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활동’은 곧 ‘계약해지’…불이익 겁나 집단 힘 내기 꺼리는 점주들

따로 영업하는 점주들, 의견 교환은 어려워

점주들 단체 활동 겁내는 본부, 물리적 탄압도

미스터피자, 협회장에게 ‘내용증명’

피자에땅, 고의적인 단체 활동 방해 주장

10년으로 규정된 계약, 오히려 악용되기도

‘자영업’은 소시민들에게 희망일까, 절망일까?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가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프랜차이즈는 매장 입점부터 홍보 및 마케팅 방법까지 한 번에 설계해 주는 가장 편한 선택지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사장님’들은 계악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난관들을 겪게 된다. <주간한국>은 4주에 걸쳐 ‘프랜차이즈 가맹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용기를 낸 증언, 돌아온 건 ‘계약해지’

지난 2013년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4조 2에 따르면 가맹점들은 최소 두 곳의 매장이 모이면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돼있다.

가맹점협회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기업의 직원들은 같은 일터에서 일하며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각자 영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또 가맹점협회를 꾸리기 위해 나서는 가맹점주들이 거의 없으며 행여 가맹 본사에 찍힐까 두려워 단체 활동에는 관심이 없는 점주들이 많다.

활동 중인 가맹점주협의회들은 대부분 본부와의 갈등을 통해 탄생하게 됐다.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가 다른 점주들도 물류비, 광고비 집행 등으로 고통을 겪는지 확인을 하며 네트워크가 형성되곤 한다.

가맹점들이 협회 활동을 망설이는 이유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특히 가맹점주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협회장들은 본부의 탄압 1순위이다. 이들은 본사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가 가맹점 계약을 해지당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사가 제휴 할인을 가맹점에게 떠넘긴다는 내용의 증언을 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 김진우 회장은 국감 참가 이후 본부로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 증명서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통신사 멤버십 제휴 할인에 대한 가맹점주 피해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통사의 제휴 할인으로 피해를 보는 가맹점주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 자리에서 고용진 의원은 “국감 당시 참고인으로 진술했던 분(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장)이 가맹계약해지 해약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멤버십 제휴할인 비용분담에서 10% 할인 중 이통사가 부담하는 비율은 평균 2.6%에 불과했다. 특히 미스터피자와 피자헛의 경우 15%의 할인율 중 통신사가 0%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들이 할인 금액을 전부 부담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못 이겨 국감에서 참고인 증인을 했으나 결국 본부에게 가맹점 계약 해지를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본사의 정책에 반하는 활동으로 가맹본부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점주는 미스터피자 협의회장뿐만이 아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회원단체 중 가맹본부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사례는 14곳에 이른다.

이들은 계약만료 후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것에서부터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영업 방해, 로열티 미납 등 다양한 이유로 본사와의 계약을 거부당했다. 본사제품을 세 번 사용하지 않아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점주부터 식자재 사입을 문제 삼은 본부까지 사연은 제각각이다.

본사가 가맹점들의 단체 활동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도 있다. 지난 10월 열린 가맹점ㆍ대리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 및 제도개선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가맹본부의 단체활동 방해에 관한 사례가 소개됐다.

피자에땅 가맹점주들은 본부와의 불합리한 계약 관계와 불편 사항을 서로 교류하던 중 지난 2014년 가맹사업자단체를 만든 후 비영리단체 신고를 통해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해 점주협회의 임시 총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본사에서 파견한 인력들이 임시 총회 장소를 막고 있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당시 피자에땅 가맹 본부는 ‘왜 꼭 사장님이 앞장을 서시느냐, 앞으로가 두렵지 않냐’라는 발언을 했고 일부 점주들은 임시총회 장소까지 왔다가 돌아가기도 해 최소 인원으로 총회를 치러야 했다. 그 후에도 본사는 가맹점 매장 점검이라는 명분으로 매장 내부를 뒤지고, 협회 점주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 및 온라인 카페를 수시로 확인하는 압박을 가해 왔다.

협회 점주들은 “본부의 지속적인 탄압으로 가맹점 협회에 가입하려는 점주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여기에 본사가 협회의 주요 임원직을 맡고 있는 매장 점주들에겐 계약 연장을 해 주지 않으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매장 보안을 위해 설치를 강요한 CCTV가 가맹점주들의 동선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모 음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했던 전직 점주 A씨는 가맹본부로부터 CCTV 설치를 요구받았다. A씨는 매장 보안을 위해 CCTV설치에 동의했다.

그러나 본사와 갈등을 겪으면서 A씨의 CCTV는 원래 목적과 전혀 다르게 쓰이기 시작했다. A씨는 다른 가맹점주들과 접촉하고 일부 가맹점주들이 A씨의 매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본사에서는 CCTV를 통해 가맹점주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A씨에게 “다른 매장 점주와 접촉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CCTV는 가맹점주들이 본사에서 제공한 물건만을 사용하는지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됐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교육 때문에 본사를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매장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본사가 매장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을 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본부와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형성된 가맹점주협의회에 맞서 본부가 지원하는 ‘친 본사적’ 단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갈등을 취재하다 보면 본부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협의회가 아닌 다른 협의회의 의견을 청취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가맹본부의 정책에 대해 모든 점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맹점주협회들은 가맹본부가 ‘본부 친화적’인 단체에게 금전적 지원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본부와 협의회가 맺는 ‘상생 협약’ 또한 친본부 단체와 맺는 ‘무늬만 협약’이라 말한다. 본부가 친 본사적 성격을 띠는 단체에게 따로 돈을 지급한다든가 물류비 할인, 기존 가맹점주와 해약을 하고 목 좋은 자리를 챙겨주는 등의 지원 수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본부도 할 말이 있다.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는 “점주들이 본부와 대화도 하기 전에 사정 기관이나 언론에 먼저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본부 입장에선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기사화된 것을 보면 당황스러울 뿐”이라 토로했다. 또 “본부 입장에서는 대화를 원하는 점주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보장된 10년 계약, 오히려 ‘독’이 됐다

최근 개정된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가맹점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막고 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3조 1항에 따라 가맹본부와 매장 사이 계약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보장돼 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 로열티 등 금전 미지급, 통상적 영업 방침에 따른 계약 변경미수락, 중요한 영업방침에 따른 계약 변경 미수락 등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해 줘야 한다.

그러나 이 개정이 오히려 점주들에겐 독소 조항이 돼 버렸다. 협회 활동을 통해 ‘본사에게 찍힌’ 점주들의 계약이 10년이 지나면 가맹본부가 그럴듯한 사유를 대며 계약을 해 주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회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점주들은 계약 갱신을 거부당했다. 물론 본부 측은 전반적인 매장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계약을 거부당한 점주들은 협회 활동을 통해 본부에 ‘눈엣가시’가 됐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개혁 제안’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현재 제도를 수정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개정된 대리점법은 단체구성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공정거래법 19조,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에 위반될 위험이 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19조에 예외 조항을 둬 하도급업자, 가맹점주, 대리점주, 납품업자 등이 단체를 조직해 집단적으로 협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점주들의 단체 행동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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