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공급’ 두고 엇갈린 주장, 진실은?

가맹점주협-상생협으로 나뉜 점주들

가맹점주회, 특정 식재료 납품회사와 공동구매 주선?

가맹점주회장 “값싼 재료 공급처 연락처만 알려줬을 뿐”

공정위, 바르다김선생 본부 불공정행위 ‘조사 중’

가맹점주들에게 과도한 물류비를 책정해 공정거래위원회, 경기도의 제재를 받은 ㈜죠스푸드의 김밥 브랜드 ‘바르다김선생’이 반론을 제기했다. 바르다김선생은 ‘일부 점주들이 사실을 왜곡해 언론에 전달함으로써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문제를 제기한 가맹점주협의회장 박재용 점주가 특정 식자재 회사와의 거래를 주선했다는 부분이었다.

<주간한국>은 이와 관련해 바르다김선생 본사, 가맹점주협의회, 상생협의회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가맹점주협회장과 식자재 회사의 관계는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협의회(회장 박재용)는 물류 공급권을 두고 본사와 실랑이 중이다. 이들은 본사가 정한 권유품목과 요구품목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유품목은 외부에서 사입해도 되는 품목, 요구품목은 본사가 정한 본사구매 필수 품목을 말한다.

박재용 가맹점주협의회장은 본사만의 노하우가 담긴 소스는 요구품목으로 인정할 수 있으나 나머지 품목에 대해선 권유품목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본사의 과도한 물류비 책정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회장 측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쌀이나 참기름을 왜 따로 구매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본사만의 개발 상품이라면 기꺼이 본사에서 구매해 쓰겠지만 일반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에 과도한 물류비를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본부와 가맹점의 실랑이는 급기야 박 회장이 특정 회사를 통해 물류를 공급하려 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바르다김선생 가맹본부는 기자에게 보낸 해명 자료에서 “현재 박재용씨가 협의회장으로 있는 협의회는 정상적인 경로의 대화나 협상이 아닌 물류자율권이라는 협의회 목적에 맞지 않는 요구를 강요하고 있으며 ‘원푸드시스템’이라는 식자재 공급회사를 통해 이권개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협의회 목적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와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르다김선생 본사 관계자는 박 회장이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가맹점주들에게 원푸드시스템을 통한 식재료 공동 구매를 주선해 왔다고 설명했다. 본사 관계자는 “당근과 우엉 등 조리 과정에서 바르다김선생 만의 노하우가 담긴 제품들까지도 식자재 공급 회사를 통해 공동 구매를 다른 점주들에게 주선하는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재용 회장에 대해 “박 회장이 점주들을 모아놓고 ‘간판갈이를 몇 개 하면 이득을 더 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간판갈이란 유명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운영하다가 노하우를 습득한 후 다른 회사의 이름으로 바꿔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말한다.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들 사이에는 박재용씨가 회장으로 있는 가맹점주협의회 말고도 박정훈 점주가 회장으로 있는 상생협의회라는 단체가 또 있다. 박정훈 회장은 단체가 두 곳으로 나눠진 이유에 대해 박재용 회장의 공동 구매가 문제였다고 밝혔다.

박정훈 회장은 “원래 협의회의 목적은 본사와 협상을 통해 물류비를 낮추는 것이었지 외부 업체를 통한 공동구매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재용 회장의 문제 해결 방식에 문제를 느끼고 뜻을 같이 하는 점주들끼리 따로 상생협의회를 만들었다는 설명이었다.

공정위 추가 고발은 진행 중

박재용 가맹점주협의회장은 원푸드시스템과의 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박재용 회장은 원푸드시스템은 식자재 공급 업체로 납품받기 좋은 위치에 있어서 몇몇 점주와 함께 공동구매를 한 것뿐 이라 선을 그었다.

박재용 회장은 “좋은 물건을 싸게 납품 받을 수 있고 배달도 해준다기에 점주들과 함께 공동 구매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푸드시스템 관계자들하고는 친하지도 않고 단지 연락처와 주소를 알려준 것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어 “내가 원푸드시스템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묘사됐는데 그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며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바르다김선생 본사도 원푸드시스템과 박재용 회장이 ‘모종의 거래’를 했다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적극적으로 다른 점주들에게 공동구매를 주선했다는 점을 문제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또 외부 사입을 통해 바르다김선생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재용 회장은 ‘간판갈이’ 관련 발언에 대해선 “점주들끼리 술자리를 갖는 과정에서 한탄조로 나온 말을 곡해해서 해석한 것 같다.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바르다김선생 점주들은 본사와의 문제 해결과정에서 뜻을 달리한 두 점주를 중심으로 두 개의 단체를 조직하게 됐다. 올해 1월 출범한 가맹점주협의회는 여전히 본사의 과도한 물류비 책정을 문제로 여기고 이와 관련된 외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올해 8월 출범한 상생협의회는 본사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선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3월에 이어 10월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재차 신고했다. 협의회는 본사가 필수 물품이 아닌 1회용 프라이팬 손잡이를 강제 구매한 점, 고기를 단품이 아닌 세트로 구입하도록 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본부 측은 1회용 프라이팬 손잡이는 고객의 화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본부가 자체 개발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제공한 물품을 써야 하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또 고기의 경우, 정량을 양념으로 재우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본부에서 제공하는 것이 정상이며 세트 구매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을 접수해 논의 중이라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기도청 등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바르다김선생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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