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향상’ 긍정적 평가에도… 비(非) 본사직원 외면한 제도라는 비판

일부 지점·영업팀 사원 “자율출퇴근제, 본사 직원 혜택에만 쏠려” 주장

“고객 직접 응대하는 지점 근무환경 고려 못한 제도” 한계 지적

롯데렌탈 본사 측 “지점에도 자율출퇴근제 만족도 꾸준히 피드백” vs

일부 지점 측 “만족도 조사한 적 없어”

한민철 기자


롯데렌탈의 자율출퇴근제 시행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의 자율출퇴근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는 다르게 일부 지점 및 영업현장의 직원들은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국내 최대 규모의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터카를 운영 중인 회사로 전신인 KT렌탈이 지난 2015년 6월 롯데그룹에 편입되면서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다. 자율출퇴근제 역시 롯데렌탈의 새단장에 걸맞은 정책으로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가 직원 행복 및 최상의 서비스 창출을 위한 일환이라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지점 및 영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성급한 이슈 메이킹’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는 서울시 서초동 본사를 중심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하루 4시간 이상 및 주 40시간의 근무조건으로 직원들이 오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때문에 직원들 대부분이 ‘금요일의 빠른 퇴근’·‘월요일의 늦은 출근’·‘워킹맘 직원들의 복지에 기여’에 크게 호응했고, 지난해부터는 자율출퇴근제가 삼성 전 계열사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사례로 자율출퇴근제가 직원들에 대한 복지 기여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내외적 이미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얻은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도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롯데렌탈도 일과 가정의 균형을 통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다며 주 40시간 기준의 자율출퇴근제를 전사적으로 도입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롯데렌탈의 자율출퇴근제는 삼성전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사를 비롯해 전국 220여개 지점의 100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의 근무 범위에서 주 5일 기준, 40시간 근무 조건으로 출근 및 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매주 금요일 1주일 단위로 차주 근무계획서를 소속 부서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롯데렌탈은 이번 제도의 효율적인 시행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전 직원의 약 30%에 해당하는 자율출퇴근제 참여 희망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했다. 지난 1월 이들 자율출퇴근제 시범운영 참여자들에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1.9%가 제도 시행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율출퇴근제에 참여한 롯데렌탈 직원들은 삼성전자의 경우와 같이 삶의 질 향상과 업무 효율성 증대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롯데렌탈 일부에서는 그 한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롯데렌탈의 한 지점에 속한 제보자 A씨 등은 지난 9일 다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진 자사 자율출퇴근제 시행에 대한 긍정적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자율출퇴근제의 실질적 혜택은 본사 일부에만 돌아갈 뿐, 지점에 속한 직원들에게는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본사에 비해 지점의 규모가 작고, 직원수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고객들을 응대하기 때문에 자율출퇴근제 활용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씨 측은 “본사에서는 자율출퇴근제를 전사적으로 실시한다면서 마치 전 직원들이 이에 대한 혜택을 본다는 식으로 언론에 밝혔지만, 지점 직원들에 40시간 자율출퇴근제가 효과적으로 시행돼왔거나 향후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점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지점에서 자율출퇴근제는 지점장 재량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점 업무는 ‘언제 방문할지 모르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인원이 부족하다”며 “심지어 평소 잠시 외출할 일이 생겨도 월차를 사용해 나가야 하는 지점 사정상, 자율출퇴근제를 일주일에 한 번 활용할지라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어 그냥 ‘나에게는 관련 없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라고 덧붙였다.

본지 기자의 장기렌터카 설계를 담당했던 롯데렌터카 영업사원 B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본사 일부 직원들에게 해당하는 제도가 마치 절대 다수의 직원들에게 큰 혜택인 것처럼 비춰져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B씨는 “본사 업무는 행정 업무가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율출퇴근제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점 렌터카 영업사원들의 경우에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에서 부를지 모르기 때문에 큰 관련이 없는 제도”라며 “렌터카 영업팀뿐만 아니라, 듣기로는 롯데홈쇼핑 영업사원들에게도 자율출퇴근제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지점 및 영업팀 직원들이 느끼는 자율출퇴근제에 대한 한계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자율출퇴근제 시행 후 일부에서 지적받아온 문제점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도 거래처 미팅이나 회의 참석이 필수적인 영업 및 사무직군의 경우 자율출퇴근제 활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그룹차원에서 자율출근제와 워크스마트 등 근무환경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현재는 이 경험을 통해 자율출퇴근제 실시 초창기에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점들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본지에 제보한 롯데렌탈 지점 관계자들은 자율출퇴근제에 대해 이를 전사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과정이나 지점 근무현실에 대한 구체적 파악 없이 마련된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이에 롯데렌탈 본사 측은 지점 직원들의 자율출퇴근제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제보를 한 지점이 어느 곳인지를 되물었다.

자율출퇴근제를 지점 및 영업 현장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으며, 제보자들의 지적에 대해 자신들이 도입하려는 자율출퇴근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폄하이자 이슈 메이킹이라는 반응이었다.

롯데렌탈 본사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는 자율출퇴근제 도입 초창기로 제도가 정착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보자들이 잘 모르는 일부 직원들이 이에 대해 유명무실하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며,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자율출퇴근제는 지점을 포함한 전사 도입한 것이 맞고, 지점에도 자율출퇴근제 시행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 피드백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사는 자율출퇴근제에 대한 지점에서의 만족도를 끊임없이 조사하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제보자라는 지점 직원들의 말은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통해 회사를 바꾸겠다는 노력에 대한 폄하이며, 이 긍정적 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자율출퇴근제는 본래 영업 부서 인원들을 위해 고려한 제도로, 현장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원들의 피로도와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도에 관한 전사 직원들에 대한 반응 조사는 사내 커뮤니티에서의 설문을 통해 이뤄졌다. 또 이 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파악하기 위해 각 부서와 지점을 임의로 선정해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자율출퇴근제 시행 실태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지점 직원들인 제보자들은 본사 관계자의 해명에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자율출퇴근제의 전사 도입으로 지점에도 만족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점 내 어느 직원도 그런 조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보자 A씨는 “현재 자율출퇴근제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본사에만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뿐만이 아닌, 지점 직원들의 의견수렴 및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했다는 것”이라며 “자율출퇴근제의 제대로 된 혜택을 본 적도 없는데 만족도 조사가 이뤄졌다는 본사 측의 해명은 말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슈 메이킹에 목적을 둔 이 제도가 기존 근무 환경과 문화에 혼선만 가중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는 이번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면서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사원들은 표현명 대표가 지점과 영업 현장에서의 고된 근무 강도 그리고 실제로 출퇴근 시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도입한 자율출퇴근제를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제도의 전사 도입,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바라는 제도라는 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본사 직원들만이 아닌 고객을 직접 맞이하는 현장 직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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