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의료자문 비동의에 보험금 지급 거부

금융소비자연맹 “일방적인 보험사 의료자문 요구, 의료자문에 대한 정보조차 비공개”

푸르덴셜생명 “객관적인 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절차진행 원했지만, 고객이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아”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금융소비자연맹은 푸르덴셜생명이 소비자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들어왔을 때 반드시 자사 의료자문의의 조사에 동의하도록 했고, 보험금 청구서류를 일방적으로 반송 처리하는 횡포를 부렸다고 밝혔다.

보험약관에는 ‘조사목적으로 병·의원 등의 조사업무에 협조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불응했을 때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연맹은 푸르덴셜생명이 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옳지 않은 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르덴셜생명이 일방적으로 자사가 지정한 의료자문 의사의 조사에만 동의하도록 요구하거나 이에 응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심사 그리고 접수된 보험금 청구서류를 일방적으로 되돌려 보내는 행위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임 모씨는 지난 2007년 12월 푸르덴셜생명의 종신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임씨는 2012년 5월에 허리를 다쳐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어 지난해 3월 다시 허리를 다쳐 악화된 후유장해에 대한 추가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 측은 ‘관여도가 없어 (자체) 의료자문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이에 임씨는 의료자문의사 및 병원정보를 공개하는 경우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푸르덴셜생명 측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그가 자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청구서류를 반송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임씨는 주치의로부터 관여도에 대한 내용을 추가해 후유장해진단서를 재발급받아 보험금을 재청구했지만, 푸르덴셜생명 측은 자체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반송 처리했다.

임씨는 동시감정을 받거나 제3의 병원에 가는 등 객관적인 절차를 밟도록 강력히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임씨가 오랫동안 가입한 보험가입자임에도 푸르덴셜생명의 일방적인 반송처리에 분통을 터트렸고, 다른 보험사는 같은 사안에 대해 보험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회사와 고객 간 갈등에서 그치지 않았다. 푸르덴셜생명 측의 해당 운영행위는 금융당국의 지침과도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2015년 2월 5일 배포한 ‘보험회사 업무관행 개선’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는 의료자문의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개선했다.

개선내용에 따르면 보험사에게 의료판정 시 원칙적으로 최근 1년간 의료 자문한 전문의는 제외하되, 부득이하게 최근 1년간 의료 자문한 전문의에게 의료판정을 구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사전 공개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에는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보험금 지급여부를 다투는 경우 대학병원의 전문의가 제시한 의료 판정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면서 보험사에게 유리한 자문을 하는 전문의에게 의료판정을 의뢰하는 일이 생기면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었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은 과거에 금융당국으로부터 개선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 정보요구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었다.

푸르덴셜생명의 보험금 청구서류 반송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지라도,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었다.

이는 분명 서민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며, 보험금이 소액인 소비자들의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도록 유도한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때문에 금융소비자연맹은 푸르덴셜생명의 서류반송에 대해 ‘소비자 압박 수단으로 악용’이라고 비난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정당한 진단서를 제출하고 진료기록을 제출해 지급심사에 필요한 조사에 협조했음에도 자사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송 처리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다”며 “푸르덴셜생명은 소비자가 제3병원이나 동시 감정을 요구해도, 자사 자문에 동의하지 않음을 이유로 무조건 반송해 소비자로서는 일방적으로 보험금지급을 거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연맹의 보험 전문가 이기욱 사무처장은 “푸르덴셜생명은 의료자문에 대한 정보공개도 거부하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다른 의사의 감정에도 협조하지 않았고 무조건적인 보험사 측 요구에 응하도록 했다”며 “이에 반하면 일방적으로 청구서류를 반송 처리하는 것은 보험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갑질 횡포의 행태이며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자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결국 보험회사에서 만든 결과로, 이에 반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적절한 분쟁해결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의료자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용추가] 푸르덴셜생명보험 측으로부터 본지 기사 내용에 대한 정정 및 입장반영의 요청이 있어, 이에 해당 내용을 추가합니다.

푸르덴셜생명은 금감원 권고사항과 금융소비자연맹 그리고 임씨의 주장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푸르덴셜생명 측에 따르면, 금감원의 권고사항은 의료판정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의료자문은 다르다.

의료판정은 보험금 지급여부를 놓고 다툼이 있는 경우 의료판정에 의해 보험금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사안이다. 반면, 의료자문은 정확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 객관적인 정보 확보를 위한 것으로 금감원이 적시한 의료판정과는 다른 사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푸르덴셜생명은 “의료판정에 대해 이미 금감원이 권고안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임씨의 사례는 그가 동일부위에 증가된 장해 보험금 청구함에 따라,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 장해진단 의사 면담 그리고 제3의료기관 신체감정 외에 제3의료자문에 고객의 의료자문 동의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정확한 보험금 지급을 위한 객관적인 판단을 위한 것으로, 고객의 거절에 따라 보험금 심사를 진행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청구서를 반송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푸르덴셜생명 측은 “현재 보험금 지급 적정성 파단을 위한 객관적인 정보도 수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보험금지급 거부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은 자사 의료자문의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르덴셜생명은 “내부에 의료자문의가 없어 필요시 제3자의 의료자문을 구하고 있고, 제3자 의료자문의 경우 회사는 손해사정업체나 의료분석원 등에 의뢰하고 있으며 의료자문의를 미리 알 수 없다”며 “종합적인 판단 하에 보험금 지급여부가 결정이 된 후, 고객이 이의가 있어 관련 자료를 요청하시는 경우에는 제공해 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가된 보험금 청구에 따라 객관적인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통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하고자 했지만, 고객의 의료자문에 동의를 거부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보험금 청구서가 반송된 사례”라며 “금감원의 권고사항은 이번 건과는 다른 사안이며 푸르덴셜은 금감원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따르며, 푸르덴셜생명은 올바른 보험금 지급과 고객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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