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ㆍ무죄 상관없이 JY 자숙의 길로…삼성ㆍJY 영향 불가피

무죄 선고 경우…구속 끝나지만 법적 공방 이어져

유죄 선고 나면 장기간 경영 공백 불가피…삼성 실적은 호조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무기한 연기, ISD 제소 가능성

이부진 편법 상속 인정? 이재용법 통과 탄력 받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 직접 출석해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며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433억 원대 뇌물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혐의 등 모두 5가지로, 핵심은 바로 뇌물공여 혐의다. 특히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까지 줄줄이 유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적용 혐의 가운데 가장 형량이 높은 재산국외도피는 금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 부회장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감경을 받아도 최소 징역 5년의 실형이 불가피하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뇌물공여 혐의가 무죄로 판정될 경우 다른 혐의까지 줄줄이 무죄가 되면서 형량이 낮아지거나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무죄 선고 경우, 감옥 나오지만 2선 후퇴 불가피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 기간 내내 특검이 주장한 내용들에 대해 “어떠한 증거가 없다”, “특검이 만든 가공의 프레임”, “특검의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라고 항변하며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에 꾸준히 참석한 삼성 관계자는 “재판을 끝까지 보고 나니, 도대체 왜 이 부회장을 구속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증거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의혹도 많이 해소됐는데도 왜곡된 시선으로 비춰지고 있어 걱정이다”고 이 부회장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의 주장대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양지열 변호사는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청탁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 합병과 국민연금 관계에 대해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이 있었기 때문에 대가 관계가 있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입증이 가능해 보인다”면서도 “전면적으로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직접 청탁을 했다는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도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뇌물죄 연결고리가 깨질 경우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구속 신분에서 벗어나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특검 측에 항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또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재판이라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처리한다 해도 적어도 내년, 내후년까지 법정을 들락거려야 하는 신세다.

대법원 판결까지 무죄가 나더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당장 1심 선고 후 유·무죄에 상관없이 삼성전자 이사회는 등기이사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거취를 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는다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회장은 비등기이사 시절에도 2선에서 경영에 관여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법적인 처벌을 피해가더라도 이 부회장의 2선 후퇴 등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성의 시간을 보내며 여론이 잦아들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 그룹에서 완전히 손 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경영 일선 복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최후진술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을 동원했다는 특검 측의 주장에 대해 “너무나 심한 오해다. 그 부분을 정말 억울하다”며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청문회와 이 부회장 재판 증인으로도 나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승계 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국민의 상식과 반하는 변론”이라며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변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평판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에 더 큰 비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얼마나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죄 선고 경우, 파장 예측 불가능

특검이 지적한 5개 혐의 중 한 개라도 유죄를 인정받는다면 후폭풍은 예측하기 어렵다. 당장 이 부회장 측은 항소할 것이 분명하고 구형한 12년보다 낮게 형량이 나올 경우 특검 측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적어도 2심까지 이 부회장은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이 경우 약 6개월여 간의 장기간 경영 공백 사태는 계속 이어지게 된다. 삼성그룹 측은 “사상 초유의 총수부재 사태가 길어진다면 경영 타격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측의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갤럭시 S8’의 선전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지난 4~6월) 연결 기준 확정실적으로 매출 61조원, 영업이익 14조7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8조1400억 원)보다 72.9%나 늘어나며, 종전 최고치였던 2013년 3분기 10조1600억 원을 크게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부문은 8조 원 이상, 스마트폰 부문은 4조원 이상의 압도적인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무색할 만큼 좋은 실적을 낸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총수의 결단이 필수적인 신사업이나 M&A 등에서의 중장기 대규모 투자나 사업재편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된 현 상황을 위기라고 보고 있다. 적기에 총수의 대응과 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할 때 최태원 회장이 진두지휘 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것은 오너가 있기 때문인데 현재의 상황은 너무 안타깝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그룹과 계열사 간 통로 역할을 했던 수요사장단 회의 역시 폐지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있던 미래전략실 직원들은 원 소속 계열사로 복귀하고, 이 부회장의 사무실도 삼성전자 수원 본사로 옮겼다. 최지성 부회장 등 핵심 임원들은 물러나는 대신 대부분의 계열사 전문경영인은 교체 없이 유임시키고 자율경영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유죄가 선고될 경우 전문경영인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얼굴인 삼성전자에 외부 출신을 영입한다는 것은 ‘순혈 경영’에 반하는 것으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부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경제개혁연대는 미전실 해체에 대해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기존의 미래전략실의 문제, 즉 법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고, 그 결과 총수일가 및 가신들의 사익을 위해 무리수 내지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룹이 존재하는 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불가결하다. 컨트롤타워를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면서 “핵심은 컨트롤타워의 잠정적 판단을 각 계열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구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인 조치로 여겨지던 지주사 전환 포기를 천명했다. 보유 자사주 역시 전부 소각하며 자사주 의결권을 통한 지배력 확대도 시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런 조치와 맞물려 이 부회장을 비롯해 변호인 측은 재판과정에서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한 승계 작업은 없었다”며 특검의 프레임에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가 “수많은 계열사들의 분할과 합병을 거쳐야 하는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전까지 지주사 전환 작업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 ISD로 제소하나

이 부회장이 유죄로 나올 경우 ISD 제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합병안 반대를 선언, 주주 위임장을 모아 세력대결에 나섰다. 삼성 측이 우호지분을 확보했으나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합병안은 삼성 측이 발의한 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당 압력을 행사하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상황이다. 1심 선고 당시 재판부는 “문 전 이사장은 연금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국민연금기금에 주주가치의 훼손이라는 손해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합병 시너지 수치를 조작하도록 하고, 일부 투자위 위원들에게 접촉해 합병 찬성을 권유하는 등 행위를 한 건 홍 전 본부장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부당 압력 의혹을 인정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가 주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 과정에 관여했다고 하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재판부가 두 번이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엘리엇은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공평·공정한 대우' 조건은 깨졌다며 ISD 제소에 나설 수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건과 관련해 삼성과 우리정부를 상대로 ISD제소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부진이 일으킨 파문에 이재용도 영향미치나

이런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소송의 불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이 재산형성 과정에서 ‘편법상속’이 있었다고 자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23일 이 사장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근거로 “이 사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보유재산은 1조 7046억 원으로 결혼 뒤 스스로의 힘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인정할 경우 재산분할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반대로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의 도움으로 재산을 형성했다고 주장할 경우 편법 상속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이부진 사장은 재산 분할을 피하려 편법 상속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준비서면에서 “수입이 거의 없던 시점에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다액의 돈을 증여받아 삼성물산 주식 및 삼성 SDS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1995년부터 1997년 6월까지 약 167억 원을 증여받아 이 가운데 16억 원으로 삼성 에버랜드 주식회사 전환사채(CB)를 인수했고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 주 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배정 사건’이다. 2009년 이 사건으로 인해 이건희 회장과 측근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삼성 SDS 주식 158만 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사들였다. 박 의원은 이 사장 주식 재산 가운데 3000억 원 가량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형성된 점을 들어 ‘불법이익’으로 규정하고, 이 3000억 원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월 50억 원 이상의 횡령 배임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 그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하는 일명 이재용 법을 발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그가 주장하는 이 사장의 불법이익 3000억 원이 환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 법안이 파급력을 갖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도 이 사장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재산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9.20%로 최대주주다. 주식가치로 따지면 1조 2000억 원이 넘는다. 박 의원 주장대로라면 1조 2000억 원도 환수 대상이 된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이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배임·횡령죄는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입법 반대를 위한 물밑 움직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경우 여론의 지지에 힘을 얻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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