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ㆍ한화생명ㆍ교보생명 소비자신뢰 잃고 업계 악영향 끼쳐

소멸시효 둘러싸고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하던 빅3 생보사, 행정제재 내려져

금융당국 조치로 삼성·한화생명 대표, 연임에 ‘빨간불’

소비자·금융소비자연맹, 금융당국 결정 환영… 생보사 업계에 악영향도 지적

한민철 기자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빅3 생보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영업 일부 정지 및 대표 임원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를 내리는 행정제제 안건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의결했다. 이로써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빅3 생보사를 상대했던 소비자 및 금융당국, 정치권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소비자들과 금융소비자연맹 등은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빅3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지급 유보를 둘러싸고 소송을 제기한 뒤 패소한 결과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생보사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국내 보험사들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지 않아 이로 인한 보험금이 청구가 들어왔을 때 주계약 상의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을 뿐, 재해특약 약관상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3일 대법원은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보험 상품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에서 ‘특약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 가입자가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생보사 임원들을 소집해 보험사별로 자살보험금 지급계획서를 받아 지급을 이행하도록 촉구했고, 자살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보험사에 대해서는 현장검사 실시와 기타 제재를 예고하며 지급이행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미 일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문제없이 실시했고, 대부분의 생보사들도 금융당국의 해당 권고를 따르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빅3 생보사로 불리는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2년이 지난 건의 지급을 유보해왔다. 지난해 5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의 경우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종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들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의 규모는 삼성생명이 1608억원, 교보 1134억원, 한화가 1050억원에 달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말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유보와 관련해 빅3 생보사와 알리안츠생명에 중징계 제재조치를 통보했다.

당시 금감원은 이들 생보사에 기관경고와 영업권 반납 그리고 최고경영자 등 임직원에 대해서는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 조치를 예고했다. 또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과징금 부과 계획을 4개 생명보험사에 통보했다.

만약 기관경고를 받는다면 1년 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업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되면 이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임직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고, 해임권고 조치 시 5년간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결국 지난 23일, 빅3 생보사 등에 대한 해당 행정제재 안건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공식 상정됐다.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에게는 문책경고 그리고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의 제재가 내려졌다.

특히 삼성생명에는 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를 할 수 없는 영업 일부정지 3개월, 한화·교보생명에는 각각 2개월, 1개월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문책경고가 이대로 확정될 경우 김창수 대표와 차남규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불투명해지며,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이에 소비자들 및 시민단체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금감원의 발표에 대해 “빅3 생보사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살보험금 미지급사건은 생명보험사가 2007년 대법원의 지급판결, 2010년의 약관개정으로 재해사망특약에서 2년 이후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었던 소비자기만 사태”라며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수익자를 속이고 ‘자살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일반론을 앞세워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왔으며, 이는 명백히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실 소비자단체와 금융당국, 심지어 정치권까지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빅3 생보사 측이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해 많은 피해를 호소한 이들은 소비자 그리고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금융당국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한 생보사들이었다.

가입할 때는 최고의 고객으로 모실 것을 약속했지만 보험금을 지급할 상황에는 소비자들의 주장을 법적 문제로 이어가 패소한 결과, 소비자들의 빅3 보험사 및 보험 상품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불신의 화살은 빅3뿐만 아니라 전체 생보사에 향하며 업계 전반에 큰 피해를 끼쳤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의 보험분야 전문가 이기욱 사무처장은 “제재심의위원회는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빅3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 소비자에 대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당국의 기강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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