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 신기술로 정비혁신 목표… 정비결함 계속된 국내 항공사는 ‘기존 고수’

JAL, IBM과 손잡고 기기 정비용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 도입

IoT 방식을 탑재한 정비 프로그램 도입 추진에 세계 항공업계 주목

국내 항공업계 “정시운항률 높아, 기존 정비방식 문제없다”


일본 항공사들이 항공기 정비를 위한 신기술 적용의 움직임을 보이며, 세계 항공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항공사들의 이번 행보는 최근 주요 항공사에서 기기 결함에서 비롯한 잇단 사고들로 이를 완벽히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을 대표하는 항공사 일본항공(JAL)은 기기 결함예방을 목적으로 한 첨단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방식을 탑재한 새로운 정비 프로그램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기기 정비를 자체적으로도 해결하는 한편, 비항공업종의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을 받아들이며 이를 보다 철저히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은 JAL의 경우처럼 새로운 정비 프로그램 도입에 서두르지 않더라도 현재 정비 기술만으로도 기기결함과 항공기 지연 및 결항 등의 문제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저가 항공사뿐만 아니라 주요 항공사에서도 정비 부족으로 인한 기기결함이 적지만 매년 끊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전과는 다른 보다 혁신적인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전자통신관련 주요 전문지들은 JAL과 컴퓨터 전문회사 일본 IBM이 항공기의 ‘고장예측 분석’을 위한 합작 사업을 이달부터 추진하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사업에서 IBM은 자사의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인 ‘IBM SPSS Modeler’를 활용해 JAL 항공기에서 다운로드 한 과거의 각종 센서 데이터와 정비 이력을 분석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예측 분석을 하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다.

IBM SPSS Modeler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항공 장비의 고장 발생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또 사전에 정비조치를 취함으로써 자재의 결함에 의한 항공기 결항 또는 지연의 예방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AL과 IBM의 이번 합작사업은 과거 항공사 자체 정비팀의 모니터링 방법만으로는 기기 정비를 철저히 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일본 항공사들 대부분은 기기 정비에 대해 기체 및 엔진 그리고 기타 장비를 갖춘 센서가 온도와 압력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비행기 한 대씩을 모니터링했다. 만약 그 센서의 값이 사전에 설정된 기준값을 초과한 경우, 이를 오류 수치로 검출해 내는 단순한 모니터링 방법으로만 조치해왔다.

특히 항공사들이 관계사 간 정비팀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어, 정비팀 인력에 돌아가는 부담이 높고 이에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IBM으로부터 도입하는 새로운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는 고장예측 분석으로 과거의 비행에서 얻은 대량의 센서 데이터와 기체 및 부품 정비 기록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낼 수 있다.

이 통계치에서 나오는 고장예측 결과를 토대로 보다 정확한 정비를 실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정비의 효율제고를 통해 특정 결함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공기의 품질향상도 이룰 수 있다.

JAL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번 합작사업에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IBM과) 1년여의 실증실험을 거쳤다”라며 “향후에도 분석 대상 영역의 확대와 고장예측 기술의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일본의 주요 항공사들의 결함예방을 위한 새로운 정비 프로그램 도입의 적극적 움직임은 올해 초에 있었던 전일본공수(ANA)의 회항사태와 8월의 ANA 주력 항공기인 보잉 787기의 엔진 부품 문제 발생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3월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한 ANA항공의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또 지난 8월 25일 ANA는 보잉 787기에 탑재된 엔진 부품의 대량 결함을 뒤늦게 확인했고, 이에 대한 긴급 정비로 인해 8월 26일 9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다음날부터도 하루 수편의 결항 및 지연이 발생했다.

당시 사고의 주요 원인은 엔진 내 터빈의 날개가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던 오염 물질 등으로 인해 열화 및 부식됐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식의 정도가 예상 이상으로 높아 날개가 코팅이 된 상태에도 열화가 빨리 진행됐다. 물론 정비팀을 지나쳐간 기기 내부 엔진 등의 결함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원인 중 하나였다.

국제선에서 이런 기기결함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고, ANA의 경우 무려 37대가 국제선 전용으로 보다 획기적인 정비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최근 일본의 주요 항공사는 기기의 결함예방을 위해 자체적 인력으로 구식 정비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전문회사와 손을 잡고 IBM의 경우에서처럼 통계 소프트웨어나 사물인터넷(IoT) 방식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JAL은 이런 흐름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도 자사의 항공기 정비업체인 JAL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IoT 전문 업체인 ‘마모리오(MAMORIO)’의 기기를 활용, 항공기 정비 기재에 IoT 기술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실증실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IoT 기술이 탑재된 센서를 통해 항공기 상태를 파악, 기기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보수나 부품 교체를 가능케 하고 있다.

특히 디바이스 상에서 기재의 위치를 순식간의 확인하고, 자재 관리의 효율화 역시 달성할 수 있다. 물론 결함방지를 위한 정비 역시 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시할 수 있다.

이에 일본 언론 등은 JAL의 이번 새로운 정비 프로그램은 세계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일본 항공업계가 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기존 정비방식으로도 기기 결함예방 충분히 가능”

현재 국내 주요 항공사들 중에는 JAL이 도입한 IBM의 통계 분석 소프트웨어 또는 IoT 기술 정도의 정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런 정비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도 흔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국내에서도 이를 도입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IoT 기술을 접목해 정비를 하는 항공사는 국내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로 JAL의 경우 선구적 입장”이라며 “국내 항공사들도 정비 로직이 상당히 탄탄히 구축돼 있어 기기 결함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은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간한국>의 확인 결과, 주요 항공사를 포함한 기타 저가항공사들은 공통적으로 각 항공기의 부품마다 고장이 발생한 내역들을 전문 데이터베이스(DB)화시키고 있다.

이에 항공사는 문제가 잦은 부품과 문제가 발생한 시간 그리고 정비내역 또는 부품교체 주기 등의 항목을 분석해 정비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기가 결함 등으로 인한 지연·결항 없이 출발 예정시간으로부터 15분 이내에 출발하는 횟수를 전체 운항회수로 나눠 산출한 ‘정시운항률’ 또는 ‘정시운항주기’은 국내 주요 항공사가 거의 100%에 수렴해 세계 항공사 중 최고 순위를 다투고 있다.

이 정시운항률이 높은 만큼 기기결함이 발생하지 않았고, 부실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지난 10월 발표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항공기 지연의 원인은 중국과 동남아 등의 노선 증가로 인한 출발·도착시간 지연 및 후속 항공편의 접속지연 증가 그리고 촉박한 운항 스케줄로 인한 접속지연 급증과 혼잡노선을 동일 항공기가 반복 운항해 지연이 이어지는 취약한 운항 프로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항 주기장 부족 및 강화된 보안검색 등으로 인한 승객 탑승지연 그리고 피크시간대 카운터 등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탑승 지연도 항공기 지연의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기기 결함이 그것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항공사 한 관계자는 “기기 결함이 있다면 출항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아무리 저가 항공사라도 가장 신경 쓰는 사항은 항공기의 결함예방이기 때문에 IoT 등을 탑재한 정비 기술까지 도입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며 “국내 항공사 나름대로 그동안 체계적으로 해왔던 기기 정비 방법으로 항공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고, 정시운항도 거의 100% 지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정시운항이 아닌, 안전운항”

세계적으로 우수한 정시운항률을 보유한 국내 항공사들이라고 할지라도, 올해에도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로 신문 지면을 큼지막하게 차지한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이는 저가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도 포함된다.


실제로 지난 5월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서울로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의 엔진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7월에도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제주공항에 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가 착륙 후 앞바퀴에 이상이 생겼고, 사고 수습을 위해 제주공항 활주로가 약 1시간가량 폐쇄된 적이 있다.

특히 지난달 대한항공은 국토부의 조사결과 항공기 엔진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채 운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됐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기기 정비가 부족했던 사실을 시인했고, 운항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주로 엔진 문제로 기기 정비불량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항공기의 비행 중 엔진 결함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이판까지 운항한 2014년의 일이 국토부로부터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

이어 지난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한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선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지연 건수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항공기 지연 총 8902건 충 기상이변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사고는 88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기기 정비개선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과거부터 정비결함으로 꾸준히 지적받아온 저가항공사의 경우 기기 정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들어 정비인력 확충과 예비엔진 구입, 안전운항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항공기 안전을 위해 이미 이뤄져야 했을 사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의 정비기술에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체적 정비 기술에 더해 전문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신기술을 접목한 정비 프로그램 도입 및 투자도 국내 항공사들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항이라는 목소리다.

국회 국토교통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정시운항률이 높다고 해서 항공기 정비결함의 문제가 해소됐다는 것은 맞지 않고, 해마다 정비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라며 “중요한 것은 정시운항이 아닌 안전운항인 만큼 다른 나라 항공사의 정비 기술에 대해서도 주목하며 개선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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