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열악한 처우, 대폭 개선하라”” Vs 사측 “무리한 요구, 수용 어렵다”

근무 강도ㆍ연봉ㆍ부기장 문제ㆍ온라인 교육ㆍ해외 체류ㆍ파업 한계 등 시각차 뚜렷

조종사노조 “근무 강도 심한데 비해 대우는 열악… 타사로 떠나는 이유 있다”

사측 “근무여건 견해차일뿐, 비행근무시간도 적어… 타 항공사보다 부당하지 않아”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사측 간 ‘공중전’이 치열하다. 양측은 처우 개선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대표적 항공사란 점에서 노사 간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행 안전과 항공 서비스와도 직결돼 있다.

조종사노조와 사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조종사노조 측은 연봉 인상과 업무에 지장이 없게 근무 여건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종사노조 측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고액 급여를 받으면서도 왜 파업을 하느냐는 이른바 ‘귀족 노조’ 주장에 대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조종사노조 측은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평균 연봉은 한 달 기본적인 비행만 했을 때 받는 액수가 아니라 연장 및 야간수당을 다 포함한 것이라며, 중국 항공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노조위원장인 이규남 기장은 “근무 강도는 외국과 비교해 더 심하고, 연봉도 적다” 면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되는데 사측은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측의 주장은 일방적”이라며 “타 항공사에 비해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조종사노조와 사측이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근무 강도는?

대한항공조종사 노조와 사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대표적인 것은 ‘근무 여건’이다. 조종사들의 근무 강도를 놓고 시각차가 뚜렷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대부분의 항공편이 조종사 3명으로 운행된다. 이에 반해 중국 항공사들은 단거리 비행 외에는 대부분 2세트로 비행한다. 2세트라는 말은 기장+부기장을 1세트로 본다는 뜻으로 조종사 4명이 비행을 맡는다는 의미다.

여객기의 경우 반드시 기장이나 부기장 중 둘 중 한 명은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반드시 조종석에 있어야 한다. 조종석에 조종사가 한 명도 없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여객기에 조종사 3명이 타는 이유는 조종사 1명이 8시간 근무할 경우 다른 1명이 8시간 근무한 조종사와 교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런던 구간 같은 장거리 비행이다. 서울-런던 비행시간은 12시간 정도다. 12시간 이상의 비행을 할 때 1명은 중간에 쉬기 때문에 앞뒤로 일을 연속해서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머지 2명은 일을 계속 해야 한다. 8시간 이상 조종업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그만큼 노동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조종사노조는 조종사들이 대한항공 대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근무 강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조종사노조는 3명의 조종사가 비행을 했을 때 최소 현지에서 3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규남 위원장은 “한 달에 10일을 국내에서 쉰다. 10일이라는 것은 오늘 내가 데이오프라고 하면 오늘 자정까지다. 그런데 내일 새벽 2시부터 비행 나간다. 내일 비행 나가는데 오늘 쉰다고 하면 그게 쉬는 겁니까?”라고 묻고 “10일을 쉬면 적정하게 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전날 20시간 근무하고 와서 오늘 잠자는 시간까지도 그 휴일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한항공 조종사는 “출근을 아침에 할 수도 있고, 오후에 할 수도 있고 새벽에 할 수도 있다”며 “비행 두 시간 전에 회사에 출근을 한다. 그렇게 출근하려면 교통시간도 걸리니까 적어도 4-5시간 전에는 준비를 해서 나와야 된다. 만일 새벽1-2시에 이륙을 하게 되면 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들을 괴롭히는 또 다른 것이 ‘시차’다. 한 조종사는 “(시차적응 문제 때문에)조종사들은 밤새는 것을 밥 먹다시피 한다”며 “옆에 손님들 앉아있는 상태에서 정복을 입고 휴식 아닌 휴식을 하고 있으며, 비행기 객실 내 높이가 백두산 천지 이상의 높이에 서 있는 것과 똑같다. 비행한다는 것 자체가 몸이 피곤하다. 비행기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일하는 조종사들을 ‘단체카톡방’이 괴롭히기도 한다.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단톡방 갑질’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잠좀자자’이며, 잠좀자자는 기종팀장이 단체카톡방을 만들어서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것이 휴식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사측은 조종사들의 근무 강도가 높다는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은 안전운항 저해 요소를 관리하고자 조종사의 피로도와 관련된 항공법의 비행시간ㆍ비행근무시간 제한 및 휴식시간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으며, 항공법보다 강화된 단체협약을 조종사 노조와 체결해 시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동 기종(B737 등) 기준 타 항공사 대비 낮은 비행시간ㆍ비행근무시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종사노조 측은 “다른 국내항공사는 같은 노선에 4명을 보내는데 대한항공은 3명을 보낸다”라며 “대한항공은 근무시간을 거의 최대한으로 해서 보낸다. 거기서 근무하는 사람이 무슨 주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다시말해 대우가 좋다는데 왜 떠나겠느냐, 단협 결과가 좋으면 왜 싸우겠느냐는 이야기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급여수준은?

대한항공 사측에서는 조종사들이 평균 1억4000만원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종사노조 측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적 빈곤’이라고 한다.

중국은 넘쳐나는 항공 수요에 비해 조종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고액의 급여를 제시하면서 조종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 대한항공 조종사는 “중국 민항사들의 경우 한국 민항사들과 비교할 때 임금 차이가 작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세 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규남 위원장은 “1년에 140명의 조종사들이 대한항공을 나간다”라며 “반은 중국으로 간다고 봐야 하고, 나머지는 국내 LCC(저가항공사)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사측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항공사들은 타 항공사의 경력직 조종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한편, 국가 간 상호주의원칙을 무시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외국 조종사 영입 및 자국 조종사 유출 방지에 혈안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항공사들이 외국인조종사들에게 높은 급여를 제시하며 채용하는 것은, 자국의 급속한 항공수요 팽창으로 인한 일시적인 조종사 수급 부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항공사의 외국인조종사 계약기간은 3~5년에 불과하며, 운항 중 사소한 과실이나 건강 이상 시 즉시 해고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두는 등 고용이 불안하고(당사의 경우 조종사 건강 이상 시 임금의 100%를 지급하면서 2년의 치료기간 보장), B737 기종으로 연간 1000시간 근무하게 하는 등 (당사의 경우 연간 700시간) 당사 근로조건보다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급여의 단순 비교만으로 양국 조종사 처우를 비교하기는 어렵고 당사의 근로 조건이 중국에 비해 열악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항공 사측의 입장이다.

사측의 반박에 대해 조종사노조 측은 “중국 항공사들은 이직한 사람들에게 연수가 지날수록 돈을 더 준다”라며 “열악한지 아닌지는 간 사람들이 판단한다. 이미 알고 간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받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판단을 본인들이 한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의 여러 불만들…사측의 반박

조종사노조의 조종사들은 대한항공에 부기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대한항공이 기장 승급을 축소하면서 한국인 부기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족한 조종 인력은 외국인 조종사로 대체한다. 이들 외국인 조종사의 경우 실력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경력만 채우고 떠나는데다 '불법파견' 논란까지 가중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조종사는 “모든 대한항공 전 기종에 부기장 수가 대체로 부족하다”라며 “부기장 수가 부족하다 보니 한국인 부기장들을 기장 승급을 제대로 못 시키며 부족한 부기장 숫자를 외국인을 고용해 수급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사측의 주장은 달랐다. 사측은 “부기장 자원은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어 영업 지원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다만, 최근 LCC의 기장인력 충원 영향으로 부기장의 이직이 많아 일부 기종에서 일시적인 운영의 어려움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사측의 주장에 대해 조종사노조 측은 “대한항공은 부기장이 부족하다고 기장을 안 시키고 있다”며 “부기장들이 불만이 있어서 LCC로 떠난다”고 주장했다. 기장을 안 시켜주니 부기장들이 떠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부기장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다.

조종사노조 측은 외국인 조종사를 고용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외국인 조종사를 고용할 때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주장한다. 조종사노조 측은 “외국인 조종사는 근무패턴이 다르고, 급여임금체계도 다르고 복지도 다르다”라며 “외국인 조종사는 한 달에 열흘을 연속해서 쉬며, 20일을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한다. 이것이 비행 안전에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한항공 사측은 “외국인 조종사는 베이스가 해외이고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쉬는 날을 몰아줘야 가족들에게 갈 수 있다”라며 “조종에 투입된다고 해도 법적으로 운항승무원들은 스트레이트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조종사 중에는 사측의 온라인 교육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한 조종사는 “교관의 자질문제인지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기성 조종사가 봤을 때 교육프로그램 자체가 질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교육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너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많은 승무원들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지적에 대해 대한항공 사측은 “온라인교육 내용은 운항훈련원내 조종사들로 구성된 교관들이 작성하였으며, 지속적으로 내용에 대한 모니터링과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고 난이도 콘텐츠는 온라인교육에 적합하지 않아 온라인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구성하고 있고, 동기 부여 차원에서 동영상 시청 중심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일부 개인의 의견이며, 조종사 다수의 의견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교육부서 입장에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개선 필요사항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의 설명에 대해 조종사노조 측은 “온라인교육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비행 없는 날 나와서 교육을 하게 해야 하는데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니까 온라인교육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교육 학습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지도 않고 교육 내용도 허접하게 보이니까 쉬는 시간에 이렇게 들어가서 봐야 되느냐고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불만은 조종사들이 해외로 비행을 나갔을 경우 사용하는 숙소(호텔)에 대한 불만이다.

조종사들 중에는 사용할 수 있는 호텔 수준이 낮고 조종사들이 받는 착륙수당인 퍼듐(perdium)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 실정이다. 그래서 일부 지역의 경우 조종사들이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콜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조종사들이 좀 더 저렴한 음식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한국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한항공 사측은 조종사노조 측의 지적과 관련해 “해외 체류호텔은 승무원이 현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음 비행임무 수행 시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승무원 안전과 치안이 최우선적으로 확보되고 호텔 서비스 및 시설이 양호하며 주변 체류환경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고 있다”며 “또한 체류호텔 신규 계약 체결 및 변경 시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와 노동조합이 함께 실사를 하고 협의를 거쳐서 선정하고 있고 현 조종사 노조 집행부와 협의 변경 호텔은 전체 43%”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체류잡비는 현지 체류시간에 따라 식대, 교통비, 세탁비 등 소요 비용을 반영하여 산정, 지급하고 있으며, 현지 물가인상 등을 고려하여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주로 단체협약 갱신 시 또는 현지 급격한 물가인상 등으로 인한 변경 필요성이 있는 경우 조정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최근 조종사노조는 매년 체류잡비 조정을 단체협약 갱신교섭 안건으로 제안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종사노조는 사측의 설명에 대해 “함께 실사를 하면 실사가 반영이 안 되니까 문제”라며 “과거에 비해 싼 호텔로 옮기는 것이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실효성 있는 파업을 할 수 없는 조종사들

본래 노동자들의 최고 무기는 파업권이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해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실효성 있는 파업을 하기 어렵게 돼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실효성 있는 파업을 하기 힘든 이유는 대한항공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법에 따라 모든 노조원이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은 특정 사업장의 파업이 공공의 이익에 큰 해를 끼치므로 파업을 하더라도 일정한 조업유지율을 지켜야 한다. 대한항공은 기종별로 80%를 유지해야 한다. 나머지 20%만 파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잉 747에 탑승하는 승무원의 80%가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올해 6월에 나온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정책연구>에는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위헌성에 관한 연구:항공운수사업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의 저자인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장과 강을영 법률사무소 재율 변호사는 논문의 결론에서 “항공운수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함으로써 보호되는 공익은 적고, 항공사 근로자의 업권 제한은 심하므로 법익의 균형이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헌법상의 최소침해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단체행동이 법에 따라 제약받고 있다”며 “10년 동안 임금상승률이 1.8%였고,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상승만 해왔다”고 말했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대한항공의 보잉 787-9

-이규남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노조위원장

-대한항공 조종사 120여명이 2016년 8월 31일 오후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집회하는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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