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제로 생산자·소비자 사이 좁혀야

웨딩상품업체-컨설팅사 간 보이지 않는 갈등구조 존재

웨딩상품 개발자 및 웨딩플래너들의 고충 심해

웨딩시장 구조 개선 위해 상품 정찰제 및 국가공인자격증 시행 절실


오늘날 ‘3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연예와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이 3가지는 항상 행복과 낭만을 떠올리게 한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자 인생의 전환점인 결혼은 더욱 그렇다. 물론 이 결혼을 ‘업’으로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다양한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웨딩상품 업체들과 웨딩컨설팅 회사 간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와 치열한 경쟁이 웨딩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간한국>은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모범혼례지원센터’의 김진용 대표와 만나 현재 웨딩시장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살펴봤다.

- 현재 국내 웨딩시장의 업체종류와 유통구조에 대해 설명한다면?

“국내 웨딩시장은 업계에서 일명 ‘스드메’로 불리는 웨딩스튜디오와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업체와 혼수업체로 구성돼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웨딩업체들이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 접했지만, 웨딩컨설팅 회사들의 등장 및 확산으로 시장 구조가 많이 변했다. 기본적으로 웨딩상품이라는 것이 반복적 구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만큼 업체 파악에 신중하고 시간이 걸리며 복잡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컨설팅 회사들이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웨딩업체들을 중개했고, 보다 생산에 치중해 자체 마케팅 및 고객유치 능력이 부족한 웨딩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컨설팅 회사에 의존도를 높이는 형태가 됐다.”

- 웨딩업체들이 컨설팅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와 이로 인해 생겨난 문제점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현재 강남 지역 웨딩업체 중 스튜디오와 드레스 매장이 각각 300여개, 메이크업 업체는 160여개가 된다. 반면 같은 지역에서 정식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운영하는 웨딩컨설팅 회사들은 400여개 이상으로 현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소속 웨딩플래너들의 수는 대략 2000명으로 추산되는 등 컨설팅 회사들의 자본력과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들도 이곳에 몰리게 됐다. 이에 업체들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소비자들과 연결되는 구조에 묶일 수밖에 없었고, 만약 업체들이 컨설팅사와 ‘전략적 제휴’가 돼있지 않다면 홍보는 물론 일감 자체를 받기 힘들어졌다. 예를 들어 주요 홍보수단은 대형 포털사이트를 통한 키워드 검색 마케팅 등인데, 업체들은 이 비용을 컨설팅 회사에 지불한 뒤 광고를 맡기게 된다. 영세한 웨딩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이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컨설팅사와의 제휴가 힘들다. 특히 업체들이 컨설팅사에 더 많은 금액을 협찬할수록 더 많은 일감을 받게 되는 현실이다.”

-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갑을관계가 아닐 수 없고, 웨딩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웨딩컨설팅사의 등장이 웨딩업계의 마케팅 측면에 상당히 기여한 부분은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과 제휴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밀어주기’가 이뤄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 행사장에서 한 달에 약 2번 열리는 웨딩박람회도 주로 컨설팅 회사가 개최를 주도한다. 때문에 컨설팅사와 제휴가 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박람회 참여가 결정되고, 컨설팅사는 이들로부터 약 150만~500만원의 참가비용 그리고 별도의 행사비용까지 추가로 받는다. 저출산 및 결혼희망 인구 감소로 웨딩업계가 불황임에 동시에 업체들의 고충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웨딩컨설팅사들 사이의 과열경쟁으로 향후 업체 및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 이런 시장구조 아래에 업계 종사자들이 겪을 수 있는 또 다른 고충은 무엇이 있는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의 경우 가진 것은 실력과 자부심이 있지만, 대부분이 자본력과 홍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컨설팅사와 계약을 하게 된다. 여기서 컨설팅사는 디자이너의 창작물을 온라인에 노출시키거나 웨딩잡지 및 화보 등에 싣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에 어필하지만, 순식간에 타 업체로부터 카피가 돼버린다. 결국 디자이너가 만든 드레스의 디자인은 이곳 저곳에 공유되면서 상품 제작까지 들였던 그들의 제작비와 노력 등을 박탈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컨설팅사와 마찰도 생기고, 쉽게 말해 ‘더러워서 안 하고 만다’라고 박차고 나가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들이 우수하고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이용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웨딩플래너들이 겪을 수 있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 사실 웨딩플래너는 결혼을 준비하는 고객들을 위한 ‘스타일리스트’가 돼야 하고, 각기 취향이 다른 고객들에게 다양한 업체를 소개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전략적으로 제휴된 업체만 추천하게 되고, 입사 뒤 당분간은 전화상 영업직원에 불과한 일을 하며 사명감도 줄어들게 된다.”

- 이런 고충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이다. 소비자들이 웨딩업체 및 상품 정보를 얻는 기회가 줄어든다. 업체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다양한 상품 개발을 해야 하지만, 컨설팅사 중심의 구조에 의해 이것이 힘들어졌다. 또 앞서 언급한 웨딩플래너의 경우에서처럼 자격이 부족하거나 제휴사 중심으로만 상품을 권하는 이들이 고객들을 스타일링하는 것에서 문제가 생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는 웨딩플래너라는 자격증이 있지만, 현재 이와 비슷한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가 15곳 이상이 됐다. 때문에 웨딩플래너 자격증은 신청만 하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없어졌고, 비전문적 그리고 다양성을 상실한 플래너가 넘쳐나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 웨딩컨설팅 회사 중심의 구조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장은 컨설팅사와 업체 양쪽이 만족할만한 상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서서히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는데, 외부의 간섭이 없이 상품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웨딩상품 가격을 정찰제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웨딩플래너의 경우에는 일본 웨딩산업협회(BIA)의 사례를 참고해봐도 좋다. 일본은 웨딩플래너가 아닌, 국가공인자격증인 웨딩마스터로 부르며 1년에 약 100여명의 전문적 능력을 갖춘 이들을 배출한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웨딩플래너 국가공인자격증 도입을 통해 전문성을 키운다면, 컨설팅사와 업체 그리고 종사자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범혼례지원센터’도 소비자들이 다양한 업체의 상품을 직접 체험하며 가격정보도 비교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결혼예비교실을 개최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할 예정으로 이런 움직임도 업계에서 확산돼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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