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둥이부터 오너가 4세까지… 신성장동력 발굴ㆍ기업 위기 극복해야

닭띠 맏형 오너가 LG 구본무ㆍ금호 박삼구

삼성 최치훈ㆍLG유플 권영수, 전문 경영인 활약 기대

4세대 전면 등장… 두산 박태원ㆍGS 허세홍 눈에 띄어

급격히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 기업 재건 과제 안아

2017년은 ‘정유년’이다. 아침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처럼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깨울 닭띠 CEO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주간한국>은 신년을 맞아 제계 곳곳에 포진해 있는 닭띠 경제인들의 면모를 살펴 봤다.

형제의 난 딛고 그룹 재건 나서는 닭띠 수장들

재계와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대표이사 명단에서 닭띠 CEO(주로 1945ㆍ1957ㆍ1969년생)는 총 93명에 달했다. 이들 중 오너가 구성원은 10%가 안 되는 8명이었다.

닭띠의 맏형 격인 1945년생에는 재계 2세대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1945년에 태어난 이들은 ‘해방둥이’로 한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산증인이기도 하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LG그룹의 총 경영을 맡고 있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의 지분을 11.28%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LG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구광모 ㈜LG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LG그룹은 자동차부품,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에게 단장 역할을 맡김과 동시에 구광모 상무 역시 신성장사업추진단에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그룹의 동력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스마트폰 G5의 부진으로 인해 부침을 겪었다. LG전자의 실적을 이끈 것은 가전제품이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는 내년 상반기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의 성공을 위해 사활을 걸 예정이다.

한편 LG그룹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선언했다. LG그룹은 지난해 연말 전경련에서 탈퇴키로 하고 최근 전경련에 이런 방침을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내년부터 전경련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도 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LG그룹이 제일 먼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형제의 난’을 딛고 새롭게 출발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또한 닭띠다. 새해에는 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다.

금호가 형제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7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어 왔다. 줄다리기가 지속되던 지난해 8월,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하면서 형제 갈등은 일단락됐다.

형제 간 공동 경영의 전통을 이어 온 금호가는 지난 2009년 삼남 박삼구 회장과 사남 박찬구 회장이 기업 인수를 두고 갈등이 촉발됐다.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대한통운의 공격적 인수 행보를 보였는데 이에 박찬구 회장이 반기를 든 것이다. 그 후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며 형제 경영의 전통은 깨지게 됐다.

1945년생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닭띠 경영인이다. 웅진그룹은 그룹 재건을 위해 태양광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밖에도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이 45년생 닭띠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도 닭띠이다.

경영 전면에 선 ‘은둔의 장남’

올해로 만 59세가 되는 1957년생 재계인들은 오너가와 전문 경영인들이 적절히 섞인 모습을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이 1957년생 닭띠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으로 재탄생했다. 건설, 리조트, 패션, 상사로 이뤄진 통합 삼성물산은 3인 대표 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치훈 사장은 건설 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특혜 의혹으로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과 국민연금 관련자들이 검찰에 소환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까지 흘러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닭의 해’를 맞이한다곤 하지만 최치훈 사장의 속내는 그리 편치만은 않을 것 같다.

삼성그룹은 자동차 전장 부품,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자동차 전장 부품 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상장됐다. 자동차 전장 부품과 바이오 모두 이제껏 삼성이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다. ‘실용주의’를 통해 화학, 방산 등 비주력 계열사는 과감히 매각해 온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가 삼성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또한 57년 닭띠다. 권영수 부회장은 2015년 연말 LG유플러스에 취임했다. 이후 권 부회장은 사물인터넷 부문, 인공지능(AI), 커넥티드 카 등 IT 업계의 신성장동력에 큰 관심을 갖고 비즈니스를 추진 중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최근 사물인터넷 사업 조직을 최고 산업 단위 부문으로 전진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완료해 신성장동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너가의 경우 구자균 LS산전 회장이 1957년생 닭띠이다. 구자균 회장은 고 구평회 E1 창업회장의 장남이다. LS산전은 스마트에너지시스템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의 확산에 역점을 가하고 있다.

범 LG가에는 닭띠가 많다. 구본걸 LF 회장이 1957년 닭띠이다. 구 LG패션인 LF는 최근 스포츠웨어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내년부터 신규 스포츠웨어 라인인 질스튜어트스포츠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역시 1957년생 닭띠다. 구본성 대표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8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구 대표는 현재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에는 구본성 대표의 동생이자 아워홈의 전 부회장이었던 구지은씨가 유력 후계자로 점쳐졌으나 구본성 대표의 깜짝 등장으로 판도가 바뀌게 됐다.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또한 닭띠 CEO이다. 허태수 부회장은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막내아들로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다. 대외 활동을 꺼리는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GS홈쇼핑은 러시아 홈쇼핑 시장에 진출했다. 이로써 GS홈쇼핑은 러시아, 인도, 중국, 태국을 포함해 총 8곳의 해외 국가에 진출하게 됐다.

그룹 전면에 등장한 ‘4세대 오너가’

만 47세 닭띠인 1969년생들은 재계의 ‘젊은 피’로 통한다. 주로 기업의 3, 4세대들로 구성된 이들은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두산의 4세대인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이 1969년생 닭띠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박태원 부회장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두산그룹은 박태원 부회장을 비롯해 이미 4세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삼촌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 받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4세대이다. 박용만 회장의 아들로 면세점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서원 두산유통전략담당 상무도 눈에 띈다.

GS그룹 역시 4세대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GS 오너가 4세 중 가장 먼저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 됐다. 허 부사장은 1월 1일부터 GS글로벌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허세홍 대표는 GS가 4세대 중에선 최초로 지난 3월 GS칼텍스 등기이사에 오르기도 했다. 4세대 중 단연 눈에 띄는 행보다.

허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GS글로벌은 석유화학, 금속제품 등 산업용 소재의 수출입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9년 GS그룹에 편입돼 그 동안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GS글로벌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4세대가 처음으로 대표 이사에 오른 것과 GS글로벌에 인사 발령을 받은 최초의 오너가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한 명의 젊은 닭띠 경영인인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은 밥솥, 정수기 등을 판매하는 가전 업체 쿠쿠를 이끌고 있다. 구본학 사장은 재벌닷컴이 조사한 ‘닭띠 주식부자’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구 사장은 4300억원의 주식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만 36세가 되는 젊은 닭띠에는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이 있다. 대신증권 오너가 3세인 양 사장은 지난 2014년 사장에 취임했다. 허승범 삼일제약 사장 역시 1981년생이다. 허 사장은 허강 삼일제약 회장의 아들로 지난 2014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IT 업계에서는 소셜커머스 위메프를 이끄는 박은상 사장이 1981년생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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