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사무실 공유 기업, 결국 ‘자본 싸움’?

세계 최대 ‘위워크’, 을지로 2호점 문 열 예정

현대카드ㆍ아주그룹, 직간접적으로 사무실 공유시장 진출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어떻게 감당할까

사무실 공유 사업 통해 스타트업 발 들이는 대기업

이제 막 기업의 문을 연 젊은 창업자들에겐 일할 공간을 찾는 것도 큰 일이다.

적합한 근무 장소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젊은 사장님’들은 최근 국내에 상륙 중인 서비스드 오피스, 이른바 ‘사무실 공유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에도 입주를 희망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전화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규모가 불어날 수도 있고, 또 문을 닫을 수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계약 기간이 짧고 가격이 저렴한 사무실 공유 업체가 가뭄의 단비 같다.

하지만 돌풍을 일으키기도 전, 이미 사무실 공유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도심의 임대료를 과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세계 유명 브랜드 vs 든든히 뒤에 받쳐주는 ‘대기업’

지난 15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위워크 1호점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위워크는 2010년 뉴욕에서 처음 설립된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으로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전세계 12개국 30여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지점을 두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위워크의 창립자 미구엘 맥켈비를 비롯해 현재 위워크 강남점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위워크는 강남에 이어 강북 지역인 을지로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서울은 다수의 젊은 창업가들이 터전을 잡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서울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며 사무실을 운영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위워크를 비롯한 사무실 공유 기업들은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위워크 입주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의 성격상 당장 오늘 기업이 해체될 수도 있고, 갑자기 규모가 불어날 수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한 달 단위로 계약을 맺는 위워크가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직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지 않는 스타트업들은 위워크에 입주한 기업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사무실 공유시장에 대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위워크 강남역 1호점 근거리에 위치한 홍우2빌딩에는 현대카드가 운영 중인 사무실 공유 업체가 터를 잡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경우 워낙 감각적인 마케팅으로 정평이 나있지 않나. 아마 뛰어난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비교적 젊은 사업군으로 분류되는 사무실 공유 시장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역삼역 근처 아주빌딩에 터를 잡은 스파크플러스에는 약 10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바뀌긴 하지만 잉여 공간 없이 대부분 입주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스파크플러스는 아주그룹으로부터 경영과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스타트업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의 지원을 받아 출발했는데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호텔앤리조트가 스파크랩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아주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일부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그룹 자체도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이미 아주그룹은 개인간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는 사내벤처 ‘NEST’를 미래 전략실 산하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NEST는 현재 스파크플러스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주그룹은 NEST 외에도 직원들의 아이디어 중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사내 벤처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다.

아주그룹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액셀러레이터 지원에서 출발해 사무실 공유 시장 진출까지 이어졌다. 아주그룹은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실시하는 ‘데모데이’에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스타트업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또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의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이 중요한 스파크플러스에도 스타트업들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꽃도 안 피웠는데… 벌써 포화상태?

획기적인 사업 모델로 여겨졌던 사무실 공유시장은 벌써부터 포화 상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적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은 결국 과연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들이 국내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높은 임대료 안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에서 출발한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들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강남은 젊은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겐 단연 매력적인 입지다. 지금은 판교로 많이 옮겨갔지만 전통적으로 국내 IT 기업들이 걸음마를 시작하는 곳은 강남이었다. 이 때문에 국내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들은 강남을 진출 1순위로 꼽고 있다.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드오피스 기업의 수익 구조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위워크의 창립자 미구엘 맥켈비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위워크의 경우 전세계에서 유명한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이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높아 이득을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스파크플러스가 입주해 있는 아주빌딩의 소유자는 아주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빌딩에는 스파크랩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주그룹 계열사 아주리조트앤호텔도 함께 입주해 있다.

결국 국내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 역시 대형 자본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업체가 향후 살아남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 계열의 사무실 공유 업체들은 외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태스크포스 및 사내 벤처까지 입주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서비스드오피스 시장 역시 ‘자본 싸움’이 될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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