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자격 제한 정책은 시대흐름에 역행…부동산 전문가 필요 시대”

공인중개사 포화 상태에도 응시자수는 과거보다 더 늘어나

부동산 개발, 컨설팅, 마케팅 등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 필요성 대두

“공인중개사 시험은 실업구제정책을 넘어 ‘제2의 창업 수단’으로 정착”

“중개에만 매달리면, 부동산 앱과 다를 바 없어”… 다양한 활용 강조

한민철 기자


공인중개사 30만 시대를 맞아, 공인중개사 교육 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공인중개사가 합리적인 집을 소개해주는 역할이 전부였다면, 오늘날 이들은 중개 업무만이 아닌 이용 및 개발에 관한 컨설팅 업무, 분양·관리 대행, 경매 매수신청 대리 등을 통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법령 중심의 자격증 교육을 뛰어넘어 부동산 창업과 마케팅 등 실무적 차원에서 ‘단비’같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바로 새롬교육그룹의 김명기 회장이다. 새롬교육그룹은 공인중개사 온오프라인 교육 업체인 새롬에듀케이션과 새롬행정고시학원의 운영사로 지난 2002년부터 온라인 강의와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주간한국>은 ‘공인중개사 전문가’ 김명기 회장과 만나 최근 공인중개사 교육의 흐름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흔히 공인중개사라고 하면, 운전면허 다음의 ‘국민 자격증’으로 불린다. 때문에 최근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수는 과거보다 많이 줄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제1회 시험부터 현재까지 약 30만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국민 자격증’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어떻게 보면 자격증 취득자수가 포화 상태라고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공인중개사 열기가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보다 최근 응시인원은 더 늘고 있는 추세다. 그때(2000년대) 약 10만명 내외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했다면, 현재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부동산이란 영역은 투자가 됐든 매매가 됐든 살면서 한 번쯤은 접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학습의 필요성을 더욱 깊게 느낄 수밖에 없다. 또 과거 도서관 구석에 앉아 두꺼운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공인중개사를 공부해왔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등을 통해서도 손쉽고 저렴하게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격시험 응시자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지 시험 접수를 하고 결시하는 인원도 무려 40%에 달해, 실제 응시자수는 10만~15만명 사이다.”

- 그렇지만 최근 공인중개사 개업이 뜸해지지 않았는가.

“30만명의 자격증 취득자수만큼 공인중개사 업소의 수도 포화상태다. 업체수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경기가 좋을 때는 약 8만~9만 곳이 개업하지만 불경기에는 5만 곳 이하로 추산된다. 총 자격증 30만개 중 3분의 2가 ‘장롱’이라는 의미인데, 그만큼 개업보다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자격증 시험을 응시한다고 볼 수 있다.”

- 다른 목표라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7ㆍ80년대 소위 ‘복덕방’이라는 곳은 매물 나온 부동산을 소개해주고, 계약서 작성을 돕고 수수료를 챙기는 단순한 역할만을 했다. 그러나 부동산 수익을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면서, 현대 공인중개사 업소는 중개수수료만으로 먹고 살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를 기본으로 하면서 분양 대행, 부동산 개발, 컨설팅, 경매 등을 새로운 업무로 다루기도 한다. 한마디로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가 필요해진 시대다. 저 역시 80년대부터 부동산 관련 과목 강의를 해온 입장에서 요즘처럼 공인중개사 하나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고 또 배워야만 할 부분이 많다고 느낀 적이 없던 것 같다. 때문에 새롬에듀도 자격증 취득뿐만 아니라, 실전경매와 실무마케팅 과정 등 실무교육 흐름에 맞춘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 다른 자격증 시험에 비해 공인중개사라는 자격시험의 장점은 무엇인가.

“공인중개사 시험은 스펙 쌓기나 입사 전 교육을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국가자격증으로 이력서 자격증란을 자신 있게 채울 수 있는 수단이지만, 굳이 취업 또는 개업을 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중개 또는 투자, 기타 실무 등 ‘자유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전 수강생들 중에 그동안 쌓아온 부동산 지식을 활용해 수십억대 자산을 가진 친구들도 많다. 자격증 하나로 정말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고, 제대로만 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물론 대부분이 살면서 한 번쯤은 부동산 거래를 해봐야 하기 때문에 필수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이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며,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력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열기 안정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새 정권이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수도 줄게 된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지극히 갑작스러운 것으로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사실 정부 차원에서 자신들의 부동산 억제 정책이 공인중개사 시험 또는 부동산 관련 교육에 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 과거부터 공인중개사 자격제도는 ‘실업구제정책’의 일환으로 불려왔다. 90년대 아이엠에프(IMF) 금융위기 시기 실업률 감소가 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는데, 공인중개사 시험을 활성화시켜 취업ㆍ개업을 통해 실업률을 줄였던 적이 있다. 또 아무리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추구할지라도 가장 빠르고 파급력 있는 경기 부양 정책은 부동산 시장 완화였다. 물론 투기 조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제재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의 부동산 교육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공인중개사 시험은 실업구제정책을 넘어 중·장년층의 ‘제2의 창업 수단’으로 정착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 공인중개사 업체가 포화상태임에도 공인중개사 시험이 ‘제2의 창업 수단’이라는 표현은 조금 납득하기 힘들다.

“공인중개사를 개업하는 창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공인중개사를 자유직업으로 삼고, 재테크 등 다양한 수단으로써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인중개사 수강생 및 합격생 중에는 금융기관 퇴직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자격증과 부동산 지식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 같다. 또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들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부동산 컨설팅과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인력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

- 최근 부동산 중개 애플리캐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오프라인 공인중개사 업체를 통하지 않고서도 쉽게 방을 얻거나 부동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을 활발히 하면서 공인중개사의 필요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가.

“좋은 질문이다. 부동산 중개 앱이 생기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꼼꼼한 비교를 통해 현명한 소비를 장려한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런데 아직 부동산 앱은 ‘방 구해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공인중개사들은 중개뿐만 아니라 분양 대행, 컨설팅, 경매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앱의 콘텐츠는 전문적 부동산 정보까지 제공하는 데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 중개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거나 기타 법률적 정보의 제공은 아직 공인중개사들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질문한 것처럼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 공인중개사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나아가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공인중개사들이 더욱 전문성을 갖춰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새롬에듀 수강생들 중에는 이미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최신 흐름에 맞춘 부동산 지식을 습득하려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일부 중개사들은 개업을 해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학습을 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여 안타깝다. 단순히 빈방을 소개하고 중개 계약서 써주는 업무만 하려 한다. 이렇다면 부동산 중개 앱의 역할보다 못한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추고, 컨설팅과 마케팅 능력까지 겸비하지 않으면 경쟁 속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공인중개사 수를 조절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자격증수 제한과 시험과목 개편 등 대책 마련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교육업체 입장에서 할 말이 많은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2차 시험을 주관식으로 하거나 시험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거나, 영어과목도 넣자는 등 몇 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고, 국토교통부에서도 다양한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공인중개사 시험 제도 개편에는 일부 동의한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과목이 과거부터 법령 위주로 돼있다 보니, 오늘날 부동산 지식의 활용 흐름과는 맞지 않다. 때문에 미국의 공인중개사 시험처럼 실무영역 중심으로 과목 체계를 바꾸는 것은 흐름에 맞춰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의 공인중개사 자격 수급조절 정책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다. 사실 자격증 수급조절 등은 지극히 기존 세력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공인중개사 시험은 상대평가였기 때문에 합격자가 현재에 비해 지극히 적었던 희소한 자격증이었다. 때문에 그 시절 공인중개사로 많은 돈을 벌어온 기존 세력들의 입장에서 오늘날 공인중개사가 ‘국민 자격증’이 돼가고 있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공인중개사협회와 사실상 이들이 보호하려는 기존 세력들로 인해 업계에서 ‘자격증 남발로 부동산 투기 거품이 생긴다’라는 유언비어가 돌더니, 자격증 수급조절과 시험 난이도의 상향 개편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부동산 교육을 장려해도 모자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자는 위험한 발상이다.”

-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인중개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지식은 경제 흐름을 주도하는 부동산이라는 영역이다. 일반상식의 차원을 넘어 차후 다른 영역에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성공한 1%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실무 관련 지식 쌓기를 권장한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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