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공기업 수장 ‘물갈이’ 신호탄인가

홍순만 코레일 사장, 안팎의 사퇴 요구에 결국 사의

노조 “코레일유통 유제복 사장, 홍순만 사장과 결탁해 경영농단”

코레일네트웍스, 정규직 비중 5%에 그쳐

철도 공기업 수장들의 물갈이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달 28일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홍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정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작년 5월 홍 사장 취임 이후 코레일은 성과연봉제, 파업, 비정규직, 재해사고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친박인사’ 꼬리표를 달고 있던 홍 사장 사퇴 여론도 높아졌다. 홍 사장 사퇴 이후 시선은 5개 자회사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코레일유통 유제복 사장은 홍 사장과 함께 양대노총이 선정한 적폐공공기관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울러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그간 공공기관을 수익성 관점에서 바라보던 기존 의식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며 “수익성이 아닌 공공성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면서 수익사업과 비정규직 양산 비판에 직면한 철도 공기업 수장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 거듭된 사퇴 요구에 결국 사의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발표한 적폐 공공기관장에 선정된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친박실세’로 꼽히던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으로 인천시 경제부시장 부임 7개월 만에 코레일 사장에 지원해 부임했다. 하지만 거듭된 안팎의 사퇴요구에 결국 지난 28일 사의 표명했다.

2016년 5월 취임 이후 홍 사장은 끊임없이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면서 이에 반발한 노조는 역대 최장기 철도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 사장은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철도 파업이 해결돼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중재를 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홍 사장은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중재기구를 만들 테니, 주의 깊게 지켜보고 반영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홍 사장은 “노사 문제는 노사가 풀어야 한다. 외부에서 자꾸 개입하니까 파업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 저희도 힘들다. 왜 노사 문제에 정치권이 개입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고 조정식 국토위원장도 “국회가 왜 개입 하냐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파업 과정에서 코레일 측이 보여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철도 파업 당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 마이너스 급여명세서를 조합원 가정으로 우편 발송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5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파업 참여 조합원의 급여명세서를 우편으로 가정에 발송한 것은 조합원이나 가족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노동조합 활동에 지장을 주거나 위축을 줄 의도로 발송한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인 지배, 개입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여기에 홍 사장은 지난 2월 성과연봉제 반대파업에 참여한 노조 간부 89명을 해고하고 166명을 정직 처분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대선을 앞둔 5월 초 재심을 위해 다시 한 번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해고간부를 89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208명을 정직처분하는 등 기존과 같은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코레일은 지난 5월과 6월에 발생한 재해사고를 ‘근무기강 해이’로 판단하며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코레일 안전혁신본부 시스템안전처는 지난 5일 <부사장님 불시 현장 안전활동 결과 보고>라는 문건을 통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고·장애 및 직원사상사고의 주원인은 근무기강 해이가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감사실과 안전본부를 동원해 근무기강 상태와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있으며 위규자는 강력히 처벌하고 연대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노조는 “안전 대책은 뒤로 하고 개인에 대한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다”며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홍 사장을 비롯해 코레일의 태도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홍 사장은 최근 최근 올해 신입채용규모를 600명 수준에서 1050여 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05년 코레일 창립 당시 대규모 신규 채용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철도 산업 일자리 창출 추진단’을 꾸려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도 검토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홍 사장이 사퇴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신규채용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염두에 둔 조치로도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경영평가편람’에 일자리 창출 규모와 질, 정책 이행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기재부가 발표한 2016년도 경영평가에서 C(보통)등급을 받아 2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올해 경영평가에서 C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홍 사장 사퇴 요구가 높아질 것은 명약관화한 상황이었다.

홍 사장의 태도 변화에도 철도노조는 지난 26일 전국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홍 사장 퇴진 운동을 결정했고, 결국 논란 끝에 홍 사장은 임기(2019년 5월)을 마치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코레일유통·네트웍스, 각종 논란과 높은 비정규직에 비판 커져

코레일유통은 현재 역사 내 입점 업체에 과도한 임대수수료를 요구했다는 논란에 수년째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산역에 입점했던 삼진어묵의 경우 코레일유통과의 첫 계약 당시 임대료는 최저 매출 2억 원, 수수료율 25%였는데 재계약 과정에서 임대료는 6배가 넘는 13억을 요구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재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유제복 코레일유통 사장은 노조 측으로부터 사의를 표명한 홍순만 코레일 사장과 결탁해 경영농단을 자행했다며 사퇴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 내 주차시설 운영 및 관리, 교통카드 사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코레일네트웍스는 현재 ‘비정규직 쳐내기’ 논란에 휩싸여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철도주자창 무인화 계획을 앞세워 기간제로 근무 중인 비정규직 정산원들의 일자리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전국 기차역 주차장을 무인화 해온 사측은 오는 8월에 본격적인 무인주차장 가동을 앞두고 대규모 인력감축을 추진해 이미 65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사측은 또 지난해 기준 259명에 달하는 주차사업처 인력을 올해 안까지 109명으로 대폭 감소하기로 했다.

사측은 “고객 편의를 위해 무인화를 진행하면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네트웍스의 정규직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코레일네트웍스의 정규직은 89명으로 전체 직원 중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나타났다. 반면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각각 667명, 829명에 달한다.

보수 격차도 컸다. 올해 코레일네트웍스 1인당 보수액은 4600여만원이지만 무기계약직은 2600여만 원 수준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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