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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내 카드사 vs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 갈등 갈수록 점입가경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부터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줄줄이
해외 결제 수수료율 올리면 약 81억원 추가로 내는 셈
[이민형 기자] 국내 카드사와 비자(VISA)카드 간의 수수료 인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지난 5월 비자카드가 국내 카드사에 내년부터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비자카드가 제시한 인상안에 따르면 수수료는 최소 10%(해외 결제 수수료율 1%→1.1%)에서 최대 2배(해외 매입 수수료율 0.1%→0.2%,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율 0.25달러→0.50달러)까지 올라간다.

해외 매입 수수료, 각종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분담금 등 국내 카드사가 비자카드에 줘야 하는 수수료가 올라갈 뿐 아니라 카드 사용자들의 부담도 늘어난다. 이 중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해외 결제 수수료다.

사용자가 국내 카드사가 발급한 비자카드를 갖고 해외에 나가 1000달러를 결제하면 지금은 결제액의 1.0%인 10달러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데 해외 결제 수수료율을 올리면 1.1%인 11달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카드 사용자들이 비자카드에 낸 해외 결제 수수료는 약 812억원이다. 수수료율이 오르면 약 81억원을 추가로 내게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은 일방적 통보인 데다 중국과 일본은 그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서 수수료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인상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한국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는 불공정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도 비자카드는 한국에 대해서만 해외 결제 수수료를 1%에서 1.2%로 인상하려다가 국내 카드사들이 반발하자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인상안 소식을 접한 국내 8개 카드사들은 항의하는 차원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비자카드 본사를 항의 방문했으며, 지난 달 말부터는 차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 시작했다. 국내 카드사들은 각각 비자카드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저마다 준비가 되면 각자 공정위에 제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사진=금융소비자연맹 제공
국내 카드 사용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내 금융 소비자단체들은 비자카드의 인상 결정을 규탄하며 불매운동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비자코리아 본사 앞에서 금융소비자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수수료 인상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비자카드 측에 수수료 인상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비자카드 자르기' 등의 불매운동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자카드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합리적 근거없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했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 불매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카드사들은 아예 신상품에서 비자카드를 제외하기도 했다. 신한카드는 신상품 가운데 마스터카드의 비중을 올해 5%가량 늘렸고, 그만큼 비자카드 발급량을 줄였다.

KB국민카드가 지난 6월 이후 출시한 10개의 신상품 가운데 비자카드 2개뿐이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신상품 2개도 전부 마스터카드였다. 다른 카드사들도 마스터카드나 유니온페이로 카드를 발급하는 추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내년부터 비자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할 때 내는 수수료가 10% 인상되기 때문에 비자카드보다 마스터카드를 발급받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아직 국내 카드사들은 회원들에게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안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다. 회원약관에는 '카드사가 할부수수료율 등 각종 요율 또는 연회비를 인상할 경우 그 내용을 시행일로부터 1개월 이전까지 회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수수료율 인상안을 고지하는 순간 비자카드의 인상안에 동의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망설이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인상안을 고지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카드사들에게 돌아간다. 카드사 관계자는 "무조건 공정위 제소 결과만 기다릴 수도 없고, 함부로 약관을 어길 수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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