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수장의 거취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KDB산업은행 수장 자리는 이동걸 회장이 1년 7개월 만에 물러나고 동명이인인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학 초빙교수가 새롭게 취임했다.

이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KDB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국가경제와 대상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기준과 엄정한 원칙하에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노조와의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에는 당당히 노(No)라고 할 것”이라고 관치 금융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동걸 전임 산은 회장과 함께 교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인물은 김도진 기업은행장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면권을 행사해 행장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른바 ‘알박기’ 인사라는 측면에서 노조의 반발은 거셌다. 당시 노조는 “행장이 되기 위한 동아줄만 찾으러 다니는데 혈안이 된 인물”이라며 “조직 장악력, 리더십 등 역량 제로”라고 힐난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또한 박근혜 정부 실세와 친박의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행장의 고향은 경북 의성으로, 이 지역은 친박계 실세로 불렸던 김재원 전 정무수석의 지역구이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4월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재보궐 선거로 지역구를 되찾았다.

논란과 비판 의식해 광폭행보 보인 김도진 행장

숱한 의혹과 논란을 의식한 김 행장은 취임 이후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산은 회장과는 달리 김 행장은 문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앞장서는 모습이었다. 금융공공기관으로는 4번째로 성과연봉제 폐기를 결정했으며 시중 은행 가운데서 제일 먼저 비정규직 3000여 명 정규직 전환 검토를 선언하기도 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를 좇아 너무 빨리 치고 나간 측면이 있다. 다른 은행들이 머쓱해질 정도”라고 김 행장의 추진력을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업무 형태나 전환 시기 등 노사가 내부적으로 시간을 갖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선제적으로 발표하고 전환이 늦어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업은행 정규직 전환을 놓고 직원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준정규직 인력 중 일부 고연차 직원들은 “연봉이 낮아지고 기존 업무 외의 여신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하는 등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수치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사측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비슷한 이유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속도전을 밀어붙이다가는 직원들의 반발이 불거져 김 행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만 바라보는 행보가 아니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본연 임무에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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