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특약점주들 거리 투쟁 왜?

2013년 갑질 파문, 특약점주 피해보상으로 ‘일단락’

일부 전직 점주들, “피해보상책, 만족할 수 없다”

보상책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 지속할 것

아모레, “이미 보상금 지급한 사항”

11월 둘째 주 기자가 찾은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아모레 퍼시픽 본사 앞에는 ‘특약점주를 농락한 아모레퍼시픽은 반성하라’라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지난 10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전직 특약점주들은 또 다시 시위 행보를 시작했다. 이는 2013년 불거진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연관된 것이다. 당시 본사에 피해 사실을 제기한 피해점주들이 본사와의 합의를 통해 보상금을 받으며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였으나 이 합의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점주들이 여전히 시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단체인 ‘아모레퍼시픽 피해대책협의회’를 결성해 지난 달부터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10월에는 철야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협회 측은 원하는 보상안을 받아낼 때까지 시위 행보를 지속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국정감사까지 등장했던 ‘아모레퍼시픽 갑질 사태’

지난 2013년, 아모레퍼시픽 전ㆍ현직 특약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항의에 나섰다.

특약점주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3년 아모레퍼시픽은 특약점에 속한 방문판매원들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다른 직영점으로 보내 문제를 일으켰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 중 고가 품목으로 분류되는 설화수 등을 방문판매원을 통해 판매한다. 당시 아모레 본사가 일반 특약점에 소속된 방문판매원들을 직영점으로 강제로 옮기려 했고, 이 과정에서 방문판매원들에게 매장을 옮기지 않으면 화장품을 제공해주지 않겠다고 위협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약점주들은 방문판매원들을 잃게 됐고 영업에 큰 차질을 입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005~2013년 자사 제품을 유통하는 총 187개 방판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 3686명을 다른 신규 특약점 또는 직영영업소와 거래하도록 임의로 재배정한 혐의를 받게 됐다.

당시 이 문제는 화장품 기업판 ‘갑질 사태’로 큰 주목을 받았다. 피해점주들은 정치권과 연계해 아모레퍼시픽 측에 사과 및 보상책을 요구했다. 이 사태가 국정감사에도 언급되는 등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의 갑질 파문은 법정까지 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9월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종복 판사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기소된 아모레퍼시픽에게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갑질 과정을 총괄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 두 명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피해를 입은 특약점주들에게 지난 2014년 8월 총 16억 500만원, 특약점 1인당 6600만원 가량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보기엔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던 아모레퍼시픽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특약점주들 중 7명이 아모레퍼시픽과의 합의를 거부하고 10월부터 현 시점까지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20억 배상하라”

합의를 거부한 아모레퍼시픽 전 창원특약점주 김문주씨는 현재 피해대책협의회를 새로 꾸려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문주 회장에 따르면 현재 합의를 거부한 특약점주들 7명 외에 새로운 7명의 특약점주들이 피해대책협의회에 합류했다. 이들 14명은 오는 11월 13일까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김문주 회장은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아모레퍼시픽 창원특약점을 운영하며 매달 평균 3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본사가 방문판매원들을 빼돌려 지난 5년 간 영업에 큰 차질을 입었다. 이를 감안해 약 20억 정도를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대책협의회에 속한 전직 점주들이 각자 원하는 손해배상액에는 차이가 있으나 아모레퍼시픽이 피해점주들에게 지급한 6600만원이라는 금액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당시 판매하지 못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재고 처리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07년부터 판매하지 못한 1억원 가량의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재고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아모레 측에 재고를 반품하든지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반품을 안받아 주고 있는 실정”이라 설명했다. 김 회장은 조만간 중국 등 해외에 재고 판매를 위한 방법을 알아보러 떠날 계획이다. 하지만 판매는 쉽지 않다. 이미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다 지나 버린 상태다. 김 회장은 본사 측이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모레퍼시픽 피해대책협의회는 향후 집회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집회는 13일까지로 신청했으나 본사 앞에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피해대책협의회는 피해보상과 관련해 일부 로펌과 법률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미 일단락된 이야기라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시 합의를 하지 않은 전직 특약점주 일곱 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합의에 참여했던 특약점주는 33명인데 이 중 26명이 합의를 했으며 결렬된 점주는 7명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합의 조건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합의를 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합의하지 않은 전직 점주분들이 시위를 통해서 의사 표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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