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수익률’ 명시… 소비자 요구와 거리

보험사별 사업비 공개, 올해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 마이너스 수익률-해약환급금 고지 의무화 추진

“변액보험의 근본적 문제점, ‘마이너스 수익률’ 아닌 불투명한 ‘사업비’” 주장 제기

‘현실적 원금회복 기간’ 예시 마련 촉구하는 목소리도


금융당국이 새해부터 변액보험에 대한 일부 개정 예고를 했지만,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변액보험에 대한 개정세칙 사항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따른 해약환급금 명시’다. 기존에는 가입자들에게 변액보험의 펀드 수익률이 0% 등일 때를 가정한 수익률과 해약환급금을 예시했다. 개정 시행세칙을 통해 보험사들은 변액보험의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때의 해약환급금 규모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세칙이 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나 민원건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 상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사업비’나 ‘원금회복 기간’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오는 7월 1일 이후 출시하는 변액보험 상품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일 경우의 해약환급금을 상품설명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에서 설계사ㆍ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수당 등의 사업비 그리고 가입자의 사고 및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위험보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적립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형 펀드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해당 펀드는 가입자가 지정할 수 있고 중도에 변경이 가능하다.

해약환급금은 변액보험 가입 후 3개월부터 20년 사이에 이를 해약한다면, 해약 시점까지 납부한 보험료 그리고 펀드운용에 따른 수익 중 가입자가 실질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의미한다.

만약 가입자의 변액보험에 설정한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다면, 원금 손실의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설정한 펀드의 수익률에 따라 해약환급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 사실은 그동안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와 금융당국에 제기해 온 주요 민원사항 중 하나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감독업무 시행세칙의 개정을 통해 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 시행세칙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르면, 현행 보험사들이 변액보험 가입자들에게 고지해야 할 펀드 수익률과 해약환급금에 대한 사항은 이것이 0%와 평균 공시이율일 경우 그리고 평균 공시이율의 1.5%일 때의 예를 들어 예상 해약환급금을 각각 제시한다.

사실상 가입자들은 변액보험 펀드의 수익률이 손해가 나지 않았을 경우만을 가정하고, 자신이 해당 상품을 중도 해약했을 때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지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7월부터 보험사들은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1%일 때의 예상 해약환급금의 예시를 가입자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는 설계사들의 고지의무 사항에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상품설명서에도 적시된다.

또 개정 시행세칙에는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한 뒤 납입한 보험료 대비 수익률을 알 수 있도록 수익률 공시 방식도 개선해 반영할 예정이다. 이는 펀드 수익률이 높더라도 계약 해지 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조치다.

물론 현재도 생명보험협회 공시실 등을 통해 변액보험 펀드의 수익률이 공개되고 있지만, 사업비를 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출한 펀드 수익률이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 시행세칙이 변액보험 불완전판매나 민원을 줄이는 데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액보험을 중도해지 했을 때 해약환급금이 원금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문제의 결정적 원인은 펀드 수익률이 아닌, 지나친 사업비와 이로 인한 원금회복 기간의 장기화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변액보험의 펀드는 일반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와 수익률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단지 변액보험이 월등히 높은 것은 사업비다.

이 사업비는 보험사마다 7%에서 15%까지 다양한데, 사업비가 높을수록 보험사와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수당이 높기 때문에 보통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은 사업비가 높은 상품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과거 수년간 보험대리점 설계사로 활동하며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변액유니버셜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했던 A씨는 “내가 있었던 대리점이 취급했던 변액보험 상품은 사업비가 대략 12%로 위험보험료나 수수료까지 다 빠진다면 납입보험료의 약 15%를 제외한 채 나머지 돈이 펀드 투자금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매월 꾸준히 15%의 수익률을 넘기는 펀드는 본적이 없고, 결국 보험사 상품마다 비슷한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변액보험 사업비의 구체적 규모와 현실적 원금회복 추정기간을 공개하도록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면 가입자들이 수익률을 두고 고민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액보험 해약환급금이 원금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점이 펀드 수익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사업비와 장기상품의 특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은 또 있었다.

금융소비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고 민원해소에 도움을 주는 금융소비자연맹의 보험전문가 이기욱 사무처장은 “변액보험은 민원이 상당히 많은 상품으로 상품설명서에 무언가를 명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지난 2012년에도 금융소비자연맹에서 문제를 제기해 보험사는 사업비를 제외한 투입되는 금액 대비 수익률을 알려 소비자가 실제로 낸 보험료 대비 수익률을 알 수가 없었고, 소비자는 가입할 때 사업비가 얼마나 되고 투입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민원이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은 “현재 저금리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어 변액보험의 원금에 도달하는 기간이 10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이 또한 명시해 소비자가 제대로 알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융당국이 개정 시행세칙을 통해 사업비를 공제한 상태에서 변액보험의 펀드 수익률을 공시하는 것이 ‘개선책’이라고 내놨지만, 사업비 공제의 유무는 펀드 수익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업비를 누락시켜 수익률을 공시한다고 해서 실제 수익률과 최대한 가까워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펀드 수익률은 회사별 자산운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업비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나 민원건수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보험사와 설계사가 ‘솔직해지는 것’인데 변액보험을 ‘대안 투자처’나 ‘노후대비 저축상품’ 심지어 보험이 아닌 ‘펀드상품’으로 포장해 영업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보험사별로 정확한 사업비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변액보험이 납입 보험료 중 사업비, 수수료 등을 정확히 얼마 제외한 채 펀드 투자에 들어가고,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원금회복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고객들의 판단도 더욱 현명해 질 것이고 변액보험이 민원왕으로 불리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욱 사무처장도 “현재 투자성보험인 변액보험 사업비가 약 10% 내외로 높아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고 여전히 사업비를 떼고 난 원금을 투입된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민원이 많이 발생되고 있어 이를 계약자가 알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투입원금 대비와 실제보험료 대비 수익률을 수시로 알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