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에 실적 평가는 엇갈려… 구조조정 불안 직원 안정화 문제

뚜렷한 경쟁자 없어 박 행장 연임 유력…경영 역량 평가 따라 ‘변수’도

한동안 지점 통폐합 문제로 진통을 겪은 씨티은행의 박진회 행장이 올해 상반기에 10억 8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 행장이 받은 금액은 씨티은행보다 외형이 훨씬 큰 윤종규 KB금융 회장이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받은 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윤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 8억 5000만원을 받았고, 김 회장은 8억 40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 씨티은행 실적이 호전되긴 했지만 이자수입으로 큰 수익을 올린 시중은행들의 실적과 비교하면 큰 성과라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행장은 고액연봉 받아가지만

씨티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1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9% 증가한 것이다.

반면 같은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올해 상반기 19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1280억원)에 비해 662억원(51.7%) 불어난 것이다. 이렇게 씨티은행보다 실적이 더 좋았던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4억8900만원이었다.

박 행장의 연봉에 대해선 씨티은행 노동조합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장호 씨티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성과급이 과도하게 높게 나왔다”라며 “어떻게 책정됐는지는 은행에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이 고액연봉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씨티은행 사측은 “은행장 연봉은 계량 및 비계량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며 “계량지표 관련해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BIS비율(Basel 3 기준)이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 우수한 자산건전성 유지 및 대손비용을 목표대비 낮게 관리한 점, 지속적인 예수금 최적화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유동성비율을 기록한 점 등을 고려했고, 비계량지표 관련하여 급변하는 금융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은행의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이행한 점, 디지털/모바일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고,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 최고의 윤리의식 및 책임을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를 발전시킨 리더십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전략은 대조적이었다. 씨티은행이 점포 축소 전략을 내놓은 반면 SC제일은행은 오히려 점포를 늘렸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놓고 두 외국계은행의 전략을 평가해 보면 SC제일은행이 더 좋은 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씨티은행 측은 점포 폐쇄로 인한 고객 불편과 관련해 “지점 방문 없이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준비했고, 필요할 경우 당행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점포폐쇄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근에 당행 점포가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달 11일부터 모바일 차량 운영예정이며, 이를 통해 통장정리/재발행, 모바일뱅킹 신규 및 OTP 발급업무 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단해진 씨티은행 직원들

씨티은행의 점포 축소 전략에 따라 씨티은행 직원들도 힘들어졌다. 씨티은행 노조가 밝힌 씨티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45세다. 적지 않은 나이의 씨티은행 직원들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씨티은행 노조에서는 사측과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현재는 임시로 인천과 수원에 통근버스가 나가고 있다.

또 일부 씨티은행 직원들은 콜센터로 가서 근무하게 된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콜센터 근무 지원을 받았다”라며 “지원을 실제로 한 사람도 있겠지만 필수적으로 보내야 할 인원 수를 맞추다 보니까 일부 직원들의 경우에는 지원을 유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들이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노조도 생각하고 있다. 콜센터 근무가 감정노동이고 콜센터로 이동하는 은행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45세 이상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콜센터와 관련해 “씨티은행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이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금융 서비스 이용 방식에 발맞춰 전통적인 지점 모델에서 벗어나 선도적으로 고객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를 신설했다”며 “관련 법률 및 규정에 따라, 은행은 고객응대직원에 대한 보호조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씨티은행 노조 측은 씨티은행 직원 연봉이 은행권 1위라는 지적에 대해 “노조가 판단하고 있는 바로는 동일연차 입행해서 동일근속연수, 동일직급인 타 시중은행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연간 2000만원 정도 급여가 적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에는 사내 복지기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사내 복지기금에서 직원들이 의료비 등을 수혜받은 것을 씨티은행은 금감원에 급여자료로 해서 보고를 하지만 타행은 그 자료가 빠질 수 있다”며 “씨티은행은 신입직원 정기공채를 10년 이상 뽑지 않아 젊은 직원이 없고 직원들이 고령화돼 있어서 평균 급여가 높게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씨티은행이 가야 할 길은

씨티은행 직원들은 아직 마음이 편하지 않다. 씨티은행의 점포 운영 방식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디지털-모바일을 통한 WM(자산관리)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찾아오는 서비스가 아니라 은행 직원들이 고객들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씨티은행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서 영업을 하는 상황이 올 것이란 이야기다. 현재 씨티은행은 점포 수를 줄이는 대신 점포를 대형화할 계획이다. 씨티은행 직원들은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서 영업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업 압박이 강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씨티은행 사측은 자신들의 WM서비스에 대해 “씨티은행은 과거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그 동안 투자 시장에서 자신감을 잃어 왔던 점에 주목하고, 투자에 실패하고 떠난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오고 기존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보다 개별화된 재무목표 기반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조가 생각하고 있는 씨티은행의 발전방향 중 핵심은 한국 은행산업 환경에 맞게 점포를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점포를 기준으로 전통적인 한국식 은행영업을 하는 시중은행이므로 점포를 유지하면서 금융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좋다고 노조는 이야기하고 있다.

연임 노리는 박진회 행장

씨티은행의 분위기는 아직 ‘태풍 전야의 고요’같지만 박 행장은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행장의 임기 만료일은 올해 10월 26일이다. 따라서 새 행장은 다음 달 정도면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박 행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씨티은행 안팎에선 아직까지는 박 행장과 맞설만한 인물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씨티은행은 행장이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 박 행장의 전임자였던 하영구 전 행장(現 은행연합회 회장)은 한미은행 행장이었던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13년 간 씨티은행 행장으로 일했다.

다만 씨티은행 내부에선 해외에 있는 글로벌 씨티은행의 지침에 따라 한국 씨티은행이 움직여야 하므로 행장의 권한이 국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들에 비해 약하고, 미국 본사 배당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발전하기 위해선 국내에 있는 행장이 신속하게 경영판단을 해서, 업무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며 미국으로 배당금을 많이 보내기보다는 과감히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한국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경영상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모두 국내에서 이뤄진다”며 “그와 동시에 한국씨티은행은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의 일원으로서 미국금융관련 법령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고 미국 금융감독당국의 감독대상”이라고 말했다.

배당과 관련해선 “씨티은행의 경우 배당 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내은행과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6월 2일 이사회에서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배당 유보를 긍정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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