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금 ‘땡 잡은’ 롯데… 정치권·소비자 비난에도 나몰라라

김태년 의원 “포인트 부가세 환급은 소비자 몫”

수백억원 환급받은 롯데 “포인트는 고객자산 아냐”

소비자의 소송까지 현실적 벽 높아… ‘소비자 권리 뒷전인’ 태도 향한 비난 거세질 전망

한민철 기자


포인트 결제 부가세 환급을 둘러싸고 롯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롯데는 포인트 부가세 환급을 두고 국세청에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백억원을 돌려받았다. 이에 정치권과 과세당국 그리고 소비자들은 단순한 세금전달자에 불과한 롯데가 부과세 전액을 환급받는 것을 옳지 못하며, 소비자들에게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 측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세는 구매 물품을 결제 후 발생한 값으로 포인트는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환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소비자들은 포인트 부가세 환급을 위해 롯데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법대로 하겠다’는 롯데에 정부·소비자 측은 ‘소비자 권리를 보다 우선시 하라’고 받아치며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 2013년 국세청을 상대로 고객들의 포인트 결제 금액에 대한 부가세를 업체에 매기는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에서 포인트는 고객들을 위해 업체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제공하고 있는 일종의 혜택으로, 이를 통한 구매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3년여의 공방을 거친 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롯데 측의 손을 들어주며 이들에게 부가세를 환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현행 부가세법은 물건을 구입해 직접 지급한 금액에만 부가세를 묻고, 고객이 사용한 포인트 구매액은 실제로 받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닌 단순한 ‘에누리액(할인액)’으로 정의했다.

롯데의 포인트 제도가 에누리액에 해당돼 부가세를 부가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었다. 같은 해 1월 대법원은 KT가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라며 전국 세무서 13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세 부과 대상이 아닌 에누리액’이라며 KT의 손을 들어줬다. 때문에 당시 롯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롯데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포인트 결제액 대한 부가세 10%인 322억원을 관할 세무서를 통해 돌려받았다. 다른 기간의 포인트 사용액 부가세도 롯데 측이 추가로 환급을 요청하면서 금액은 1000억원대로 커졌다.

특히 롯데가 소송에서 이기자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신세계 이마트도 승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세청이 대기업들에 환급해줄 금액의 규모는 수천억원대로 추산됐다.

물론 정치권은 크게 반발했다. 현행 부가세법에 포인트가 과세 대상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322억원의 환급액은 롯데가 아닌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롯데의 포인트 환급액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크게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과세의 최종 부담자이자 환급의 주체를 소비자로 정의하며, 롯데가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게 될 포인트 구매액 부가가치세 322억원은 소비자가 낸 것으로 환급액은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질의했다.

김태년 의원의 지적대로 부가세는 소비자가 부가세 10%가 포함된 물건 금액을 결제하면 최종 판매자가 국세청에 대납(代納)하는 구조로, 현행법 상 최종 판매자인 업체는 단순한 세금 전달자에 불과하다.


또 김 의원은 부가세 법령 중에 마일리지 부가세와 관련된 내용이 누락돼 롯데와의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김태년 의원은 “2013년 (부가세) 입법예고문을 찾아보니 마일리지 부가세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피해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입법 절차를 무시하고 시행령으로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가세는 소비자가 내는 것을 사업자가 모아 납부하는 것이니 사업자가 환급해 놓은 금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할 사안이 있는 것 같다”며 “형식적인 논리대로 한다면 (322억원의 부가가치세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형식적인 논리’는 부가세 제도 상 최종 판매자는 소비자가 낸 세금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할 뿐으로, 세금 환급액이 발생해 롯데 등이 국세청으로부터 포인트 부가세 환급을 받을 경우 소비자들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만약 소비자가 포인트로 제품을 결제했을 때 포인트 결제 금액에 대한 부가세를 냈다면, 같은 논리로 소비자들 역시 업체로부터 포인트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당시 국정감사에서 김태년 의원이 “롯데가 롯데포인트에 붙인 부가세는 누가 낸 것이냐”라고 질의하자, 임환수 국세청장은 “간접세로 소비자다”라고 답했다.

임환수 청장은 환급액이 롯데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의견에도 동의하면서, 포인트 부가세 환급에 대해 소비자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물론 부가세를 신고하는 주체이자 환급금을 최초로 돌려받는 당사자는 사업자로, 소비자들이 부가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아닌 업체’에 그 권리를 주장해야만 했다.

만약 업체에서 이를 거부한다면 소비자들은 관련 금액에 대한 부당이익금 환수 소송을 제기해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소비자 환급 ‘아랑곳 않는’ 롯데… 그 이유는?

KT는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휴대폰 분실·파손 보상 서비스의 부가세를 환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이 나오자, 국세청으로부터 부가세를 환급받게 되면 이를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롯데 측은 포인트 결제 금액의 부가세를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은 뒤에도, 여전히 소비자에 대한 환급을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포인트 부가세 환급에 대한 회사 입장에 관해서는 이전과 변한 점이 없다”며 “롯데쇼핑에 의해 적립이 된 포인트는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의 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과세당국의 합리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포인트 부가세 환급의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법률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부가세 소송은 법인세와 소득세와는 달리 국가에서 잘못 징수를 했더라도 소비자는 부가세 신고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라며 “소비자들은 롯데에 소송을 걸어 재판을 받은 뒤 부가세를 찾아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소비자들이 포인트로 결제해 발생한 부가세는 소액에 불과해 많아야 몇 천원을 돌려받자고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땡 잡은’ 롯데가 솔선해서 이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준다면 소비자와 정부, 과세당국이 원하는 가장 좋은 모양새지만, 그럴 리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대로 롯데 소비자들은 포인트 부가세를 환급받기 위해 직접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법률소비자연맹 측의 지적처럼 대기업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비를 지불하면서까지 소액의 환급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포인트 결제 금액은 신용·체크카드 등의 내역에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저장된 포인트 내역을 업체 측으로부터 넘겨받거나 직접 영수증을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역시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익명의 롯데 관계자는 “롯데 직원들도 복지 포인트를 롯데 포인트로 받기 때문에 롯데 직원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환급받으면 좋은 일”이라며 “실익이 없고 복잡한 소송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리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 세법 체계상 부가세의 신고·납부 의무자가 사업자로 지정돼 있고, 그 사업자에게 환급의 의무까지 부여하는 사항도 법률적으로 민감하게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의견 마찰이 생긴다”라며 “집단소송은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부당이익금 환수 소송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과 소비자 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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