는데 모범을 보일 생각이다.”

- 바람직한 장례식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과거 군복무 시절, 하와이에 국방무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미군 6ㆍ25 참전용사이면서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던 미국인 지인의 부인이 돌아가셨다. 그분의 장례식을 교회에서 치렀는데 조문객들이 다 자리에 엄숙히 앉아 있고 지인 분은 단상에 올라가 이런 저런 농담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다. 한국인으로서 ‘상주는 죄인이다’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던 나에게 굉장히 충격이었다. 이어 대형화면에 띄운 슬라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부인의 출생과 학창시절 그리고 자신과의 연애시절과 결혼생활,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 설명했다. 또 딸이 단상에 올라가 어머니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고백하며 진정한 추모의 자리를 만들었다. 물론 엄숙한 추도의 시간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례식 이후에 조문객들이 식사 시간을 가지면서 고인에 대한 추억을 말하며 가족들에 격려를 전했다. 이때 ‘장례식은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 외국의 장례문화에 대해 폭넓게 공부했다. 각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인들 눈도장 찍기에 바쁜 장례식보다는 ‘고인이 살아왔던 일생을 마지막으로 되새기는 특별한 자리’라는 인식으로 점차 바꿔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재향군인회상조회가 다른 상조회사와 차별화된 점은 ‘허례허식’을 지양한다는 것과 또 다른 것이 있는가.

“현재 국내에 214개 상조업체 중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은 ‘사회공헌’이다. 재향군인회상조회는 엄연히 사익추구보다 공익추구 목적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다른 사기업들의 경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이곳 저곳 회사를 불려나가서 성과금을 얻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만 치중한다면 장사꾼밖에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익을 광고나 끼워팔기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회환원에 신경 쓰고 있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국가 유공자임에도 나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못 받고 독거노인으로 지내시는 분, 연세가 지극하심에도 불구하고 핵가족화 등으로 자식들의 보살핌이 없어 노동에 시달리시는 분 그리고 돈이 없어서 편히 눈을 감지 못하시는 분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분들에게 무료 상조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재향군인회 회원은 군에서 장기간 복무한 사람들만 뽑는 것이 아닌, 군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두 재향군인회 회원이다. 이들에게도 상조서비스 가입비를 일정금액 할인해 제공하고 있다. 할인보다 중요한 것은 보다 양질의 장례서비스이므로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장례식장을 마련해 현역ㆍ예비역들 모두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렇게 사회공헌에만 신경 쓰면 회사 운영이 제대로 되겠는가 라고 질문하지만, 오히려 이런 사회적 기업에게 나중에 돌아오는 것이 더 많다. “

-아직 젊은이들은 상조회사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생로병사와 함께 장례라는 것은 우리가 꼭 겪을 수밖에 없음에도 젊은 세대들은 아직 장례에 대해 자신과 멀거나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신다고 가정해보자, 자식으로서 슬픔에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일부 악덕 장례업자들은 오히려 이것을 노리고 있다. 유족들은 이런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수의와 조화 등 장례물품의 품질과 가격을 계산기를 두드리며 따져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장례업자들이 하라는 대로 하며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일생에 한 번 하는 것, 비싸면 어때’라고 가볍게 생각하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장례가 끝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지나친 바가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조회사 서비스에 들어있으면 모든 장례절차를 함께하고 양질의 장례물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다. 악덕 장례업자로부터 방패막이 되고 짧고 길 수도 있는 장례기간 동안 가족과 다름없는 파트너가 된다. 상조서비스의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 젊은 소비자들이라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를 가정해보라고 하고 싶다. 장례물품 선정은 온라인 쇼핑몰의 옷처럼 가격과 품질비교를 할 여유가 없다. 그래도 상조서비스를 신용하지 못하는 젊은층에게 우리는 ‘토털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

-토털서비스라면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말하는 토털서비스란, 장례식에서뿐만 아니라 납골당까지 가는 전 과정을 전문 인력이 함께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상조회사들이 의전행사는 아웃소싱하고 있지만, 우리 재향군인회상조회는 이를 직영하고 있다.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전문 의전팀장들은 우리가 직접 선발하고 교육해 전문성을 키웠고,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행사를 진행한다. 때문에 서비스 질도 타사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수의는 전 상품에 대마 100% 품질이 인증된 삼베 수의를 사용하고 있고, 모든 장례물품에 대해 품질보증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젊은 소비층에게 이 토털서비스는 더욱 믿음을 줄 것이라 자부한다. “

-장례문화에서 허례허식 타파와 상조서비스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군인정신 중 어떤 신조를 중시하며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싶은가.

“해군 출신이다 보니 ‘무게중심을 바로잡자’라는 신조를 강조하고 싶다. 배가 무게중심을 똑바로 잡지 못한다면, 기울어지고 앞을 바르게 볼 수 없다. 이는 곧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말과도 같다. 회사 경영을 위해 이윤을 쫓기보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다. 현재 누적회원 약 37만명에서 더 회원을 끌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이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로 큰 정성을 쏟고 싶다. 이 안정성은 단순한 서비스 차원에서 끝날 과제가 아니다. 현재 소비자들이 상조업에 대해 가장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회사 자금보유 정도다. 이번에 방송을 통해 문제로 지적받은 한 가지도 상조사들이 자금운용을 제대로 못해 그 안에서 비리가 생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재향군인회상조회는 투명한 회계와 안정적 자금관리를 추구한다. 또 무리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 법정예치비율 100%의 예치금을 제1금융권에 적립하고 나머지 여유 자금 중 일부를 장례식장이나 요양원 등 관련 업종에 투자해 수익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적어도 장례기간만큼은 유족들이 우리 가족이라는 마인드로 일할 것이다. “

한민철 기자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사례로 본 상조업계 ‘위기’ 해법은?

상조업계 문제점 극복, 관건은 ‘안정성’과 ‘신뢰’

재향군인회상조회, 두 마리 토끼 잡아 상조업계 ‘긍정적 인식’ 창출 노력

현재 국내에만 214여개의 상조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범람’ 수준의 업체 수를 형성하고 있는 상조업계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불안정한 재정상태와 무분별한 영업형태 그리고 지나친 이익추구가 그것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상조공제조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상조업체들의 상조회비 대비 담보금의 비율은 1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8월에서 9월 사이에 부실 상조업체들의 폐업 신고가 이어지며, 소비자의 불안감과 상조업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높아졌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업체의 부실 경영을 막고자 이들이 받는 선수금의 50%를 예치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또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가입했던 상조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전 회사에 냈던 상조회비의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재향군인회상조회는 자신들만의 경영적 안정성과 사회공헌으로 상조업계에 감돌고 있는 위기와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재향군인회상조회는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법에 따라 설립해 재향군인회가 100% 출자한 산하기업이다. 지난 2005년 출범해 누적회원수만 37만명으로 금융예수금 약 1800억원을 상회하며 재정상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또 비전문적 인원들의 무분별한 영업활동을 지양하기 위해 전문 교육을 받은 특판팀에 의한 회원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포스코건설과 문배철강 등 대기업들과 상조서비스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해 안정적으로 영업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향군인회상조회는 다양한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재향군인회의 설립 취지에 따라 재향군인회상조회 수익의 일부는 보훈성금으로 환원돼 공익활동에 사용한다.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 분양소 설치 및 의전 지원, 연평도 도발 희생자 및 황장엽 북한 민주화 위원장 의전 지원 등도 지원해 왔다. 또 가정형편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 산하 과거사관련 업무지원단이 시행한 사할린 강제동원 한인 유골봉환사업에 2014년부터 3회 연속으로 시행사로 참여해 희생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유족들과 함께 국내로 봉환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등 국가정책 사업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재향군인회상조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이윤추구보다는 안정성과 신뢰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긍정적 이미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투명한 회계와 전문인력 창출, 공익실현에 힘쓰는 재향군인회상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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