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력 없이, ‘입사 동시에 임원’된 오너 일가도 22명

오너 일가, 평균 29세 입사-33세 임원 승진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조현상 효성 사장·임세령 대상 전무, 입사 후 1년 내 임원 승진

그룹 규모 작은 오너 일가일수록 사장단 들어가는 기간 더 짧아

흔히 재벌가에 ‘금수저’라고도 불리는 국내 100대 그룹 오너 일가 자녀들은 입사 후 평균 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의 최근 조사 발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0대 그룹 가운데 오너 일가가 근무하는 77개 그룹 185명이 임원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4년 2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평사원들이 보통 간부급으로 승진하는데 최소 10년 이상 근속 그리고 임원급의 경우 20년 이상이 걸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들 오너 일가의 승진 기간은 일반 직원에 비해 18년에서 20년 가까이 빠른 ‘초고속 승진’이었다.

구체적으로 이들 오너 일가들은 평균 29.7세에 입사해 33.9세에 임원 직함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0대 그룹 평사원들의 임원 승진 평균 나이 51.4세에 비해 17.5년 이상 빨랐다.

특히 경력이 없어도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된 오너 일가도 22명에 달했고, 비율상으로는 전체의 11.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 오너 일가의 승진 사례로 살펴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허진수 SPC 부사장, 임종한 한미약품 전무 등은 특별한 경력이 없이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된 경우였다.

또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0.8년, 조현상 효성 사장 0.9년, 임세령 대상 전무 0.8년 등은 입사 후 1년 내에 임원을 달았다.

물론 재벌이라는 특권에 비해 임원 승진 시기가 비교적 늦었던 그룹의 오너 일가도 있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입사 18.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16.6년,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16년,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15.2년 등 23명은 임원 승진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임원 승진 기간은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들로 갈수록 점점 더 짧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 세대(공정거래위원회 동일인 기준)는 평균 30.1세에 입사해 4.7년 만에 임원을 달았지만, 3·4세대로 분류되는 자녀 세대는 평균 29.2세에 입사해 3.8년 만에 임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 후 사장이 되는 시점도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짧았다. 부모 세대는 입사 후 평균 13.5년 후인 43.3세에 사장단에 올랐다. 반면, 자녀 세대는 불과 입사 12.5년 후인 40.4세에 사장단으로 승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임원 승진 및 사장단에 들어가는 기간도 더 짧은 경향이 있었다.

30대 그룹 오너일가의 임원 승진기간은 5.0년이었던 반면, 하위 70대(31~100위) 그룹은 3.4년으로 약 1.6년 짧았다. 입사 후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상위 30대 그룹은 14.6년이었지만, 하위 70대 그룹은 11.9년으로 2.8년이나 빨랐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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