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vs 시민단체“지나친 영리화 우려”

서울 금천구에 500병상 규모 병원 세워… “사회에 의료서비스 기여”

“대기업 병원 돈만 벌려 할 수도”…경영권 승계 편법 논란도 제기돼

부영그룹이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병원이 없는 금천구는 부영그룹의 종합병원 설립을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시민단체 일각에선 대기업이 병원을 소유하는 것이 의료공공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부영그룹이 승계를 위해 새로 설립될 병원을 보유하게 될 의료재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비영리법인을 통해 병원을 세워서 상속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서울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2%를 갖고 있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험난했던 병원 설립 과정

부영은 2012년 시흥동 대한전선 공장 자리를 사들였다. 부영은 그동안 의료법인에 토지를 팔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서남대 의과대학 인수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애쓰는 동안 부영이 확보한 부지는 활용되지 못했다. 부영은 지난달 직접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종합병원 설립에 착수했다.

부영 관계자는 “종합병원을 세우려는 이유는 금천구 지역주민 등 국민 건강과 지역사회 보건 향상에 기여하고 한국 의료경쟁력 강화에 힘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영은 2020년 3월 500병상 이상, 20개 이상 진료과목을 갖고 있는 병원을 개원해 2022년부터 100% 가동하려 하고 있다.

부영의 시흥동 부지는 시흥대교로 들어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둘로 갈려 있다. 금천구청역과 인접해 있는 부지(A부지)가 있고 시흥동 건영아파트와 인접해 있는 부지(B부지)가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부영의 병원설립부지는 특별계획구역”이라며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을 토지소유주가 금천구에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래 부영의 병원설립 부지는 준공업지역이다. 준공업지역은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지만 산업부지를 확보하면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다. 산업부지에는 병원도 지을 수 있으므로 부영이 시흥동 부지에 병원을 지으면 남은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도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부영 병원 설립과 관련해 의료법인 설립허가까지만 나가 있는 상태”라며 “병원 위치가 B부지로 해서 신청됐다”고 말했다.

지역민‘부영병원’ 좋다 VS 시민단체 “영리 추구 우려”

금천구는 부영의 종합병원 설립을 환영하고 있다. 본래 금천구에는 종합병원이 없었다. 부영이 설립한 우정의료재단은 2018년 2월에 병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3월에 마칠 계획이다.

부영 관계자는 “지역주민을 비롯한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령화 사회 및 건강관심도 증가 등 다양한 환자발생에 대비해 의료진을 구성할 것”이라며 “현대화된 병원시설과 치과 및 한방진료 과목 운영 등 환자중심의 병원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천구 주민들은 금천구청역과 인접해 있는 A부지에는 부영이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금천구청역은 금천구청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고 금천구청 앞에 대형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부영이 A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경우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천구청 주변에는 새로운 아파트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고 금천경찰서도 건립될 예정이어서 유동인구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영 관계자도 “시흥동 특별계획구역에 종합병원 건립과 더불어 공동주택을 공급하고자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금천구나 금천구 주민들은 부영의 종합병원 건립을 대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종합병원을 세우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정형준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대기업이 병원 설립하는 것은 아주 문제가 있다”며 “삼성과 아산병원이 다른 병원들의 영리화를 선도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부영이 실제로 의료업에 관심이 있다면 비영리재단 중 건실한 재단이나 학교 법인에 기부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정 위원은 삼성그룹의 예를 들면서 부영이 세우는 병원이 앞으로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영리법인을 통해 병원을 세워서 자신들의 상속 문제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오너의 후계자가 기업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엄청난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비영리법인이 기업 지분을 갖게 하고, 그 비영리법인의 이사장 자리를 오너 후계자가 차지하는 형태로 후계자의 경영권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18%, 삼성문화재단은 4.68%의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19%를 소유하고 있다.

정 위원은 “(상속문제를 해결하기 위해)그렇게 해서 만든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공익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비전이라든가 계획이 없다”며 “재단에 피해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혹은 돈을 벌어서 재단의 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영리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병원을 통해 승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과 부영이 건립할 병원이 다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제 의료재단 설립허가를 받은 초기단계로서 금천구 병원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건립계획을 수립 중이므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른 사항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부영 서울 금천구 종합병원 부지 중 A부지. 부영은 B부지에 종합병원을 짓겠다고 신청했다. (사진=곽호셩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