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1명, 미등기임원… ‘연봉 비공개’

이건희 회장 비롯 김승연ㆍ정몽준 등도 미등기

연봉 5억원 이상 임원 공개의무화 대상서 제외

정몽구ㆍ이재용ㆍ서경배ㆍ조양호 등 임원 등재

재벌총수 4명 중 1명이 상장회사인 지주사나 주력 계열사의 등기임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은 임원 연봉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얼마를 받는지 알 수가 없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26곳의 총수 26명 중 8명은 지주회사나 주력 상장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이다.

정몽준 이사장은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고, 이재현 회장은 다음 달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기임원이 아닌 총수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녀가 실질적인 총수로서 역할을 하거나, 회사에 상장사가 없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건희 회장은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삼성물산 사장이 등기임원으로 등록돼 있고, 이준용 명예회장은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이 대림산업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들 미등기 임원들의 경우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현재 보수 공개 의무가 있는 임원은 연간 5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처럼 등기와 미등기 구분 없이 보수 상위 임직원 5명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등기와 미등기 구분 없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최고 보수를 받는 임원 3명 등 5명의 연봉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다.

매년 미국 부호들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는 포브스의 한국 지사인 포스스코리아가 조사ㆍ선정한 ‘2017년 한국 50대 부자’에 따르면 미등기 임원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재산(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재산 포함)은 지난해 14조4418억원에서 올해 18조7068억원으로 4조원 넘게 늘어나 국내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켰다.

정몽준 회장은 전년에 비해 38.35% 늘어난 1조4475억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전년에 비해 21.6% 올라 1조6925억원으로 집계됐다. 박현주 회장은 1년 새 재산이 5000억원(22.73%) 정도 늘어나 3조54억원으로 나왔다.

등기 임원 중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사드 파동으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재산이 20.24% 줄어든 7조4904억원으로 1위에 올랐고, 삼성가의 이재용 부회장은 6조9037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각각 1조8484억원, 1조7259억원을 나타냈다. 정몽구 회장은 5조107억원으로 조사됐다.

등기임원인 재벌총수 중에는 지주회사 한곳만 등기임원으로 등록된 경우와 주력 계열사 몇 곳에 함께 등록된 경우로 나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파워텍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SK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의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한진과 대한항공, 한진칼 임원을 겸직하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금호홀딩스 등의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반면 구본무 회장과 허창수 회장, 구자열 회장은 각각의 지주회사인 LG와 GS, LS에만 등기임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수영 회장과 조석래 회장도 OCI와 효성의 등기임원만 맡고 있다.

장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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