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불가능했던’ 생략등기… 이영복 측의 탈세 소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던 독산동 부지… ‘중간 생략등기’ 내역은

이영복 실소유사, 독산동 부지 소유권이전 등기하며 공과세 누락 의혹 증폭

한민철 기자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 (사진=연합)

삼양홀딩스(이하 삼양사) 그리고 엘시티 이영복(67ㆍ구속기소) 청안건설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던 회사들과 과거 서울시 독산동 토지를 두고 이뤄졌던 부동산 매매계약에 대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제기됐다. <주간한국>은 ‘엘시티 이영복에 삼양사 거론되는 이유 <제1부>’에 이어 지난 2010년 삼양사와 이영복 회장의 실소유사 간 이뤄졌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중간 생략등기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보며, 이에 대한 삼양사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국가는 투기 조장의 우려가 높은 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만약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관할관청의 허가가 없이 토지 매매계약이 이뤄졌다면 미완성의 법률행위로 무효가 된다.

이는 일반적 토지 매매뿐만 아니라 ‘중간 생략등기’에도 해당하는데, 생략등기란 토지 소유자가 중간 매수인에게 순차적으로 매도하지 않고, 곧바로 최종 매수인에게 매도해 등기 이전을 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토지의 매매계약이 ‘갑→을→병’의 순서로 이뤄진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를 ‘갑→을→병’이 아닌 ‘을’을 생략해 ‘갑→병’으로 곧바로 행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때문에 생략등기는 보통 양도소득세 등의 탈세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1997년 11월 11일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의 중간 생략등기는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더라도 무효’라고 판결했다.

1997년 11월 11일 대법원이 발표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의 중간 생략등기는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더라도 무효’라는 판례. (자료제공=법무법인 양재)

당시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토지가 최초 매도인(소유자)으로부터 중간 매수인에게 그리고 다시 중간 매수인으로부터 최종 매수인에게 순차적으로 매도된다면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각 계약에 대해 관할관청으로부터 토지거래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최초 매도인(갑)과 중간 매수인(을) 그리고 최종 매수인(병) 3자 간의 계약으로 최초 매도인이 최종 매수인에 직접 소유권 이전 등기를 넘기는 생략등기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없다.

또 최종 매수인이 자신과 최초 매도인을 매매 당사자로 하는 토지거래허가를 관청으로부터 받아 자신의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한다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토지거래 허가 없이 행해진 등기로 ‘무효’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허가를 받지 않고 이뤄진 토지거래는 무효로, 매매를 위해서는 갑-을-병이 각각의 계약에 대해 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의 중간 생략등기는 관청이 허가했다 할지라도 확정적(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의미였다.

현재 서울시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위치한 독산동 부지 일대는 서울시가 지난 2006년 6월 지구단위계획을 결정 및 고시했고, 이를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지정기간은 2008년 7월 29일부터 2013년 7월 28일까지였다.

금천구청으로부터 발급받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서울시는 2006년 6월 독산동 부지 일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했고, 이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사진=한민철 기자)

본래 이 부지는 본래 삼양사 일가 김상준 외 12인의 공동 소유였고, 지난 1970년경 이 독산동 부지는 정부에서 국유지로 바꾸며 육군 도하부대가 세워졌다. 도하부대는 지난 1998년 최초로 철수발표를 했고, 2010년 경기도 이천시로 이전을 완료했다.

당사자 지위권 이전에 따른 이영복 측의 탈세 의혹은?

본지의 ‘엘시티 이영복에 삼양사 거론되는 이유 <제1부>’의 보도대로 이영복 회장의 실소유사인 제이피홀딩스는 삼양사에 부지 매수대금을 전달했고, 지난 2007년 12월 7일 삼양사는 이 대금을 통해 자신들의 명의로 독산동 424-1동 19필지 등 총 5만 754평의 징발토지를 양도받는 수의계약을 ‘대신’ 체결했다.

그런데 국방부와 삼양사 사이의 해당 징발토지에 대한 수의계약이 체결되기 약 1년 전인 2006년 11월 28일에는 김윤 삼양사 대표 및 실소유자인 삼양사 일가 사람들과 제이피엔터프라이즈(제이피홀딩스의 전신), 이영복 회장의 측근인 정씨 사이 해당 징발토지의 수의계약권을 양도·양수하는 계약서가 작성됐다.

삼양사 측 일가는 ‘갑’ 그리고 제이피엔터프라이즈와 정씨는 ‘을’로 명시됐지만, 사실상 이는 삼양사와 이영복 회장 간 계약이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갑’인 삼양사는 징발재산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0조의 2의 규정에 따라 징발 토지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을’인 이영복 회장 측에 양도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삼양사 측은 수의계약권을 넘기며 조건을 걸었다. 해당 토지의 소유권 이전이 갑의 명의를 거쳐 을에 등기 이전될 필요가 있는 경우, 갑에게 부과될 등록세와 취득세 등 일체의 취득세 비용과 양도소득세 등을 ‘을이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06년 11월 28일, 김윤 삼양사 대표 등 그리고 이영복 측과 맺어진 계약서 내용 중 '토지 소유권이 갑(삼양사)의 명의를 거쳐 을(이영복 측)에 등기 이전될 경우 공과세는 이영복 측이 부담한다'는 조항. (사진=한민철 기자)

원칙적으로 이영복 회장 측이 군과 직접 수의계약을 체결해 등기이전을 군으로부터 제이피엔터프라이즈로 직접 해야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해 군과의 수의계약이 삼양사와 체결될 경우에는 이 회장이 삼양사로의 등기이전 과정에 부과되는 등록세 및 취득세 등 모든 공과세를 부담한다는 의미였다.

제이피엔터프라이즈와 정씨, 즉 이영복 회장은 이를 승낙하며 갑과 을의 계약은 성사됐고, 앞서 언급한 대로 이듬해 12월 7일 이영복 회장 측(제이피홀딩스)이 군과 직접 계약을 하지 못해 삼양사가 국방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본지의 지난 보도대로 당시 이 대납형식의 계약은 의아함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제이피홀딩스, 즉 이영복 회장이 삼양사를 통하지 않고 군과 직접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면 등기이전에 소요되는 막대한 공과세 납부를 절약할 수 있었고, 이 직접 계약은 법적으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제이피홀딩스가 삼양사에 자신들이 군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채권양도 통지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제이피홀딩스-국방부’ 간 직접 계약이 이뤄져, 이영복 회장 측은 여기서 생기는 등록세·취득세 등의 공과세를 한 번만 납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이피홀딩스는 삼양사에 계약금을 전달했고, 삼양사가 해당 대금으로 이영복 회장 측을 대신해 군과 수의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삼양사 및 제이피홀딩스에 해당하는 두 번의 공과세를 납부해야만 했다.

특히 2006년 11월 28일 계약에서의 ‘갑(삼양사)의 명의를 거쳐 을(이영복)에 등기 이전될 필요가 있는 경우, 갑에게 부과될 등록세와 취득세 등 일체의 취득세 비용과 양도소득세 등을 을이 부담한다’는 내용처럼 두 번의 공과세를 납부할 당사자는 이영복 회장 측이었다.

때문에 제보자 측과 일부 언론에서는 제이피홀딩스가 삼양사에 대납을 통한 계약을 요청한 사실에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삼양사는 법적 매도인의 입장에서 양수인인 제이피홀딩스가 토지를 원만하게 매수하도록 협조할 의무가 있었다. 또 이런 대납계약에 있어 약간의 수고가 들었더라도 삼양사에는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불법행위에도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

이후인 지난 2009년 11월 11일 국방부 소속 제3군사령부 국유재산과에는 삼양사로부터 한 장의 공문서가 접수됐다.

2009년 11월 삼양사와 국방부 간 주고받은 공문서 내용. 삼양사는 자신들의 명의로 체결된 국유재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제이피홀딩스에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이를 승락하지 않았다. (사진=한민철 기자)

이 공문서는 삼양사가 자신들의 명의로 체결된 국유재산 매매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제이피홀딩스에 이전하겠다는 통지문이었다. 삼양사는 해당 지위이전 사유에 대해 ‘제반 사업의 형편상’이라고 밝히며, 제이피홀딩스가 매각잔금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들이 책임을 질 것을 약속했다.

당시 제이피홀딩스의 대표는 이영복 회장의 아들 이창환 씨로, 이 회장의 청안건설이 이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 중이었다.

국방부는 삼양사가 제이피홀딩스에 매매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이전한다는 요청을 선뜻 받아줄 리가 없었다. 이 지위이전 계약은 누가 보더라도 탈세가 의심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양사는 군으로부터 양수한 토지에 대해 소유권을 이전등기 할 때 등록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순차적으로 제이피홀딩스 역시 삼양사로부터 해당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맺는다면 이 세금을 납부해야만 했다.

그런데 여기서 군이 삼양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삼양사에서 제이피홀딩스로의 매매계약 당사자의 지위이전이 이뤄진다면, 납세의무자는 삼양사 및 제이피홀딩스 두 회사에서 제이피홀딩스 하나로 축소된다. 때문에 국방부가 이 지위이전에 동의를 해줬다면, 자칫 자신들이 세금 탈루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군은 역시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당시 3군사령부의 회신 공문서에 따르면, ‘국유재산 매매 당사자 지위이전은 불승락할 것을 회신합니다’라고 명시했다.

사실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가 토지 매매를 했을 때 발생하는 세금의 납부 당사자는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각각의 법인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2006년 11월 28일 계약 조건에서처럼 수의계약권의 양도 과정에서 등기 이전 시 발생하는 각종 세금은 모두 이영복 회장 측이 부담하기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 회장 측은 삼양사의 세금뿐만 아니라 사실상 그가 소유하고 있던 제이피홀딩스에서 발생하는 세금까지도 전부 책임져야 했다. 만약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간 지위이전이 탈 없이 이뤄졌다면, 이 회장 측이 납부할 세금은 제이피홀딩스 부분 한 군데로만 줄게 됐다.

그 규모를 추산한다면, 이영복 회장은 당시 토지대금 3500억원의 5%인 등록세 및 취득세 약 175억원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3군사령부가 ‘불승락’했지만, 삼양사는 다음해 8월 25일 제이피홀딩스와 제이피홀딩스 PFV 3자간 지위자 양도계약을 실행했다.

‘제이피홀딩스 건너 뛴’ 삼양사→제이피홀딩스PFV의 생략등기 이전

제이피홀딩스PFV는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시행사다. 시행사는 개발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로 PFV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데, PFV로 인정받으면 금융권으로부터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이영복 회장은 마치 PFV의 장점과 향후 사업 가능성까지 모두 꿰뚫고 있었듯, 삼양사와의 지위자 양도계약을 기존의 제이피홀딩스에서 제이피홀딩스 PFV로 돌렸다.

정확히 지난 2010년 8월 25일 ‘갑’ 삼양사와 ‘을’ 제이피홀딩스, ‘병’ 제이피홀딩스 PFV 간 지위자 양도계약에서 ‘소유권등기의 이전’이 이뤄졌다. 계약서 제3조에는 ‘병이 갑에게 잔금 등을 지급함과 동시에 갑은 병에게 직접 소유권등기를 이전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었다.

2010년 8월 25일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제이피홀딩스 PFV 간 이뤄진 지위자 양도계약서. 중간 생략등기를 통해‘소유권등기의 이전’이 이뤄졌다. (사진=한민철 기자)

제보자 A씨 측은 “당시 계약은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PFV가 을인 제이피홀딩스를 건너 뛴 전형적 중간 생략등기로 무효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계약이 이뤄진 시기 해당 부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앞서 언급한 1997년 대법원의 판례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의 토지 매매계약이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이뤄졌을 경우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생략등기는 비록 최종 매수인과 최초 매도인과의 계약에 대해 관할관청에 허가를 받았더라도 확정적(원천적) 무효다.

<주간한국>의 확인 결과 이들은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생략등기까지 해가며 소유권등기를 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삼양사→제이피홀딩스→제이피홀딩스 PFV’로 각각 단계에서 관할관청의 허가 아래 합법적으로 소유권등기 이전이 이뤄졌다면, 이영복 회장 측은 2006년 11월 28일 삼양사와의 계약 조건대로 삼양사에서 부담할 세금 그리고 제이피홀딩스, 제이피홀딩스 PFV에서 각각 발생할 세금까지 총 3회에 걸쳐 납부를 해야 했다.

그러나 ‘불가능했던’ 이 중간 생략등기로 인해 ‘삼양사→제이피홀딩스 PFV’로 소유권이 곧바로 이전되면서, 이 회장은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PFV에서 발생하는 세금만을 부담하면 됐다. 즉 가운데 제이피홀딩스에서의 등록세·취득세 등 약 200억원의 공과세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삼양사, 소유권이전 문제·탈세방조 의혹에 강력 반박

삼양사는 제이피홀딩스 PFV에 소유권등기의 이전을 해준 사실에 대해 제이피홀딩스가 토지를 원만하게 매수하도록 협조해야 할 법적의무가 있고, 제이피홀딩스의 요청을 검토해 3자 간 합의로 제이피홀딩스 PFV에 소유권을 최종 이전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양사는 “제이피홀딩스가 토지 잔금을 모두 치르기 이전에 매수인의 모든 지위권을 제이피홀딩스 PFV로 양도했기에 최종 매수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양사 측은 지난 2007년 5월 11일 대법원이 판례를 들어 제이피홀딩스가 생략된 부동산 거래가 미등기 전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판례에서는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자가 반대급부의 이행이 완료되기 전에 제3자에게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 먼저 체결된 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 등기신청을 해야 할 의무가 없고,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8조 제1호, 제2조 제3항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삼양사 측은 <주간한국>이 제시한 1997년 11월 11일 대법원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의 중간 생략등기에 대한 판례에 대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나 세금회피를 의도한 잠탈(潛脫)행위에만 해당하고, 삼양사는 1980년대 판매한 시가매수권 계약내용을 이행했을 뿐이기 때문에 이 판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삼양사 측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최종 매수인이 자신과 최초 매도인을 매매 당사자로 하는 허가를 받아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했더라도 이는 무효라는 내용”이라며 “<주간한국>이 주장한 판례는 반대급부의 이행을 완료한 시점에 등록세와 취득세 누락을 의도한 경우에 해당하고, 삼양사의 해당 토지거래는 투기 및 잠탈 의도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 ‘이전의 계약을 확정적으로 무효로 하고 새로운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본다’는 다른 판례를 제시하며 이 사례가 해당 토지 거래의 사유와 더 유사하다고 밝혔다.

삼양사는 지난 1996년 7월 26일 대법원 판례를 들어 “잔금이 완납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수인의 지위만 이전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갑→병으로의 매매로 볼 수는 없다”라며 “사안에 따라 갑→을로의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고 새롭게 갑→병으로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면 그러한 매매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영복 회장 측의 탈세 의혹에 선상에 설 수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삼양사는 단순한 매도인으로 소유권이전에 따른 모든 법적처리와 제반 서류는 매수인인 제이피홀딩스 측이 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삼양사 측은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완납받은 후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을 뿐이지, 매수인의 탈세를 방지 또는 감시할 어떠한 권한이나 의무가 없다”라며 “삼양사는 단순 매도인으로서 거래에 참여했고 소유권을 원만하게 이전했을 뿐으로, 소유권 이전 당시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PFV간 거래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제이피홀딩스가 진행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수자 지위이전에 따라 실제거래가 진행되지 않은 A(삼양사)와 B(제이피홀딩스) 그리고 B(제이피홀딩스)와 C(제이피홀딩스 PFV)의 토지거래허가도 매수인이 진행했고, 만약 이로 인해 탈세를 했다면 그 주체는 매수인인 제이피홀딩스”라고 주장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반박… 제보자 “삼양사, 불리한 해명 제시”

<주간한국>은 제보자 A씨와 그의 법률대리인 그리고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법률전문가와 함께 삼양사가 제시한 사건번호 2006도5560, 2007년 5월 11일 대법원 판례에 대해 살펴봤다. 삼양사 측은 이 판례를 들어 제이피홀딩스가 생략된 부동산 거래가 미등기 전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제보자와 법률전문가 등은 해당 판례의 판시사항 및 재판요지를 통해 이 사례가 ‘토지허가구역 내에서 이뤄지는 등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판례는 부동산의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자가 반대급부의 이행이 완료되기 전, 즉 매매대금 모두를 지급하기 이전에 제3자에게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다.

판시사항 4조에서는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의 범죄주체가 되는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제보자 및 그의 법률대리인 측은 “삼양사 측이 제시한 판례는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소정의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의미하는데, 부동산 경매물건을 매수인이 타인의 명의로 경매 받은 후 낙찰대금을 모두 납부하기 전에 계약자를 자신의 명의로 변경한 사건”이라며 “이는 아파트 분양 시 분양대금의 납부가 완료되기 전 제3자에게 분양권을 양도하는 경우 선분양자에게는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의무가 없다는 일반적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말하며, 독산동 부지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경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간한국>이 제시한 1997년 11월 11일 대법원 판결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나 세금회피를 의도한 잠탈 행위에만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즉각 반박 의견이 나왔다.

본지의 취재에 응해준 법률전문가는 “97다33218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 판례의 핵심은 삼양사의 해명처럼 투기나 탈세를 의도한 경우에 한정한다는 점이 아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의 중간 생략등기란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불과할 뿐, 매도인과 매수자가 계약을 했다고 해도 유효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이 판례의 경우는 투기 및 잠탈 목적이 있었든 또는 순수한 계약 이행의 목적이었든 관계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중간 생략등기는 최초 매도인과 최종 매수인 사이 적법한 토지거래허가 없이 경료된 등기로 무효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특히 무엇보다도 삼양사 자신들이 이영복 회장 측과의 토지거래가 ‘투기 및 잠탈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더욱더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매매 행위에 있어서 잠탈 의도의 유무를 판단하는 이들은 매매 당사자들이 아닌, 이들의 토지거래에 대한 허가를 내리는 관할관청이다.

제보자는 “거래 당사자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매매행위가 잠탈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지라도, 결국 그에 대해 판단하고 허가를 내주는 곳이 관할관청인데 삼양사와 이영복은 자신들 간의 거래에 있어 관할관청 허가를 받지 않았다”라며 “잠탈 의도가 없이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갑-을-병 3자 간 순차적 토지거래 및 소유권이전이 가능할 뿐, 중간 생략등기는 잠탈 의도와는 관련 없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보자 등은 삼양사 측이 해당 토지 거래의 사유와 더 유사하다고 제시한 1996년 7월 26일 대법원 판례를 납득할 수 없고, 오히려 이는 삼양사 자신들에게 불리한 해명이라고 주장했다.

삼양사가 제시한 96다776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판례는 이번 독산동 부지처럼 ‘국토이용관리법 소정의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에 관하여 관할 관청의 허가 없이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또 ‘그 매매계약이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목적의 계약이 아니라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하는 계약인 때에는 유동적 무효상태’라고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할 목적이 있었다면 해당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 매도인과 매수인 및 제3자 사이에 계약자 지위이전 계약 합의는 관할관청의 허가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삼양사와 제이피홀딩스, 제이피홀딩스 PFV는 관할관청의 허가조차 받지 않은 경우였다.

특히 ‘그 허가가 없는 이상 그 3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유동적 무효상태의 매매계약의 매수인(제이피홀딩스) 지위가 매수인으로부터 제3자(제이피홀딩스 PFV)에게 이전하고 제3자가 매도인(삼양사)에 대해 직접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협력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삼양사, 제이피홀딩스, 제이피홀딩스 PFV 3자 사이의 각각의 계약에 대해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 한해 제3자인 제이피홀딩스 PFV가 삼양사에게 토지거래허가 신청절차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이들은 각각의 계약에 대해 소유권등기 이전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원천적인 무효에 해당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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