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생보사로 ‘우뚝’… “재무 건전성, 미래 비전 등으로 순항할 것”

대산 신용호 창립자 기틀 마련…대 이은 신창재 회장 탄탄한 성장

상품ㆍ채널 혁신의 ‘비전2020’박차…미래 준비로 ‘또 다른 도약’

2006년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1935년에 90년이었던 기업 평균수명이 1995년에 22년으로 감소했고, 2015년에는 15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오래 존속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렇지만 50년 이상 튼튼하게 운영되는 기업들도 있다.

보험사 중 이런 장수기업이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다음달 7일 창립 59주년을 맞는다. 교보생명을 창립한 사람은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전 명예회장이다.

대산 신용호, 어떤 인물인가?

신 명예회장은 1917년 8월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신 명예회장의 부친과 큰형이 항일운동을 했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다.

신 명예회장은 20세에 경성(일제강점기 당시 서울)으로 떠났고 경성에서 친척인 신갑범을 만났다. 그는 신갑범의 도움을 받아 중국 다롄(대련)으로 가서 취업을 했다. 요즘 말로 하면 ‘해외취업’을 한 것이다.

신 명예회장은 다롄에서 후지다 상사 다롄지점장이 됐다. 그는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큰 돈을 벌었지만 베이징으로 이동해 양곡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신 명예회장은 양곡 유통사업을 해서 막대한 돈을 벌어 이육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돕기도 했다.

고국에 돌아온 신 명예회장은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1958년 8월 7일 교보생명의 전신인 대한교육보험을 창업하게 된다.

시련을 이겨 낸 신 명예회장

신 명예회장은 대한교육보험 창업 후 2년 간 혹독하게 고생했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사채를 얻으러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생하던 신 명예회장은 1967년 4월 육군과의 보험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대한교육보험을 보험업계 1위로 밀어 올렸다.

신 명예회장은 60년대부터 ▦경영 부문 제도 합리화 ▦경영 전산화 ▦보험설계사 교육 강화 등을 진행해 오늘날 교보생명의 기틀을 다졌다.

더불어 그는 1981년 6월 1일 교보문고를 설립해 수많은 국민들이 편하게 필요한 책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신 명예회장은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국민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그가 교보문고를 세운 이유다.

신 회장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강원용 목사는 “(신 회장이)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을 때 아카데미하우스로 돈 봉투를 보내줬다”라며 “두 번째로 교회당을 짓고 있을 때 거액의 헌금을 줬다”고 회고했다.

재도약하고 있는 교보생명

교보생명은 1995년 신용호 회장이 명예회장직에 오르면서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았다. 신 회장의 아들인 신창재 회장은 1996년에 교보생명 이사회 부회장을 맡아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 5월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신창재 회장은 교보생명을 튼튼한 생명보험사로 만들었다. 생명보험업계 총자산 규모를 보면 교보생명과 함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타 생명보험사들을 큰 차이로 앞질러 가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거대한 모(母)그룹이 있지만 교보생명은 그런 것이 없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금융전문기업으로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1분기 18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지난해 말 기준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은 91조6727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5.9% 불어났고 자기자본은 7조4242억원으로 4% 증가했다.

교보생명의 올해 경영방침은 ‘반걸음 앞서가는 상품ㆍ채널 혁신’이다. 교보생명은 ‘고객보장’을 확대하는 것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상품ㆍ채널 혁신 No.1 생보사’가 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비전2020’을 내놓았다.

교보생명은 상품ㆍ채널 혁신을 위해 상품ㆍ서비스 가치경쟁력을 높이고 우수한 채널조직을 확대하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상품전략을 보면 고객의 선택 폭을 키우고 보장급부 경쟁력을 강화한 종신보험, CI보험을 개발하는 등 가족생활보장상품을 확대하는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고객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건강ㆍ의료ㆍ장기간병 등 생존보장 서비스를 반영한 특화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 중심으로 돼 있는 헬스케어서비스도 건강증진, 질병예방, 사후관리까지 넓혔다.

교보생명은 재무설계사(FP)의 고객보장 컨설팅 역량을 더 강화하는 데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더불어 교보생명은 디지털 신 성장 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보험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주관하는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사업자로 참여 중이다. 이와 함께 보험업계와 같이 블록체인 도입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또 핀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핀테크추진TF’를 새로 만들었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시장 변화에 대한 자산운용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 인사들은 교보생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미래를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교보생명의 전망에 대해 “보험사는 금리가 상승하면 이익 전망이 좋아진다”라며 “교보생명이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신규 사업 분야를 개척해야 하며, 신규 사업 분야는 교보생명이 저(低)원가나 신상품을 만들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교보생명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사업을 해왔다고 생각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영업을 해 와서 재무상황도 건전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 국내 보험환경이 고령화, 저금리 등으로 좋지 않게 변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응을 잘 하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1958년 7월 26일 창립총회 개최 당시 대산 신용호 사장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건물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