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보험사 수입보험료 313조원… ‘세계 8위’

국내 보험가입자, ‘내는 돈에 비해 덜 받는 경향’ 여전

내년 보험료 인상 방안에 보험사-소비자 간 갈등 예고


지난해 국내 보험가입자들이 낸 보험료가 3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입자들이 지급받은 보험료는 이보다 약 100조원이 적은 206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요 보험사들이 내년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며, 향후 수입보험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험사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들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보험료를 인상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보험개발원이 발간한 보험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공제 및 공영보험을 포함한 수입보험료는 313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296조원보다 5.9% 증가한 수치다. 또 보험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은 206조원으로 전년의 189조원보다 8.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생명·손해보험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197조 1989억원으로 전년비 5.4% 증가했다. 이어 공영ㆍ공제보험은 115조 9013억원으로 역시 전년대비 6.8% 올랐다.

특히 생명보험은 퇴직연금 그리고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높았다. 공영보험에서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수입보험료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의 퇴직연금과 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공무원 연금공단의 수입보험료는 각각 전년대비 15.9%와 8.8% 그리고 11.3% 증가했다.

보험가입자들에게 지급한 생명·손해보험의 보험금은 총 113조 4937억원으로 전년대비 8.8% 증가했다. 공영ㆍ공제보험은 92조 193억원으로 전년대비 8.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민영보험에서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상 퇴직연금의 지급보험금이 크게 올랐다. 생명·손해보험의 퇴직연금 지급보험금은 전년보다 각각 40.9%, 35.4% 증가했다.

공영보험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의 노령연금 수급자가 증가하면서 지급보험금이 10.2% 오른 부분이 두드러졌다.

생명ㆍ손해보험 기준 우리나라의 보험시장 규모는 주요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 영국 등에 이어 세계 8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과 같은 순위로 세계보험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이다.

수입보험료 기준 민영보험료의 시장규모는 1536억달러(한화 약 182조원)로 이 수치는 전년과 동일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세계 민영시장 규모 1위인 미국의 경우 1조 3162억달러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2위인 일본은 4497억달러, 3위 중국은 2865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1인당 보험료를 의미하는 보험밀도는 3034달러(한화 약 356만원)인 세계 17위로 지난 2014년보다 두 계단의 순위 상승이 있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입보험료를 뜻하는 보험침투도는 11.4%로 세계 6위를 차지했지만, 2014년보다 두 계단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 보험가입자들은 여전히 ‘내는 돈에 비해 덜 받는 편’이지만,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입은 세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내년 국내 보험료가 또 다시 인상될 조짐이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각 보험사들이 내년에 개정되거나 새롭게 출시하는 상품의 보험료를 30% 이상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상안은 내년 1월 보험상품 개정 시기를 맞이해 상품의 새 경험생명표 또는 경험손해율 적용과 예정이율 인하에 따른 방침이다.

경험생명표와 경험손해율을 통해 각 보험사마다 다른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 경험손해율 등이 높아지면 보험료도 높아지게 된다. 또 보험료산출이율로도 불리는 이 예정이율은 고객이 지급한 보험료를 보험사가 받아 이 돈으로 훗날 보험금을 지급할 시기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예정이율을 인하할수록 보험사들에는 손실보전 방안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는 인상된다.

올해에도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예정이율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예정이율 인하의 움직임이 보다 활발했는데, 일부 생보사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이나 예정이율을 조정해 보험료를 최대 20%까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빅3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 10월 기존 2.75%에서 2.5%로 0.25%p 내렸다. 또 이 시기 미래에셋생명과 신한생명도 같은 수치로 예정이율을 인하시켰다. 이어 지난달에는 삼성화재와 농협생명이 각각 0.25%p, 0.2%p 예정이율을 내렸다.

올해 예정이율을 내리지 않은 보험사 대부분은 내년 초 일제히 예정이율을 0.25%p에서 0.35%p까지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교보생명과 동부화재, 한화손보는 내년 1월 예정이율을 0.25%p 내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고, 현대해상과 KB손보 등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정이율을 인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인상안이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들이 가입 중이며, 일반 소비자들이 가입을 원하는 상품인 실손의료보험과 암보험 및 어린이보험 등 주요 보장성보험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의 수입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상품의 보장성은 변함없이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물론 보험사들 입장에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사정은 있었다. 수입보험료가 지급보험료보다 높은 현상은 지극히 일반적이며,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보험사들의 경험손해율 조정과 예정이율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부분 보험료 납부가 매달 이뤄지기 때문에 수입보험료는 오르는 반면, 보장을 받는 시기는 꾸준하기보다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지급보험금의 규모가 비교적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언젠가는 자신이 낸 보험료 이상의 보장을 받을 것이고, 상품가입자의 증가율은 줄어드는 반면 인구 고령화 등으로 보장을 받을 대상들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입보험료와 지급보험금의 인상률은 매년 비슷하거나 오히려 지급보험금의 경우가 더 높은 경향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오래되면서 보험사마다 자금 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예정이율을 낮추게 되고,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다”며 “보험사마다 상품 경쟁을 위해 보장 내용을 더욱 추가시키거나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에게 보장해야 할 항목은 더욱 늘었고 보험사들도 이런 흐름에 보험료 인상 등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운영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험소비자 입장에서의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보험사들이 수백조원의 보험료를 가지고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탓 그리고 그들 간 상품 경쟁에서 비롯된 고충을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다시 논란이 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보험사들마다 여러 이유를 대며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는 등 소비자 피해의 사례는 여전하지만, 보험사들은 소비자 중심의 판단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조치에 치중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미리 예고하며, ‘절판 마케팅’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보험료와 보험금을 둘러싼 보험사들과 소비자들 간 갈등은 내년에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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