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제적 동의서명ㆍ최저임금인상 효과 무력화 주장… 대상은 “황당해”

윤종오 새민중정당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대상에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꼼수” 비판

윤종오 의원 측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면… 상여금 인상 부분 사실상 없어져” 주장

대상 측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 사측 아닌 판촉 직원 측이 먼저 요구” 조목조목 반박

대상이 최저임금인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국내 대형 식품 제조·유통업체 대상㈜이 최저임금인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 논란은 대상이 마트 판촉 직원들을 상대로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개편안에 동의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대상이 상여금을 줄이고 기본급을 늘림으로써 실질임금 상승효과를 없애고, 지난 7월 결정된 내년도 최저시급 인상안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대상 측이 이와 같은 입금 지급체계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판촉 직원들에게 강제 동의를 받았다는 폭로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대상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판촉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지급체계 개편 동의에 관한 서명을 받은 것은 맞지만, 최저임금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며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도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21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대상 본사 앞에서는 대상의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꼼수시도 규탄’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3일 창당한 새민중정당의 윤종오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등의 인원들이 모였다.

윤종오 의원은 정당 내 ‘최저임금119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으면서 기업들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 및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뒤 내년도 최저임금 7530원을 지켜내자는 목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이라는 표현으로 문제제기가 된 기업에 규탄 집회를 나서고 있는 최저임금119 운동본부는 지난 5일에도 한화갤러리아의 편법적 행위에 대한 규탄에 이어 이날 ‘두 번째 출동’을 하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종오 의원은 “최저임금119 운동본부가 개설되고 나서 두 번째 출동이다. 그동안 대상은 청정원이나 종갓집 김치 등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기업으로 이미지 돼 왔지만, 이번 최저임금 꼼수로 이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다소 부족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대상 같이 꼼수로 종업원들과 국민들을 기만하는 기업을 결코 가만히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인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대상은 자사 제품의 판촉 직원들에게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에 대한 동의서명을 받았다.

이 개편 예정인 임금 지급체계는 상여금인 휴가비와 귀성비의 지급방식을 50만원으로 고정해 연 3회 지급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에는 연 기본급의 100%의 금액을 3번에 걸쳐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쉽게 말해 연 3회 따로 주던 상여금을 전부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식이었다. 물론 이렇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결국 직원들이 받게 될 총액에는 변함이 없었다.

또 기존에는 없던 근속수당을 신설해 3년 이상 근속한 판촉 직원들에게 월 1만원을 지급하고, 이 금액은 근속연수가 1년 씩 늘어날 때마다 최대 5만원 한도로 5000원 씩 증가하도록 했다.

대상 측은 판촉 직원들에게 해당 개편 내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2017년 10월 1일부로 변경해 적용하는 것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며 성명과 소속, 사번 등을 적어 서명을 받았다.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가 만든 대상 측의 판촉 직원 임금 지급방식 개편안 관련 동의서명 용지 사본 피켓. (사진=한민철 기자)
그런데 이들 판촉 직원 중 누군가가 “최저임금인상분을 꼼수로 불법 적용해 인상효과가 없도록 한다”며 윤종오 의원과 마트노조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측에 신고를 했고, 이를 접수해 대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대상 측의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의 의도에 대해,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자 통상임금의 범위가 바로 잡히기 시작하면서 ‘꼼수’로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한 예라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대상 측이 기본급을 낮게 책정한 채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으로 쪼갠 임금 체계는 임금을 적게 지급하려던 꼼수였고, 더 많은 일을 시켜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던 인건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그동안의 임금체계를 유지해 왔다는 설명이다.

윤종오 의원은 “기본급 300%의 상여금은 대상같이 우량 기업이라면 그렇게 높은 상여금도 아니다”라며 “그것마저 50만원씩 3개월로 쪼개서 그 돈을 기본급으로 전환시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키려는 그런 꼼수, 국민기업이라는 대상이 해야 할 행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판촉사원, 약자에게 이렇게 갑질 하면 안 된다. 이런 갑질 기업 국민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지금 꼼수로 진행하려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키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최저임금을 무력화 시킨다면, 그 대가는 충분히 국민들이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종오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으로 인해 일찍 자리를 떠났다.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측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만을 듣는다면, 윤 의원이 강조한 것처럼 대상은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꼼수’ 그리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힘없는 약자를 제 맘대로 휘두르는 갑질 기업’이라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했다.

특히 대상 측이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에 대한 동의서명을 받으면서 연봉 총액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 중 상여금에 대한 인상 부분이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상여금을 줄이고 기본급을 늘린다면 최저임금위반 행위에서 벗어나면서 실질 임금상승효과를 없앨 소지는 분명히 있었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트노조준비 위원회 관계자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16.4%가 올라, 월급으로 따지면 22만원이 오르게 되고, 상여금을 기본급 기준으로 받는 회사라면 1년에 총액 300만원 정도가 인상된다”라며 “그러나 대상의 사례처럼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녹여버리면 대상 노동자들은 남들이 300만원의 임금이 오를 때 단돈 10원도 오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상 측의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이 속임수로, 노동자에 대한 기만 그리고 무엇보다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또 이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에 대한 동의서명이 직원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반 강제적 서명’으로 졸속적으로 처리된 만큼, 이 동의절차가 무효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당한’ 대상… 각종 의혹에 “전혀 사실 아니다” 반박

대상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상당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측의 기자회견 순서 중에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 등에 대한 면담 진행 절차가 있었지만, 대표이사 면담 신청이나 이에 대한 이야기가 사전에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이뤄진 기자회견 직전에 대상 측이 먼저 대화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이들이 이를 거부했다는 입장이었다.

대상 측 관계자는 “저희는 대표이사 면담에 대한 의사나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기자회견 중에 저희 대표께서 대화를 회피했다고 하지만, 대표 면담에 대한 어떤 사전 요청도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스케줄을 수행했던 것 뿐”이라며 “당일 집회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어떤 내용인지 알기 위해 대화를 요청했지만, 오늘은 집회를 하고 항의서안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대상 본사 측은 임금 지급방식 개편안이 판촉 직원들이 먼저 요구해 이뤄졌다며, 윤종오 의원 측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사진=한민철 기자)
이어 대상 측은 이날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상 판촉 직원들의 신고로부터 기자회견까지 이르렀다고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전에 판촉 직원들로부터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에 대한 불만이나 항의 등 개선 요구가 본사 측에 전혀 접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각 유통 및 판매점에서 종사하고 있는 대상 판촉 직원들은 ‘전원 정규직’으로서 사측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대상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에 대한 서명이 직원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반강제적’이며 ‘졸속’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대상 관계자는 “임금 지급체계 개편안에 관해 판촉 직원들과 작년 5월과 9월 그리고 올해 초, 총 3번에 걸쳐 간담회 등을 거쳤다”라며 “강제적으로 동의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강제로 도장을 찍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수차례 간담회를 거쳐 직원들과 합의한 내용을 이렇게 시행하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했고, 자율적으로 서명을 받아 현재까지만 동의 비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개편안을 먼저 요구한 쪽은 대상 본사 측이 아닌, 판촉 직원들 측이었다는 주장이다. 전적으로 직원들이 이에 대한 개편을 먼저 원했기 때문에 사측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개편안을 마련해 동의를 받을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대상 측의 해명 내용에 따르면, 판촉 직원의 경우 주부층이 많기 때문에 이들은 ‘연봉’보다 ‘월급’의 높고 낮음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고, 1년에 세 번씩 나눠서 상여금을 주는 것보다 상여금을 한꺼번에 월급에 포함시켜 월 급여를 올리는 방향으로 방식이 개편됐으면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자회견 내용에서 대상 측이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발표에 맞춰 꼼수를 부리기 위해 이번 임금 지급체계 개편을 주도했다고 했지만, 이미 내년 최저시급이 이뤄지기 훨씬 전부터 판촉 직원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협의를 거쳐 왔다고 반박했다.

대상 측은 “내년도 7530원이라는 최저시급은 올해 7월에 정해졌지만, 현대 저희가 개편하려고 하는 임금 지급체계는 이미 판촉 직원들의 요구로 재작년부터 논의돼 온 사항”이라며 “직원들이 먼저 요구를 해서 개편을 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꼼수가 돼 버렸다”라며 한숨지었다.

이번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측이 대상 측을 향해 규탄하는 문제점의 가장 큰 골자는 상여금을 기본금에 포함시키는 안이 최저임금인상 효과를 실질적으로 무력화 시킨다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대상 측은 이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대상 판촉 직원들의 기본급 자체가 최저시급을 넘어서고 있는 상태였다. 또 윤종오 의원이 주장한 ‘기본급 300%의 상여금은 대상같이 우량 기업이라면 그렇게 높은 상여금도 아니다’라는 부분도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본지의 확인 결과, 판촉 사원들의 연 상여금이 기본급의 300% 수준이라면 국내 식품 제조·유통업계 내 상위 30% 안에 속하는 규모로, 업계 평균보다도 높은 편에 속했다.

대상 측은 상여금 부분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고 해서 상여금도 최저시급상승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서명 내 ‘휴가비’와 ‘귀성비’ 외에 ‘휴가 보너스’ 등 기타 상여금을 인상시켜 부족분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대상 본사 측이 ‘전원 정규직’인 대상 판촉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노사 양측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임금 지급체계를 확립하기를 원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윤종오 의원 등 최저임금119 운동본부 측의 지적을 귀담아 듣겠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 측의 주장을 당연히 존중하겠지만, 익명의 대상 판촉 사원의 신고 내용에는 오해가 있었고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규탄 기자회견이 행해진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윤종오 새민중정당 의원. (사진=연합)
이에 일각에서는 윤종오 의원 측이 창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민중정당을 알리고 최저임금 인상안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보니, 이런 아쉬움도 생긴다는 지적이다.

물론 최저임금119 운동본부의 ‘세 번째 출동’에서는 문제가 된 업체 측에 대한 보다 제대로 된 사실확인과 협의가 이뤄진 채 규탄 기자회견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