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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돌입한 현대상선…“글로벌 해운선사 육성 물거품”

  •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2M 얼라이언스 협정 체결·현대상선 중장기 성장전략 및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훈 기자] 정부가 글로벌 해운선사 키우겠다던 현대상선이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했다. 당초 정부의 계획과 달리, 현대상선은 초대형 선박 확보를 뒤로 미루고 재무 구조 개선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이 실패했으며, 글로벌 해운선사 육성은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은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유창근 대표이사,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사업별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대상선 측은 자사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미주 노선에 집중하고, 단계적으로 선대 확충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 구조를 컨테이너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2018년 말까지 무리한 선대 확장을 지양하고 선대개편 및 터미널 인수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시장 점유율 5%, 영업이익율 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현대상선의 복안이다.

◇현대상선 외연 확장 ‘연기’…정부 정책 사실상 선회

이날 참석한 현대상선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상선은 향후 3년 동안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규 확보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선박회사에 자사선 매각을 신청해 시장가 수준으로 선박비용 개선 △선박 신조 프로그램에 신조 발주 신청을 통한 저선가·친환경 선박 확보 △해외 주요 거점 터미널(TTI, 알헤시라스) 확보를 통한 하역비용 개선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의 신조를 위해 24억 달러 규모로 조성된 선박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대 확충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등의 발주는 2017년 이후에나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 등으로 현대상선을 글로벌 해운선사로 키우겠다는 정부 정책과는 정 반대다. 향후 공급(선박)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창근 대표는 “방향을 선회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자구생존 내몰린 현대상선…“재무구조 개선” 한 목소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현대상선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현대상선의 재무 구조 개선이 선행되고 나서 선대 대형화를 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유창근 대표이사는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에서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기초 체력을 다지고 근육을 다지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석 부행장은 “어떤 분야의 기업이든 간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며 현대상선의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정 부행장은 “12월 중 현대상선에 3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다”며 “현대상선이 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 선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기에 충분한 금융 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글로벌 해운선사 꿈 물 건너갔다”

현대상선의 내실 다지기를 통해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일각에서는 “그 사이에 한국이 세계 해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은 “이미 글로벌 해운선사에 밀려 주도권을 잃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사이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자산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진해운이 보유해온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의 상당 부분은 스위스 해운선사 MSC에 넘어갔고 현대상선은 소수 지분만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창근 대표이사는 “롱비치터미널이 ‘알짜 자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소수 지분 확보가 우리에겐 유리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충현 부사장은 “현대상선은 신용등급이 없는 회사라 채권단과 미국 항만청이 협상할 때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기존 한진해운의 계약에 불리한 조항이 많아 이들 조건들을 개선하는 대신 대주주를 MSC로 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티기'에 돌입한 현대상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이 표류하면서, 글로벌 해운선사 육성은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현대상선이 ‘내실 다지기’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재로서는 그것 말고는 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글로벌 해운선사 육성은 물 건너갔으며, 사실상 해운 구조조정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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