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칼날 피해 갈 수 있을까

편법승계 논란에 일감 몰아주기 지적도

하림 “편법증여 없다”

양계협회와도 갈등

요즘 하림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닭고기 값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이다. 대한양계협회 육계분과위원회도 공정위에 하림을 불공정행위 혐의로 신고한 상태다.

하림그룹은 1978년 출범했으며 1986년 ㈜하림식품이 설립된 이후 고속성장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하림그룹 매출액이 10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림그룹의 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축산업을 공업처럼 만들었다고 지적하거나 농업인들을 소외시켰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림그룹의 성장

하림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이후다. 3저 호황과 서울 올림픽에 힘입어 국민들의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닭고기의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이때 하림은 위탁 사육이란 방식을 써서 적은 비용을 들여 많은 물량을 얻는데 성공했다. 1997년에는 육가공 공장을 세우면서 육계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수직계열화란 사료 같은 원자재부터 농장-가공-유통-수출을 한 회사가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육계 부분 수직계열화 시스템의 경우 생산된 육계를 회사가 모두 가져가고 수수료를 농가에 준다. 회사는 도축, 가공, 유통을 맡으며 소비자가 낸 돈으로 원자재 구매, 가공, 유통비용을 충당하고 이윤을 남긴다.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수직계열화 시스템으로 들어간 농민은 회사가 주는 대로 돈을 받아야 하므로, 회사의 지배를 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림의 수직계열화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됐고, 농가 소득을 보장해줬다는 점, 축산물 품질과 위생 수준을 높였다는 점 등이다.

업계 인사들은 하림의 성공 요인이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 적절한 때를 만났다는 점, 경쟁자들보다 투자를 빨리 한 것, 삼장통합의 완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삼장통합이란 국내 육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장-후방산업(사료 및 부화)-전방산업(도축 및 유통)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하림그룹 편법 승계 논란

하림그룹에서 편법승계가 진행됐다는 주장도 있다. 2001년 김홍국 하림 사장은 하림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 씨는 2012년 김홍국 회장에게서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받았다. 이때 김준영 씨는 증여세로 100억 원을 냈다.

편법 승계 논란의 핵심은 대기업을 김 회장의 2세가 100억 원의 세금만 내고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또 유상감자를 해서 세금 납부 재원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김준영 씨의 소유가 된 올품은 한국썸벧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하림그룹의 핵심인 하림과 하림홀딩스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제일홀딩스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썸벧이 제일홀딩스 지분 37.1%를 갖고 있으며 한국썸벧 지분과 올품의 지분을 합치면 44.6%이므로, 김 회장의 지분(41.2%)보다 더 많다.

하림그룹이 올품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올품의 매출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올품은 2012년 매출액 858억원 가운데 하림 등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액이 84%인 727억원이었다.

이후 자회사 합병 등을 진행해 지난해 기준 403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매년 700억~800억원 대 내부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회사가 김준영 씨가 내야 할 증여세를 대신 냈다는 의혹에 대해 “적법하게 납부했다”며 “현재 자산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주장하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또 “유상 감자한 만큼 주식이 줄어드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증여받은 자산이 감소하는 것이므로 회사가 대신 냈다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하림 관계자도 “편법증여는 전혀 없다고 본다”며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특성 상 계열사들이 독립경영을 하고 계열사 간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닭고기 값 담합을 하림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여러 가지 우리 관련법에 농림부가 간사가 되고 단체 생산자가 같이 수급 조절할 수 있는 수급조절협의회가 있다”며 “농산물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공급을 늘리고, 가격이 너무 높으면 공급을 늘리는 등의 조절을 농림부와 같이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같이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서 회의를 한 것이며 그 내용을 공정위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농림부가 하게 돼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 대처가 미흡했고 그 부분은 조사를 하게 되면 명백하게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계협회와의 대립

하림그룹은 양계협회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양계협회는 7월 21일 공정위에 하림의 상대평가 관련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계협회는 하림이 사육 농가들의 사육료를 지급할 때 상대평가를 해서 농가들이 경쟁하게 만들고 여기에서 생긴 이익을 챙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림의 상대평가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들은 상대평가를 하게 되면 기준이 없어서 농가들이 불리하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A라는 농가가 사육 성적이 양호했다고 해도 다른 농가들의 성적이 더 좋다면 인센티브 금액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A라는 농가가 사육 성적을 높이려면 추가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은 다른 농가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농가들도 투자를 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A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인센티브 금액을 못 받거나, 오히려 인센티브 금액을 예전에 비해 적게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즉, 농가들이 받는 인센티브 금액은 변할 수 있으나 하림이 농가에 주는 전체 금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농가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한 노력은 결국 하림의 혜택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양계협회에 있는 협회 소속농가들은 주로 산란계 농가들”이라며 “전체 육계 농가 중 94%의 농가가 한국 육계협회 소속이며 양계협회는 당사자도 아니면서 신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 문제에 대해선 “잘 키우는 농가한테는 인센티브를 주고 성적이 나쁜 농가한테는 차등해서 운영하는 그런 제도”라며 “브라질은 우리 코스트(비용)의 60%밖에 안 된다.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상대평가”라고 설명했다.

하림 측은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국내 닭고기 시장을 수입산이 모두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양계협회 측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해서 증거자료를 첨부해 공정위에 제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업계 일각에선 미국이나 브라질 산 닭고기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공장식 축산을 해서 닭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닭고기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으로 경쟁하려 하면 도저히 미국이나 브라질을 당해내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축산물의 품질을 개선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하림그룹 본사 (사진=하림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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