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친족 43명, 1000억원대…두산 7명 최다

총수 일가 미성년자 평균 23억 7000만원 주식 보유

대기업 3분의 1 미성년에 주식 넘겨…두산ㆍGSㆍLS 순

재벌총수 미성년 친족의 주식보유… 편법수단으로 악용 가능성

대기업 총수 일가 미성년자 43명이 1000억원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미성년 주식부자들을 가장 많은 기업은 두산이었다. 두산 총수의 미성년 친족들은 계열사 상장주식 약 31억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GS와 LS, KCC, 동국제강 등도 미성년 주식부호가 있는 기업으로 조사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미성년 친족이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자칫 절세 등 편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별 미성년자(친족)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을 기준으로 국내 대기업 집단은 총 65곳이었다. 총수가 있는 기업은 45곳으로 이중 3분의 1에 달하는 16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미성년 친족 43명이 상장 계열사 20곳 그리고 비상장 계열사 17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총수의 어린 자녀이거나 손자인 것으로 파악되는 이들 미성년 친족이 보유한 주식 중 상장 계열사 주식의 가치는 지난 8일을 기준으로 총 10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성년 아이 한 명당 평균 23억 7000만원의 상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총수가 있는 대기업 3곳 중 1곳이 미성년 친족에게 주식을 넘겨줬다는 셈이다.

상장ㆍ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친족이 가장 많은 대기업은 두산으로 총 7명이었다. 이들 두산 총수의 미성년 친족은 두산과 두산건설 그리고 두산중공업 주식 31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비상장 계열사인 네오홀딩스 지분 2만 5966주(지분율 0.19%)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GS는 미성년 5명이 상장사인 GS와 GS건설 주식 약 737억원과 비상장 계열사 5곳의 지분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LS는 미성년 3명이 LS와 ㈜예스코 주식 33억원, KCC는 미성년 1명이 무려 11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에서도 미성년 친족 1명이 동국제강과 인터지스 주식 29억원 그리고 비상장 계열사인 페럼인프라의 지분 0.08%에 해당하는 2만주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림산업과 롯데, 세아, CJ, OCI, 중흥건설, 태광, 한국타이어, 현대산업개발, 효성 등도 재벌 총수의 미성년 친족이 상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총수의 미성년 친족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16개 대기업 중 15곳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로 이들 중 일부 기업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자금을 출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GS가 42억원, LS 16억원, 두산 11억원 대림산업 6억원을 각각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국내에서 미성년자의 주식 보유 그리고 재벌 총수의 미성년 친족에 대한 주식 증여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성년 친족들의 주식보유가 과거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강화와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있다. 특히 이로 인해 기업이 총수 개인만의 재산이자 세습적 목적으로만 비춰 질 수 있어 업계 안팎으로부터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대기업 총수 일가 미성년자들의 주식 보유는 매년 언론과 정치권 등을 통해 집중 조명됐다.

지난해에는 제약사들이 크게 거론됐다. 당시 ‘미성년 주식부호’로는 최근 주가조작 사태로 잡음이 일었던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손주들이 1위에 올랐다.

이 시기 임 회장의 손주 7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는 총 5864억원에 달했다. 이중 12세 손자가 지난 2011년 전후로 증여 또는 무상신주로 취득한 계열사 주식 등의 가치가 연초 89억원에서 854억 8000만원으로 9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임 회장의 나머지 손주들 6명도 7~11세의 나이에 같은 시기 증여나 무상신주로 취득한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834억 9000만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과 같은 대형 제약사인 JW중외제약의 이종호 회장도 언급됐다. 이종호 회장의 10대인 손자는 133억 9000만원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당시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과 차남도 보유중인 GS 주식가치가 각각 366억 8000만원과 150억 8000만원으로 조사됐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도 109억 6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도 미성년 1명이 110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KCC의 경우, 지난해 정몽익 사장의 아들이 114억 7000만원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말 종가 기준 1억원 이상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당시 만 19세 이하의 총수일가 미성년들 중 소위 ‘주식부자’로 불렸던 이들은 총 262명이었다. 이들 미성년 주식부자가 보유했던 주식가치 총액은 1조 58억원으로 2015년 초의 3673억원보다 무려 173.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 주식부자의 보유 주식가치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박광온 의원은 “대기업 총수의 미성년 친족이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총수가 미성년 친족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절세라는 편법으로 쓰일 수 있다”며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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