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종양이라 우기며 보험금 낮춰 지급…철저한 증거에 완패

알리안츠·흥국생명, 한국표준질병인사분류 C20 ‘직장유암종’을 암 아닌 종양으로 판단

결국 암 보험 지급 거부,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는 보험금으로 낮춰 지급해

법원, 철저한 증거로 알리안츠ㆍ흥국생명 주장 철저히 반박

한민철 기자

알리안츠생명 보험과 흥국생명 보험이 암을 경계성 종양으로 해석하며 암 보험을 지급하지 않다가,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았던 사례가 밝혀졌다. 두 회사는 전문의로부터 명백히 암이라는 소견을 받은 가입자에게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이라고 설명하며, 암 보험보다 보장금액이 낮은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들의 주장은 법원으로부터 철저히 반박당하며, ‘가입할 때는 신뢰, 보험금 줄 때는 이의’를 외치는 일부 보험사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여성 K씨는 지난 2015년 4월경 통증을 호소해 A병원의 진료를 받았고, 직장 내 종양이 생겨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결국 K씨는 이 종양을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 A병원은 K씨의 수술 과정에서 절제한 조직으로 조직병리검사를 시행한 결과, K씨의 종양의 크기가 0.3㎜×0.4㎜로 Neuroendocrine tumor(신경내분비종양) Grade1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조직병리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K씨는 담당 임상의사로부터 해당 조직병리검사 결과를 기초로 자신의 종양이 병리학회의 진단 기준으로 ‘D37.5’에 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진단기준으로 ‘C20’에 해당하며. 정확한 병명은 ‘직장유암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즉, 단순한 종양이 아닌 암에 해당한다는 의미였다.

K씨는 병원 수술과 동시에 그 동안 가입해뒀던 보험증권을 찾아내 해당 수술 및 입원과 관련된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는 지난 2001년 9월 알리안츠생명 보험의 여성전용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해당 상품의 특약 중에는 여성 3대암을 제외한 일반적인 암으로 진단이 확정됐을 때 치료비 1000만원과 생활비 월 100만원씩 12회, 수술급여금 50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K씨는 이로부터 약 5년 후인 2006년 8월경 흥국생명 보험의 암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기타 피부암과 상피내암 및 경계성 종양을 제외한 나머지 암으로 진단이 확정됐을 때 진단 급여금 3000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K씨는 직장유암종 수술 후 두 보험사에 가입한 상품의 특약 내용대로 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특약에 제시된 대로의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 두 보험사가 K씨에 지급할 보험금을 적용한 약관 내용은 경계성 종양이었다.

우선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지난해 10월경 K씨의 직장유암종이 K씨와 2001년 맺었던 보험계약 약관 상 암으로 볼 수 없고 경계성 종양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치료비와 수술비, 수술급여금 등 명목으로 650만원만을 지급했다.

또 흥국생명도 같은 해 9월경 K씨의 당시 병명을 약관 상 암이 아니라 경계성 종양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진단급여금 명목으로 450만원의 보험금을 K씨에 지급했다.

정리해 보자면, 두 회사 모두 K씨를 수술에 이르게 한 질병인 직장유암종이 자사 보험상품의 약관 상 암이 아닌 경계성 종양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약관 상 암에 대해 제3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 분류에 있어 악성신생물 중 ‘소화기관의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으로 정의했다.

이는 흥국생명도 마찬가지였다. 흥국생명은 암의 정의에 대해 역시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있어 소화기관의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이라고 명시했다.

또 K씨의 병명에 대한 경계성 종양에 대해서는 구강 및 소화기관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K씨는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의 판단에 즉각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분명 A병원으로부터 수술 후 자신의 병명이 암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두 보험사의 약관에서 암 진단의 확정은 ‘암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때문에 A병원 임상전문의가 내린 결론을 보험사 측에서 경계성 종양으로 달리 해석하며, 약관대로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K씨는 보험사 간 의견을 좁힐 수 없자, 그는 두 보험사 대표를 상대로 암 보험금 지급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K씨는 직장유암종이 자신의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제3차 또는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악성신생물, 즉 암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며 A병원에서 병리전문의의 조직병리검사를 기초로 한 임상의사 진단을 내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두 보험사 측은 K씨의 보험계약 체결 이후 개정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지난 2008년 대한병리학회가 발표한 ‘병리의사를 위한 소화기계 암 등록에 대한 제안’ 그리고 2010년 세계보건기구의 분류기준, 최근의 의료실무 등을 참고로 K씨의 종양과 같은 크기가 1cm 이하이고 혈관, 림프관 침윤 등의 특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판단한 보험사의 입장에 따르면 직장유암종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해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암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K씨의 경우 암이 아닌,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로 분류되는 경계성 종양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 주장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아

법원의 판단은 두 보험사의 입장과는 달랐다. 이 사건을 판결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약관에 언급됐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적용에 따라 두 보험사의 주장과는 다르게 K씨의 병명이 암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K씨가 진단받은 직장유암종이 의학적으로 악성 종양과 경계성 종양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였다.

재판부는 이를 판단하는 기준을 종양의 크기나 분화도, 혈관 림프관의 침윤 여부 등이라면서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볼 수 있었다.

우선 K씨가 가입한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의 상품 약관에서는 암에 대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악성신생물에 해당하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해당 규정에서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은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제3차 그리고 흥국생명은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규정한 신생물의 질병분류번호 중 C00~97에 해당하는 질병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사실 제3차 또는 제4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종양의 크기나 혈관 등의 침윤 여부에 따라 직장유암종을 상세히 분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K씨의 종양에 상응하는 질병분류 번호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암으로 명시한 소화기관의 악성신생물 중 하나인 C20에 속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결국 원고(K씨)의 직장유암종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 약관에서 규정한 암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알리안츠생명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적용에 관한 주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리안츠생명 측은 K씨와의 보험계약 약관 중 ‘4차 개정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있어서 상기 질병 외에 약관에 해당하는 질병이 있는 경우 그 질병도 포함하는 것으로 한다’라는 규정을 근거로 K씨의 직장유암종을 판단하는 근거는 2001년 9월 계약 당시 제3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아닌, 보험사고가 발생했던 2015년 4월의 제6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약관 내용에 대해 제3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는 암으로 분류되지 않던 질병이 제4차 개정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암으로 새롭게 분류되는 경우, 단지 그 질병도 포함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와 반대 의미도 적용 가능하다는 알리안츠생명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두 보험사는 K씨에 대해 직장유암종 진단을 내린 의사에 대해 앞서 언급한 두 회사의 암 진단 확정 내용에 따라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암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 측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보험약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숙지를 하고 있지 못한 듯한 상태였다.

K씨의 두 회사 보험계약 약관 내에서는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은 때에는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의 증거로 인정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때문에 K씨의 조직병리검사를 담당한 임상의사와 병리전문가 K씨의 종양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C20에 해당하는 직장유암종이라고 진단한 것은 진단확정 부분에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 사건의 보험금 소송에서 K씨는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 측으로부터 완승을 거뒀다. 재판부는 두 회사에 경계성 종양이 아닌 암에 대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지연손해금까지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실 경계성 종양과 암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가입자 및 보험사 사이의 갈등은 예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암을 종양으로 해석해 약관상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가입자 스스로가 관련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보험사들이 타인으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라는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의 경우처럼 지나친 확대해석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가입 때는 신뢰를 외치면서 보험금 지급 때는 이의를 제기하며 제대로 된 보험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일부 보험사들의 행태를 동시에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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